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민언련 모니터] 4월 16일 경기도 안산에서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이 열렸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페이스북에 추모 메시지를 냈지만 기억식엔 참석하지 않았는데요. 배현진 당선자 대변인은 4월 17일 브리핑에서 “당선인께서 다른 일정이 굉장히 중첩돼서 많으신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역대 대통령 당선인뿐 아니라 대통령, 그 이전에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계속 참여를 하셨는지에 대해서 확인을 다시 한 번 해주셨으면 하고 부탁을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4월 18일, 조선일보를 통해 윤 당선자 부부 모습이 찍힌 ‘독자 제공’ 사진 2장이 공개됐습니다. 사진에는 “(배우자 김건희 씨는)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노란색 스카프를 두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 “전날인 16일은 세월호 참사 8주기”였다는 설명이 포함되었습니다.

윤석열 당선자 부부 모습 ‘독자 제공’ 사진으로 보도한 조선일보(2022/4/18)

‘경찰견 사진’에 이어 ‘노란 스카프 사진’ 주목

조선일보 <윤, 부활절 예배 참석…한강 공원서 반려견과 산책도>(김민서 기자)는 윤 당선자가 4월 17일 부활절 예배 후 김건희 씨와 산책했다는 소식을 전한 기사로 4월 18일 오전 6시 46분 실렸습니다. 당선자 부부 산책 소식을 알린 첫 번째 기사로 파악되는데요. 언론은 조선일보 보도 이후 사진 속 김건희 씨 ‘노란 스카프’에 주목한 기사를 냈습니다. 대부분 기사엔 “노란 스카프는 세월호 참사 추모의 의미를 담은 것”이란 인수위원회 관계자 입장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노란 스카프 사진’ 보도는 앞서 4월 4일 김건희 씨가 경찰견과 찍은 사진의 보도와 그 양상이 비슷합니다. 경찰견 사진의 경우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윤 당선인 취임 전 공개활동 개시 검토>(한지훈 기자)로 처음 알려졌는데, 연합뉴스가 ‘독자 제공’ 사진과 함께 기사를 낸 시각은 4월 4일 오전 5시입니다. 연합뉴스가 출처를 ‘독자 제공’이라고 밝힌 경찰견 사진은 다른 언론 기사에서 ‘연합뉴스 등 언론사 제공’ 출처를 달고 우후죽순 보도되었습니다.

경찰견과 노란 스카프, 머니투데이미디어‧조선미디어 최다 보도

민주언론시민연합은 4월 4일부터 4월 6일까지 네이버에서 ‘김건희’로 검색했을 때 나온 경찰견 사진을 포함한 기사 226건, 4월 18일부터 4월 20일까지 네이버에서 ‘김건희’로 검색했을 때 나온 노란 스카프 사진을 포함한 기사 49건을 분석했습니다.

‘김건희 동정’ 경찰견 사진기사 보도건수 상위 8개 미디어그룹(2022/4/4~4/6) Ⓒ민주언론시민연합

경찰견 사진기사의 경우, 가장 많이 보도한 상위 8개 미디어그룹 보도건수가 총 122건으로 전체 보도건수의 54.0%를 차지했습니다. 가장 많이 낸 곳은 23건을 보도한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입니다.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 소속 뉴스통신사 뉴시스는 12건으로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 다음으로는 조선미디어그룹이 뒤를 이었습니다.

‘김건희 동정’ 노란 스카프 사진기사 보도건수 상위 8개 미디어그룹(2022/4/18~4/20) Ⓒ민주언론시민연합

노란 스카프 사진기사의 경우, 가장 많이 보도한 상위 8개 미디어그룹 보도건수가 총 27건으로 전체 보도건수의 55.1%를 차지했습니다. 7건을 보도한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이 가장 많았고, 소속 뉴스통신사 뉴스1은 김 씨 동정을 최초 보도한 조선일보보다 더 많은 3건의 사진기사를 냈는데요. 조선일보와 전혀 차이가 없는 사진이지만, 영상기사 1건을 제외하고 출처는 ‘팬카페’입니다.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 다음으로는 조선미디어그룹이 4건을 냈는데요.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과 조선미디어그룹은 경찰견 사진기사는 물론, 노란 스카프 사진기사에서도 김건희 씨 동정 기사를 내는 데 앞장섰습니다. 경찰견 사진기사의 총 보도건수가 226건인 데 비해 노란 스카프 사진기사의 전체 보도건수는 49건으로 적고, 1건씩 보도를 낸 언론사가 많았는데요. 그럼에도 상위 8개 미디어그룹은 2건 이상씩 관련 사진기사를 냈습니다.

‘김건희 경찰견 사진기사’ 출처 54% 연합뉴스

김건희 씨 경찰견 사진기사 출처 분류(2022/4/4~4/6) ©민주언론시민연합

경찰견 사진기사와 노란 스카프 사진기사를 비교하기 위해 각각 출처를 분류해봤습니다. 유독 ‘독자 제공’이 많은 데다, 경찰견 사진의 경우 연합뉴스가 처음 출처를 독자 제공이라고 밝혔으나 이후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경찰견 사진기사의 경우 출처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연합뉴스 54.0%(122건)입니다. 독자‧시청자 제공 18.6%(42건), 뉴시스 7.5%(17건), 뉴스1 4.4%(10건)가 뒤를 이었습니다. 연합뉴스‧뉴시스‧뉴스1 모두 통신사라는 점에서 많은 언론에서 인용보도한 것이 그럴 듯해 보입니다. 그러나 애초 연합뉴스 사진기사도 그 출처가 인수위원회인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에 인수위원회발 사진이 연합뉴스발 사진으로 둔갑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노란 스카프 사진기사 출처 83.7% 김건희 공식 팬카페

