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가 재개된 전국장애인철폐연대의 지하철 이동권 시위를 ‘권리 vs 권리의 충돌' 프레임으로 보도했다. 21일 KBS '뉴스9'는 <출근길 시위 ‘매일’ 하겠다…권리 vs 권리 충돌 어쩌나>에서 “오늘 시위로 3호선은 한 시간 이상, 2호선은 35분가량 운행이 지연됐다”며 “경찰이 전동차 출입문을 막으면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KBS는 “이 단체(전장연)는 장애인 권리 예산에 대한 인수위 답변을 기다리겠다며 지난달 말 시위를 잠정 중단했지만 22일 만인 오늘(21일) 재개했다”며 “그저께(19일) 인수위에서 저상버스와 장애인 콜택시 확대 등의 정책들이 나오긴 했는데, 구체적인 '예산'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항의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KBS 21일 보도 '출근길 시위 매일 하겠다…권리 vs 권리 충돌 어쩌나' (보도화면 갈무리)

KBS는 전장연의 시위에 항의하는 시민과 지지하는 시민의 입장을 전하면서 “승객들은 황급히 버스 등으로 갈아타기도 했고, 일부는 시위대를 향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KBS는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배려해 주자는 의견과 내 권리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맞부딪치는 상황”이라며 “단체 측에선 당분간 시위를 매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어서 혼란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KBS 보도에 대해 박채린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22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이런 기사는 전장연 시위와 관련한 갈등 해소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중요한 것은 언론이 비장애인 시민과 장애인의 갈등을 부각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은 시위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다는 사실, 해결 당사자들인 정치인들이 지금까지 왜 태만해 왔는지 등의 맥락을 지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활동가는 “KBS가 특히 장애인 보도에 소극적이었다”며 “지난해 12월 교통약자법 개정을 앞두고 약 한 달 동안의 언론보도를 모니터링을 했는데, 그때도 KBS 저녁 메인 뉴스는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활동가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전장연의 시위를 비난했을 당시에도 KBS 보도는 한 건에 그쳤다"면서 "KBS가 장애인 관련 보도에 무관심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SBS 21일 보도 '장애인 단체 오체투지 시위…인수위 정책 부실' (보도화면 갈무리)

SBS는 같은날 메인 뉴스에서 시위현장을 스케치하며 전장연이 시위를 재개한 이유와 요구 사안 등을 전했다. SBS는 <장애인 단체 '오체투지' 시위…"인수위 정책 부실”> 보도에서 “(전장연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미온적 대응으로 시위를 다시 하게 됐다고 밝혔다”며 “장애인 예산 증액 등을 요구했지만, 인수위가 지난달 면담에서 약속한 기한인 어제까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SBS는 “(전장연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장애인 권리예산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지 않는다면,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다음 달 10일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SBS는 “전문가들은 정부의 약속과 미흡한 이행의 반복으로 갈등이 격화되지 않도록 장애인 권리 보장 정책을 제대로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면서 인수위 측 관계자의 입장과 전문가의 발언을 전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SBS에 "발달장애인 돌봄지원 체계 구축을 국정과제로 채택하는 걸 검토 중이지만 예산 등 구체적 방안이 나와야 면담에 실효가 있을 것"이라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해서도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교통약자법’ 개정 요구 시위 관련 신문 지면,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량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민언련이 지난 1일 발표한 신문방송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장연 시위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전장연 이동권 시위에 대한 KBS 뉴스 리포트는 1건이었다. MBC와 SBS는 각각 3건 보도했다.

또 지난해 12월 23일 민언련이 발표한 신문방송 모니터링 보고서(모니터링 기간 12월 3~20일)에 따르면 전장연이 교통약자법 개정을 촉구하며 지하철 이동권 시위에 나섰을 때도 KBS는 메인 뉴스에서 관련 이슈를 다루지 않았다. MBC는 2건, SBS는 한 건도 없었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 총 5차례(3일, 6일, 9일, 13일, 20일) 지하철 이동권 시위를 진행했다.

김필순 전장연 기획실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KBS뿐 아니라 대부분의 언론사가 비장애인과 장애인 단체 간의 갈등 형태로만 보도하고 있다”면서 “자극적인 제목으로 있지도 않은 갈등 구조를 언론이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기획실장은 “장애인 권리 문제는 ‘정치권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언론이 좀 더 나서줘야 한다”며 “특히 공영방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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