[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 언론이 자체적인 취재와 분석·비평 없이 ‘외신 받아쓰기’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인용되는 외신은 미국·영국 언론이 대부분이었다. 언론사들이 공동 취재진을 구성해 정보를 수집하고, 전문가 풀을 통해 보도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임영호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27일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과 언론보도> 세미나에서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국제뉴스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한국 언론의 2차 취재에서 편향성이 발견된다”면서 “대부분 정보 출처가 서방 외신이다. 독일·프랑스·러시아권 외신 보도를 이용한 것은 많이 없다. 미·러, 뉴욕포스트, 타블로이드 성격을 가진 외신 기사를 부풀려 인용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대응청 직원이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 시내에서 수거해 마당 한가득 쌓아놓은 러시아군 미사일 잔햇더미 곁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영호 교수는 “전쟁을 보도할 땐 민족·언어·종교 등 역사적 사실과 맥락을 충실히 담아야 한다”며 “맥락이 없는 전쟁보도는 의미가 없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지만 한국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임영호 교수는 “언론이 분석이나 해설을 내놔야 하는데 지식이 부족하다”며 “이번 전쟁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악연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일관계를 해석할 때 일제강점기 이야기를 빼놓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또한 임 교수는 “일부 언론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창한 러시아어로 연설했다고 했는데 이는 코미디”라면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는 공용어와 다름없다. 또한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는 통역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사하다”고 했다.

임영호 교수는 언론이 공동 취재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 교수는 “일부에선 대안으로 ‘전문가 양성’을 꼽는데, 우수한 인재를 길러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언론 시스템이 문제”라면서 “기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언론사가 해외 취재에 대한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학자들도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혼자 연구하지 않는다”며 “분업구조를 통해 좋은 기사를 쓰는 것이 효율적이다. 특파원들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공동 취재진을 꾸려야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진 덕성여대 교수는 인도주의적 관점의 보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다수 언론이 러시아 전차가 파괴되는 모습을 보도한 것에 대해 “이는 승무원 3명~4명이 사망하는 현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보도 자료화면으로 탱크가 피격되는 순간의 동영상을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반인도주의적 측면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성진 교수는 “전쟁 발발의 원인과 책임 등을 종합적이고 전문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전문가 풀 구성·활용이 필요하다. 전장 발발 두 달이 지났으나 전문적인 분석을 제시하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질적으로 개선된 정보와 심도 있는 전문적인 분석을 제공하는 보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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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민들이 대형 국기를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취재진 우크라이나 입국 막는 외교부, 공무원 보신주의 때문”

김영미 독립PD는 외교부가 여권법을 근거로 취재진의 우크라이나 입국을 막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PD는 “취재진은 위험을 감수하고 현장에 들어가는 사람들"이라며 "소방관에게 ‘위험하니 화재 현장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김 PD는 “외교부 장관에게 취재를 허가받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이는 공무원의 보신주의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원중 KBS 파리특파원은 “전쟁보도가 외신 받아쓰기가 된 점은 반성할 부분이 많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현장 취재를 틀어막고 있기 때문에 전쟁 보도가 취약해진 측면도 있다. 우크라이나 내부 상황을 한국의 시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 특파원은 “BBC, CNN은 이미 중립성을 잃었다”며 “전쟁이 패권전 양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 언론이 외신 인용 보도만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유 특파원은 "언론의 헌법적 권리를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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