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2022 세계기자대회(WJC)’에 참여한 기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속 허위조작정보 확산세를 우려하며 팩트체크의 중요성과 언론 자율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25일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2022 세계기자대회(WJC)’에서 정은령 SNU팩트체크 센터장은 "허위조작정보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언론·표현의 자유 위축의 위험성이 있다"며 "언론의 문제를 스스로 교정해나가도록 하는 자율규제 모델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컨퍼런스 주제는 '각국 언론의 팩트체크와 언론자율규제 현황'이었다. 발제를 맡은 정은령 센터장은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정치적인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허위정보가 빠른 속도로 대량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주목했다.

25일 '2022 세계기자대회' 컨퍼런스 발제를 맡은 정은령 SNU 팩트체크 센터장 (출처=한국기자협회 유튜브)

SNU팩트체크센터는 31개 제휴 언론사와 함께 코로나19·백신 관련 정보를 지난 2년간 520여 건 검증했다. 정 센터장은 “지난 5년간 추이를 보았을 때 허위정보의 출처가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등 사회 저명인사들로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소셜미디어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허위정보의 경우 유통되는 형태의 69%는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퍼진 루머였으며, 언론의 잘못된 보도도 22%였다”고 짚었다. 이어 “일부 언론이 사실 여부 판단 없이 해당 정보를 단순 인용 또는 기사화하면서 허위정보를 유통하고 확산한 것”이라고 했다.

정 센터장은 자율규제기구를 통해 허위조작정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센터장은 “허위정보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법의 집행 주체가 언론의 감시대상인 권력이기 때문에 언론 자유 위축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답책성(answerability)'을 기반으로 문제를 제기한 시민과 대화하고, 언론의 문제를 스스로 교정해나가도록 하는 자율규제 모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언론의 상호검증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자율규제기구가 개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8~2019년 방송기자연합회장을 역임한 안형준 MBC 기자는 국내 자율규제기구 추진 과정을 설명했다. 안 기자는 “2020년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가 ‘팩트체크넷’을 출범시켰다"며 "언론사별 팩트체크 전문팀이 운영됐지만 ‘선택편향’ 논란 속에서 비판과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 기자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7개 단체가 2021년 ‘통합형 언론 자율 규제기구 설립’ 준비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언론사들이 자율규제기구에 참여해 분담금을 납부하고 관련 규약을 준수, 언론피해를 구제한다는 계획이다.

안 기자는 “자율규제기구의 핵심은 자율규제위원회”라며 “외부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되며 임기는 3년으로 자율규제위원회는 5~7명의 자율조정인들이 뉴스와 기사를 모니터링하며, 중대한 규약 위반에는 제재금이 부과된다”고 밝혔다.

25일 열린 '2022 세계기자대회' (출처=한국기자협회 유튜브)

해외 기자들도 필요성 공감하는 '자율규제 모델'

모하메드 타우피케 알리 'The Daily Star' 전 선임기자는 “새로운 미디어가 일반인의 생각 공유를 독려하는 반면, 민주주의에는 여전히 신뢰할 수 있고 공정한 뉴스와 분석을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독립적인 언론인이 필요하다”며 “자율규제 메커니즘의 중요한 과제는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타리라에 안토니오 모스카텔로 'Askanews' 기자는 “확인되지 않은 뉴스와 검열 사이에는 언론인의 자율규제라는 방법이 있다”며 “언론자율규제는 일반인에게 공개된 학습과정에서 자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이를 준수하기 위해 언론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율규제는 언론이 온당한 불만사항에 대응하고, 오류 수정 요청이 정당한 경우 이를 바로 잡는 것에 도움이 된다”며 “언론인의 오류는 권력자가 아닌 동료가 판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탈리아는 언론의 윤리적 규범에 대한 통제를 법적으로 위임받은 기관인 ‘전국언론인협회 규율위원회'가 언론에 대한 불만사항을 처리하고 있다.

콜롬비아의 마가렛 오할보 'AI Dia Noticias' 선임기자는 “언론사는 내부에서 팩트체크를 할 수 있지만 제3자를 통해서도 팩트체크를 수행할 수 있다. 이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와 편집자는 발행될 정보를 검토하고 검증해야 한다”며 “자율규제는 정당하며 이는 결코 자기검열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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