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 논설실장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어젠다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내세운 '공정과 상식'은 국정 비전이 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장관 후보자 비위 의혹으로 '불공정'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정훈 조선일보 논설실장은 22일 칼럼 <윤석열 정부의 ‘주제’는 무엇인가>에서 윤 당선자와 인수위가 지난 한 달여 동안 했던 일들에 대해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작고 자잘한 각론에 매달렸다는 뜻"이라며 "5년 간 나라를 어떻게 이끌고 가겠다는 큰 그림의 청사진은 보여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 논설실장은 "골든 타임을 허비한 채 철학 빈곤과 준비 부족 상태로 윤 정부 5년의 막이 오르게 됐다"며 "안타깝게도 출발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총평했다.

조선일보 4월 22일 <[박정훈 칼럼] 윤석열 정부의 ‘주제’는 무엇인가>

박 논설실장은 "역대 정권은 저마다의 통치 플랜을 갖고 있었다"며 "어떤 비전으로 국정을 차별화하고 어떤 전략으로 정권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것인가. 이 질문에 윤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는 아직껏 제대로 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 정부의 통치 플랜으로 ▲김영삼 정부 금융실명제·하나회 청산 등 '무혈 혁명' ▲김대중 정부 외환위기 극복·디지털 경제화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등을 들었다.

박 논설실장은 '공정과 상식'은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 등과 같은 "지극히 당연한 국가의 기본 원칙"이라며 "국정 비전이 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논설실장은 그러면서 "역설적이게도 지금 윤 당선인 자신이 불공정 논란에 휩싸여 있다"고 짚었다.

그는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조국 사태’의 복사판과도 같다"며 "검증팀이 이런 의혹을 못 걸러낸 것도 실망이지만 '확실한 팩트가 없다'는 이유로 싸고 도는 윤 당선인이 스스로 ‘윤석열다움’에 먹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장 큰 정치 자산에 흠집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윤 당선자 '40년 지기' 정 후보자는 자녀 편입학과 병역 관련 '아빠 찬스' 의혹 등에 휩싸여 있다.

박 논설실장은 "첫 내각의 면면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오랜 지기를 복지부 장관에, 고교 후배를 행안부 장관에, 최고 심복을 법무부 장관에 기용했다. 절친하다는 대학 동기를 감사위원에 보내기도 했다"면서 "윤 당선인은 할당·안배 없이 실력만 따졌다고 하지만 장관 후보들이 과연 그 분야 최고 전문가인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박 논설실장은 "윤 당선인은 '불통의 통치'를 끝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몇몇 현안에서 보여준 그의 고집은 소통이나 통합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불렀다"며 "충분한 논의 없이 집무실 용산 이전을 밀어붙인 것, 여당 반발이 뻔한 한동훈을 법무장관에 지명한 것, 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에 침묵하는 것 등이 그 예"라고 적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안철수 인수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등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사진=당선자 대변인실)

이날 주요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윤 당선자 내각 인선 비판을 이어갔다. 동아일보는 <‘아빠 찬스’ ‘엄마 찬스’ ‘세금 탈루’… 위법만 안 나오면 공정한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놨다. 동아일보는 ▲정호영 후보자 자녀의 '아빠 찬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딸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아들 조세회피처 업체 설립자 의혹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모친의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 등을 거론했다.

동아일보는 "전 정부를 겨냥했던 적폐 수사와 ‘조국 사태’ 수사의 칼날이 얼마나 시퍼랬는지 기억이 생생하다"며 "남의 눈의 티끌만 보고 제 눈의 대들보는 지나쳐버린다면 새 정부를 향한 기대는 공정과 상식의 약속을 배반한 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바뀔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의혹 덩어리 尹 초대 내각, 국정 제대로 이끌겠나>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정치운동 금지 규정 위반 논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노사발전재단 '비리종합세트' 논란 등을 거론하며 "털어낼 것은 과감히 털어내는 당선인 측 결단이 필요하다"고 썼다.

서울신문은 " 국민은 윤 당선인과 ‘내 갈 길을 갈 뿐’이라는 정 후보자의 배짱과 막무가내식 ‘무죄 주장’에 끌려가다시피 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모두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후보자들과 인수위의 상황 인식 오류가 새 정부 출범의 발목을 잡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겨레는 사설 <국민에 허탈·분노 안기는 ‘찬스 내각’ 이대로 갈 건가>에서 "까도 까도 끝이 없다. 의혹이 제기되지 않은 이가 드물다"며 "윤석열 행정부 첫 내각 후보자들의 자녀 문제, 부동산 의혹 등에 국민의 허탈과 분노가 쌓여가는데도 윤 당선자 쪽은 '청문회를 지켜보자'며 버티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겨레는 다음주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시작 전까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자를 정리하고 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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