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언론이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를 ‘페미 논란’에 이어 ‘전장연 논란’으로 소비해 “논란이라는 이름으로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산 선수는 지난 21일 양궁 국가대표 최종 2차 평가전이 끝난 뒤 기자들로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에 50만 원을 후원한 이유를 묻는 질문을 받았다. 안 선수는 “저는 광주여자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에 다니고 있고, 현재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로서 아시안게임에 선발돼 지금 이 기자회견장에 있다"며 "경기력 외에 질문은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네이버 뉴스 검색창에 '안산 전장연'을 검색한 결과 (사진=네이버)

이에 언론은 지난해 특정 커뮤니티에서 안 선수를 ‘페미니스트 아니냐’고 비난한 사건을 엮어 '페미 논란' '전장연 논란' 등으로 보도했다. <‘페미 논란’도 꾹 참았던 안산, 전장연 논란에 꺼낸 한마디>(조선일보), <논란마다 침묵 안산, ‘전장연 후원’ 질문엔 답했다>(국민일보), <‘페미 논란’땐 침묵한 안산, 전장연 논란엔 딱 한마디 꺼냈다>(중앙일보). <‘페미 논란’ 안산, 장애인 후원 비판에 일침...“나는 특수교육과 학생”>(헤럴드 경제) 등이다.

언론인권센터는 지난 22일 논평을 내어 "인권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언론에 유감을 표했다. 언론인권센터는 “기사 제목에 붙은 ‘페미 논란’은 지난 올림픽 안산 선수의 짧은 머리와 특정 단어 사용을 근거로 ‘페미니스트가 아니냐’며 자행되었던 수많은 공격을 언급한 것으로, 누군가 페미니스트인지 여부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냐”고 따져 물었다.

안 선수는 지난해 7월 숏컷 헤어스타일과 과거 SNS에 남성 혐오표현으로 알려진 말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특정 커뮤니티 이용자들로부터 공격받았다. 당시 일부 언론이 혐오 발언을 기사화해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에서 “혐오 확산에 나서지 말라”는 비판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페미’ 안산 메달 반납 갑론을박"이라는 파이낸셜뉴스)

이어 언론인권센터는 “장애인의 이동권은 장애인의 인권과 직결되어 있다”며 “인권이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를 응원하며 올린 안산 선수의 트윗 역시 논란이 될 수 없는 것도 분명하다”고 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전장연 논란'을 기사 제목에 붙인 언론을 향해 “언론은 왜 꾸준히 논란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폭력을 폭력이 아닌 것으로 축소하려 하냐”며 “안산 선수에 대한 공격은 물론 전장연의 시위를 둘러싼 차별적 발언까지 논란으로 한데 묶는 언론의 보도는 약자에 대한 폭력과 혐오에 논란이라는 당의를 씌우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논란으로 이름 붙여 왔던 모습들이 약자에 대한 폭력이 아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논란이 될 수 없는 것임에도 언론이 이름을 붙여 만들어진 논란들은 댓글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거쳐 폭력의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 이상 언론이 차별과 혐오의 흐름을 재생산해서도, 정당화해서도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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