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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안철수 끌어오기 전에 해야할 일19대 총선 이후의 정치공학
김민하 / 정치평론가 | 승인 2012.04.16 08:38

19대 총선이 끝났다.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으나 ‘여권은 선방했고 야권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 일관된 내용인 것 같다. 80석에 불과하던 민주통합당 의석이 127석으로 늘어나고 거기에 통합진보당 의석도 13석이 더해졌지만 새누리당이 과반 이상의 152석을 확보하면서 이러한 평가가 나오게 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새누리당, 박근혜와 이명박을 효과적으로 분리하다
 
이것에 대해 말하자면 일단 새누리당의 선거 전략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에 두 가지 전략을 가지고 대응했던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박근혜는 이명박과 다르다’는 방어 논리를 세운 것이다. 당 자체의 외형적 변화를 꾀한 것은 물론이고 선거전에서 제기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수많은 비판에도 이러한 일관된 논리를 가지고 접근했다. 이것은 야권의 ‘이명박 심판론’을 무력화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두 번째는 공격 논리로서 ‘친노 심판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당권을 잡고 있는 한명숙 대표와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후보가 모두 친노 세력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이 논리는 한미FTA, 제주 해군기지등의 문제에 참여정부의 책임이 없지 않다는 점을 드러내 진보적 지지층을 이반시키고 참여정부에 대해 유난히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강경보수층을 결집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이러한 전략은 이명박 정부로 인해 만들어진 불리한 선거 환경에서 위기를 조기에 수습하는 효과를 거두게 했다. 민간인 사찰 정국에서의 대응에서 이런 전략의 유효성이 잘 드러나는데 새누리당이 이 이슈로 선거전에서 상당한 손해를 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으나 ‘박근혜도 사찰 대상이었을 수 있다’는 방어 논리로 이명박 정부와 일정하게 선을 긋고 ‘핵심 문건의 80%는 이전 정부에서 작성된 것’이라는 반격 논리로 ‘친노 심판론’을 일관되게 제기하여 상당히 빠른 시간 안에 사태를 진화한 것이 바로 이런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이러한 일관된 전략에 비하면 민주통합당 측의 전략은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애초에 ‘이명박 심판론’으로 밀고 나가기로 했으면 선거 기간 동안의 행보에서 이러한 전략에 초점을 맞춘 선거 기획이 계속 등장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고 공천 과정에서부터 논란을 키우는 선택만을 반복했다. 공략 대상이 진보적 지지층인지, 중도층인지, 아니면 수도권인지, 지방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대응이 계속 됐다.
 
소위 ‘김용민 막말 파문’에 대한 대응은 이러한 갈팡질팡의 화룡점정이었다. 선거에서 불리한 이슈가 터졌을 때는 어떤 방향으로든 빨리 수습을 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실점을 하더라도 재빨리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때문이다. 축구나 농구 경기에서 실점을 했을 때와 똑같다. 재빨리 반격으로 전환해서 다시 공격을 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민주통합당은 김용민 후보와 명확하게 선을 긋지도 못하고 감싸지도 못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에서 지지층의 분란만 키우는 선택을 해버렸다. 이 ‘김용민 막말 파문’이 전체 선거판에 끼친 영향에 대한 이런 저런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핵심은 선거도 흐름을 탄다는 것이다. 악재가 생겼을 때 지지층이 일시적으로 흩어질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에 투표일에 가서는 이들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김용민 막말 파문’을 조기에 수습하고 흩어진 지지층을 다시 끌어 모으는 계기를 마련했더라면 민주통합당은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통합진보당의 경우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인 것은 마찬가지다. 야권연대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문제들을 빨리 수습한 다음 테이블 밑으로 치워버리고 일관된 전략으로 선거전에 접근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 대신 통합진보당이 선택한 것은 야권연대 잡음의 주역인 이정희 대표를 계속 노출하면서 그의 선택을 어떤 ‘감동적인 것’으로 포장하는 것이었다. 이는 SNS에 존재하는 핵심 지지층들에게는 감격적인 것이었을지 모르겠으나 뒤에 이어진 소위 ‘경기동부 논란’의 파문을 길게 늘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후 전략에 있어서도 어떤 일관된 흐름이 제시되지 않고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불분명한 상황이 계속 돼 여론에서 통합진보당이 가지는 공간은 계속 줄어들기만 했다. 그 결과가 10.8% 라는, 기대 이하의 정당득표율이다.
 
물론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통합당 측으로부터 할양받은 지역구가 있으므로 전체 13석이라는 진보정당사에 전무한 성적을 거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진보정당을 지지해온, 지역구 의원을 배출했던 지역구들을 잃어버린 것은 진보정치세력의 입장에서는 뼈아픈 일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통합진보당 내부에서 이러한 현실에 대해 분명하게 진단하고 평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선거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어쨌든 선거전은 이렇게 마무리가 됐다. 보통의 선거라면 여기에서 다음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좋겠지만 19대 총선은 대선을 앞둔 선거였기 때문에 이 결과를 통해 대선까지의 정치지형을 예측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새누리당의 경우 이제 당의 주도권은 완전히 박근혜 비대위원장 측에게 넘어 갔으며 소위 구-친이계들은 앞으로 역할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재오, 정몽준, 김문수 등 친이계 거물들도 정권재창출을 위해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측근들은 조기에 대선캠프를 꾸리고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게 될 것이다.
 
당권의 경우 대선에 집중해야 하므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핵심 측근이 가질 수는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박근혜 위원장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인적 구성이 필요할 수 있는데, 지금 제기되고 있는 정두언, 남경필 등의 수도권 쇄신파 대표 카드가 이러한 측면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전면에 나서려면 당선되지 못한 친박 인사나 공천에서 배제된 거물 인사 등의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정권재창출을 위해 지속적인 개혁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합의를 이루느냐, 아니면 구 체제에 대한 배려의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대권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아마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새로운 권력으로 떠오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입김이 셀 것이므로 상황에 따라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을 내릴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민주통합당의 경우 문재인 이사장이 기대했던 만큼 경남에서 바람을 불러일으키지 못함에 따라 상당한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당장 사퇴한 한명숙 대표 이후 체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논란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조기에 수습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원장에게 조기등판을 요청하는 수를 생각하는 모양인데, 안철수 원장이 PK 출신이면서 동시에 수도권에서 위력을 보여줄 수 있고 특히 중간층에 크게 어필할 수 있다는 데에서 이러한 생각은 매우 당연한 수순이라고 이해할 수 있으나 결코 여기에만 의지해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철수 원장이 기존 정치권에 의해 제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러한 구상은 그저 ‘요행’을 바라는 것일 수 있다.
 
그보다는 민주통합당이 원래 가지고 있는 자체 지지층을 복구하고 내부 계파 갈등을 수습할 생각부터 해야 한다. 이번 선거의 결과로 친노세력은 상당한 위기감을 가지게 된 듯 보인다. 문성근 대행 체제를 둘러싼 잡음은 이러한 위기감의 근거일 것이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 때 선이 굵은 행보를 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때 소위 말하는 ‘반집싸움’을 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이렇게 핵심 지지층을 최대한 복구하고 대권행보를 해야 이후 안철수 원장의 등장으로 인한 효과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안철수 원장이 등장을 해도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이길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야말로 이미 진 게임이 되고 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민하 / 정치평론가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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