김건희 씨 노란 스카프 사진기사 출처 분류(2022/4/18~4/20) ©민주언론시민연합

한편 노란 스카프 사진기사의 경우, 출처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김건희 씨 공식 팬카페 83.7%(41건)입니다. 조선일보 6.1%(3건), 독자‧시청자 제공 6.1%(3건)가 뒤를 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팬카페 사진을 인용한 보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보이지만, 팬카페에 산책 사진이 처음 올라온 것은 조선일보가 기사가 나온 뒤 1시간 정도 뒤인 4월 18일 오전 7시 40분입니다. 김건희 씨 팬은 “역시 큰 기사는 조선일보가”라는 문구와 함께, 조선일보가 보도한 ‘독자 제공’ 사진을 팬카페에 그대로 옮겨놓았는데요. 사실상 팬카페 사진을 인용 보도한 기사들은 조선일보 사진을 인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경찰견 사진은 인수위가 연합뉴스에 제공한 사진을 연합뉴스가 ‘독자 제공’이란 출처를 달아 기사화했고 이를 다른 언론사에서 받아쓰는 식으로 퍼졌습니다. 노란 스카프 사진은 ‘독자 제공’이란 출처를 달고 조선일보가 보도한 것을 팬카페에서 인용했고, 이를 또다시 다른 언론사에서 ‘팬카페’가 출처라며 퍼다 나른 것입니다. 사진기사를 보는 독자들이 출처를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독자 제공’이라더니…경찰견 사진은 인수위 제공으로 드러나

그런데 경찰견 사진과 노란 스카프 사진 둘 다 정말 ‘독자 제공’ 사진을 바탕으로 보도한 것일까요?

실제로 경찰견 사진 첫 보도 당일 밤, 미디어오늘은 경찰견 사진 제공자가 일반 시민이 아닌 ‘인수위원회’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미디어오늘 <미오 사설/‘후드티 김건희’ 사진 보도 이상한 이유>(4월 4일)에 따르면, 연합뉴스 최초 보도를 접한 기자들은 “해당 사진이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찍힌 것”으로 판단해 출처를 의심했습니다. 다수 기자들은 “(인수위) 공보팀에서 사진을 연합뉴스에만 제공한 게 아니냐고 항의하는 차원”에서 사진 출처 확인을 요청했고, “공보팀은 처음에 사진 출처를 부인했지만 기자들이 ‘독자 제공’으로 처리하겠다고 하니 그제서야 사진을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경찰견 사진뿐만 아니라 노란 스카프 사진도 ‘독자 제공’이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 당선자는 현직 대통령에 준하는 등급인 ‘갑호’ 경호를 받기 때문인데요. ‘갑호’ 경호가 적용되면 당선자 본인과 자택, 사무실 등에 현직 대통령 수준의 경호인력이 배치됩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4조(경호대상)에 근거해 경호주체는 대통령 경호처가 되고, 당선자는 물론 배우자와 직계존비속까지 국가원수급 경호와 의전을 받게 됩니다. 당선자에게는 방탄차량과 호위차량이 제공되며 경호인력도 대선후보 시절보다 늘어납니다. 당선자를 만나려는 방문객에 대한 철저한 점검도 이뤄집니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할 때 윤 당선자 부부 근거리에서 산책하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경호처의 철저한 점검을 받은 관계자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보도 후 조선비즈 통해 인수위·당선자 측 입장 나와

당선자 부부 산책을 최초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 다음에 나온 두 번째 관련 기사가 조선비즈 보도였다는 점도 이러한 의구심이 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조선일보가 “16일은 세월호 참사 8주기”인데 “(다음 날 배우자 김건희 씨는)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노란색 스카프를 두른 모습”이었다고 전한 뒤 4시간여 만인 오전 11시 15분 조선비즈가 관련 기사를 냈는데요.

윤석열 당선자와 인수위 관계자 입장 전한 조선비즈(2022/4/18)

조선비즈는 <김건희, ‘세월호 8주기’ 다음 날 ‘노란 스카프’ 메고 윤과 산책>(양범수 기자)에서 “노란 리본은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뜻으로 사용되면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상징”이 됐고, “김(건희)씨가 노란 스카프를 착용한 데 ‘노란 리본’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는데 “김씨의 스카프는 세월호 참사 추모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인수위 관계자는 설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조선비즈 기사는 “당선인이 (세월호 8주기 기억식에) 참석하게 되면 경호 등의 문제로 추모식에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 있을 수 있어 (참석하지 않기도 했다)”는 당선자 측 입장도 전했는데요. 윤 당선자가 세월호 8주기 기억식에 불참한 이유를 설명하는 당선자 측 입장을 실어준 언론은 조선비즈와 서울신문이 유일합니다.

출처를 의심하게 하는 독자 제공 사진과 함께 대통령 당선자와 그 가족을 미화하거나 당선자와 그 가족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는 결국 언론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독자와 시청자도 그런 보도는 원하지 않습니다. 출처를 의심하게 하는 사진이 포함된 기사가 분명한데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인용하는 기사 역시 원하지 않습니다. 대통령 당선자와 그 가족에게 도움 되는 보도가 아니라 시민 입장에서 정직하게 취재하고 독자와 시청자를 대변하는 보도를 원할 뿐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4월 4일~6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김건희’로 검색된 경찰견 사진 포함 기사 전체, 4월 18일~20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김건희’로 검색된 노란 스카프 사진 포함 기사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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