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차기 정부가 ‘공영방송 협약제도’를 바탕으로 공영방송의 규제체계를 재편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현행 방송법 체계로는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없고, 협약제도가 만들어지면 정치권 개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언론학회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는 20일 차기 정부에 언론·미디어 정책을 제안하는 <언론 본질 회복을 위한 차기 정부의 미디어정책 방향을 논하다>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공영방송·허위정보 규제·디지털 권리 보장 등에 대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BS·MBC 공영방송 3사 사옥

공영방송 부분 정책 제안을 맡은 이준웅 교수는 “현재 방송법이 방송사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 실효성이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공영방송을 둘러싼 규제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대안으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제도개선 추진반이 2020년 마련한 ‘공영방송 협약제도’를 거론했다.

‘공영방송 협약제도’는 공영방송에 부여된 공적책무를 ‘협약’을 통해 담보하는 제도를 말한다. 공영방송이 ‘공적책무 이행실적 및 사업계획서’를 정부에 보고하면 전문가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이를 평가해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이준웅 교수는 “사업자를 평가한다고 ‘때려잡을’ 생각 말고, 규제자 스스로 자신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며 “새 정부는 사후 규제, 경쟁규제 방향을 잡고 있는데, 공영방송 스스로 자신들의 성과를 입증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준웅 교수는 “공영방송 규제는 공영방송의 설명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며 “설명책임 주체는 공영방송 이사회이고, 최종적인 대상자는 수신료 납부자인 시민과 국회다. 공영방송 협약제도를 통해 정치권의 개입을 방어하는 기제를 만들어 내고, 정파적 논의를 약화시키는 명분과 절차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여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시민의 디지털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법과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디지털 관련 법은 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지능정보화기본법 등으로 나뉘어 있다. 김 조사관은 “디지털 안전 및 권리와 관련된 통합된 법이 없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디지털 관련 정책을 수행하는데, 모든 이용자를 포괄하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여라 조사관은 “정부가 가칭 디지털안전위원회를 설치해 디지털 권리에 대한 전체적인 틀을 짜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또한 관련 법률안을 제정해 시민이 누려야 할 디지털 권리가 무엇인지 범위를 정해야 한다. 디지털 권리를 통합 조정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경한 전북대 교수는 지역언론이 축소돼 ‘지역성’이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면서 관련 거버넌스를 개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 교수는 “지역이 소멸되면 지역성이라는 개념은 빈 껍데기가 될 것”이라며 “지역에는 미디어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민간 영역이 없어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과 지역언론이 밀착될 수밖에 없다. 지역신문·방송 소유구조 역시 기업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유경한 교수는 “포털에서 지역성을 찾기 어렵고, 지역방송도 점차 광역화되어가고 있다”며 “이용자들의 OTT 이용률이 늘어나는데, OTT에서 지역성 구현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결국 거버넌스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지역미디어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며 “위원회가 독립적인 기금을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아란 성신여대 교수는 가짜뉴스·허위정보에 대한 ‘입법 만능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입법을 통해 가짜뉴스·허위정보의 확산을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규제를 위해선 허위를 판별해야 하는데 구분이 쉽지 않다”며 “내용 중 일부가 허위라고 해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 건 아니다. 과장된 정보가 있어도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가짜뉴스·허위정보는 단일한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단순히 법을 발의하는 게 아니라, 통과될 법을 발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아란 교수는 차기 정부가 유튜브 등 언론중재법으로 규율되지 않는 주체들에 대한 피해구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국민은 포털, 유튜브를 언론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들에게 언론 관련 법을 적용할 순 없다”며 “디지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구제가 이뤄지지 않는다. ‘언론’에 대한 개념이 변화해야 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피해구제 방법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해외 플랫폼 사업자를 국내법으로 포섭할 수 있는 대리인 제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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