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이미지 정치로 선택적 소통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출연한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 문재인 대통령의 출연 요청은 거부됐다는 증언이 더해져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21일 <유퀴즈> 시청자 게시판에 전날 방송 이후 약 1400여 개가 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폐지하라" "티빙 해지한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 "정권 나팔수 노릇" “질문이 대놓고 홍보성이다” “선전도구로 전락한 프로그램” “PD 정치 편향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등 수많은 비판을 쏟아냈다.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시점이 문제라는 생각”이라며 “당선자가 집권도 하기 전에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퀴즈 온 더 블럭' 촬영현장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인스타그램)

김 소장은 “국민은 윤 당선자의 국정 운영이나 정책과 관련해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고, 한편으로는 불안감도 느끼고 있다”면서 “그럴수록 윤 당선자는 예능이 아닌 뉴스 혹은 시사·정보프로그램을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윤 당선자가 ‘적극적으로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공언했는데, 기자와 소통을 하면서 아픈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대답하는 모습이 아닌 예능을 통해 소통했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21일 기자메모 <윤석열 당선인의 선택적 소통>에서 “윤 당선자는 지난 13일 2차 내각 인선을 발표하며 4분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했다”면서 “윤 당선자는 같은 날 오후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에서 2시간 동안 녹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윤 당선자는 몇 배의 시간을 할애한 <유퀴즈>에서는 하루 일과, 지역 방문 현장에서 먹은 음식, 민트초코 기호, 사법시험 에피소드 등 주로 개인사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며 “예능프로그램 특성상 무거운 주제만을 다룰 수 없다. 그런 이유에서 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윤 당선자는 대선 직후부터 줄곧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며 “윤 당선자가 말한 소통이 개인사에 관한 것은 아닐 것이다. 소통은 경제, 안보, 정치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 설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CJ ENM이 문재인 대통령의 출연 요청을 거절했으며 윤 당선자의 출연 요청엔 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개인 페이스북에 지난해 4월과 그 이전에 걸쳐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이발사, 구두수선사, 조경담당자들의 프로그램 출연을 문의했으며 당시 CJ ENM 측은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퀴즈> 제작진은 청와대의 출연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해명했다.

김 소장은 “특정 정치인이 <유퀴즈> 같은 국민에게 친숙한 예능에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특혜가 될 수 있다”며 “CJ ENM의 정치적 셈법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당선자 측에서는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이익과, CJ ENM이 당선자를 출연시키면서 얻을 이익 등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유퀴즈> 측에서 문재인 대통령이나 김부겸 총리의 출연 요청은 거절해놓고, 윤석열 당선자만 출연시켰다는 얘기가 있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정치적 편향성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평론가는 “정치인의 과도한 예능 활동은 정책에 대한 논의가 실종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것과 관련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에 정치인이 나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는 않지만 방송의 콘셉트하고 정치라는 소재가 어울리는가를 일단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굉장히 어색한 그림이 연출된다”고 지적했다. 정 평론가는 “<유퀴즈>의 팬층은 프로그램 취지와 정치인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발이 굉장히 심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일반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감동을 줬던 프로그램인 <유퀴즈>에 정치인이 출연하는 것은 프로그램 취지와 맞지 않으며, 특정 정치인의 이미지를 미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유퀴즈> 홈페이지에 게재된 프로그램 소개는 '길 위에서 만나는 우리네 이웃의 삶, 저마다 써 내려간 인생 드라마의 주연들,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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