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간접광고의 부정적인 면이 화제다. 간접광고로 인해서 이미지가 오히려 부정적으로 변한 대표적인 케이스로 던킨도너츠가 거론된다. 왜 던킨도너츠가 욕을 먹었을까?

<더킹 투하츠>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처음에 시작할 때 상당히 인기를 끌었다가 2주차부터 인기가 떨어졌다. 바로 그때 사람들은 과도한 도너츠 간접광고가 드라마를 망쳤다고 했다.

최근 들어 <더킹 투하츠>의 작품성이 재평가 받았다. 그런데 마침 이 시기에 드라마상에 도너츠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자 ‘거봐, 도너츠가 안 나오니까 작품이 살잖아’, 이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즉 과도한 도너츠 간접광고가 드라마를 망친 원흉으로 지목받았고, 그에 따라 해당 기업의 이미지가 안 좋아졌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더킹 투하츠>를 망친 건 정말로 도너츠였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간접광고가 시청자를 짜증나게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시청자는 간접광고 보기 싫다고 채널을 돌리진 않는다. 시청자의 몰입 여부를 좌우하는 건 작품 자체의 완성도 혹은 재미다.

작품이 재밌으면 간접광고로 도배가 되어도 보는 게 사람 마음이다. 반대로 작품이 재미 없으면 광고 자체가 아예 없어도 아무도 안 본다.

간접광고는 어디나 나온다. <옥탑방 고양이>에서도 휴대폰 CF를 방불케 하는 장면이 나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도 그런 장면이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파리의 연인>에선 줄거리와 아무 상관도 없는 휴대폰 기능 설명 장면이 나왔었다. 지금 지탄의 대상이 되는 도너츠의 경우 과거 <연애시대>엔 더 많이 나왔었다. 당시 주인공들이 아침마다 도너츠를 먹어서 황당했었는데, 그래도 작품은 찬사를 받았었다. 재밌었으니까.

<더킹 투하츠>가 2주차부터 <옥탑방 왕세자>에 밀린 진짜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가 없었다. 초반에 이승기와 하지원의 달달하고 유쾌한 로맨스를 기대하게 했었는데, 의외로 무겁고 복잡한 전개가 이어졌다. 거기에 악당의 사이코 행각도 이상하기만 했다. 바로 그게 <더킹 투하츠>가 밀린 이유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도너츠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비난했다. 왜 그랬을까?

인간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착각이다. 2차 대전 직전에 독일인들이 경제사회적으로 고통 받은 것은 대공황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얄미운 유대인 때문이라고 착각했다. 그들만 때려잡으면 아름다운 사회가 올 것 같았다.

이성과 함께 높은 다리를 건너거나 롤러코스터를 타면, 함께 한 이성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높은 다리를 건널 때 느끼는 떨림을 해석할 방도를 못 찾은 뇌가 당장 눈에 보이는 이성을 원인으로 지목하기 때문이다. 즉 착각이다. ‘저 여자(남자) 때문에 내가 지금 이렇게 떨리는 것임에 틀림없어. 난 저 사람을 좋아하는 거야’ 이런 착각으로 상대를 진짜로 좋아하게 된다.

이런 착각의 원리가 부정적으로 작동하면 그게 바로 증오가 된다. 예컨대 ‘우리 사회가 개판인 건, 내 삶이 요모양 요꼴인 건 저 외국인들 때문이야’ 이런 착각이 나중엔 생각 전체를 규정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혐한류 추종자들도 비슷한 착각을 하고 있다.

이런 착각은 인간사회에 만연해있다. 인간이 원래 착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킹 투하츠>를 망친 것은 도너츠다‘라는 착각도 발생한 것이다. 도너츠가 당장 눈에 확 띄는 얄미운 존재이기 때문에, ’쟤가 다 망쳤어‘라고 생각하면 속이 편해진다. 우리는 이렇게 편한 쪽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의 속성이다.

이런 원리로 희생양이나 마녀사냥이 나타난다. <더킹 투하츠>에선 도너츠가 희생양이었던 셈이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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