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당하지만 '검수더박'(검찰 수사권 더 박탈)은 맞는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검찰의 직접수사가 지나치게 많이 이뤄지는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지적으로 검찰조직과 윤석열 인수위, 보수언론 등이 사생결단식 반대를 외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송 논설위원은 20일 칼럼 <검사가 ‘제왕’ 된 나라에서의 검찰 개혁>에서 "우리나라 검찰이 중요 사건의 직접 수사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 알기 위해 법률가들도 잘 모르는 외국 형사사법제도와 비교해보려 하지 마시라. 신문을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며 "검수완박은 아니지만 검수더박이라면 옳은 방향"이라고 썼다. 송 논설위원은 "검찰발 수사 기사가 우리나라처럼 많은 나라가 없다. 일본 신문에서는 간혹 눈에 띌 뿐이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신문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동아일보 4월 20일 <[송평인 칼럼] 검사가 ‘제왕’ 된 나라에서의 검찰 개혁>

송 논설위원은 검사가 수사 전면에 나서지 않고 수사에 '스며들도록' 하는 게 검찰개혁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에서는 수사 조율, 유럽에서는 수사지휘권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이 사건 처리 과정에 스며들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검사의 수사 개입은 검사가 수사를 잘해서 하는 게 아니다. 소송 절차를 잘 알고 수사 현장에서 한발 떨어져 객관적으로 조언할 수 있기에 한다"며 "대형 비리 사건에 예외적으로 검사가 전면에 나설 때도 수사는 수사기관을 통해 주로 한다"고 했다.

송 논설위원은 검찰의 직접수사 근간으로 '검찰 수사관' 제도를 지목했다. 그는 "우리나라 검찰에는 많은 수사관이 있다. 어느 나라 검사나 사무보조원을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 검찰에는 사무보조원을 넘어서는 수사관들이 있다"며 "미국으로 치면 연방검찰 속에 연방수사국(FBI)이 들어와 있는 셈이다. 세상에 이런 검찰이 없다"고 썼다.

송 논설위원은 "기소와 수사는 상호 견제가 가능할 정도로 적절히 분리돼야 한다"며 대안으로 ▲수사관을 줄여 검찰의 직접 수사를 가능하게 하는 물적 기반을 최소화할 것 ▲보완수사 요구 중심의 검찰 수사지휘권을 부활시킬 것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송 논설위원은 윤석열 정부 '검찰 직할체제'를 우려하며 '검수더박' 방식의 검찰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도 검찰 출신, 대통령과 당내 경선에서 1, 2위를 다툰 후보도 검찰 출신, 황태자 법무장관 지명자도 검찰 출신, 여당 원내대표도 검찰 출신인 나라"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더 이상 검찰 개혁은 없다는 우려를 민주당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검수완박은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글로벌 프랙티스에 맞는 검찰 개혁안을 제시하고 나서 검수완박에 반대해도 반대해야 할 것"이라고 썼다.

같은 날 한국일보는 사설 <수사권 폐지하는 대신 지휘권 부활 검토할 만하다>에서 "검찰이 자체 개혁안을 제시하고 국회가 이를 수용해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검찰과 민주당 모두 파국을 피하는 길"이라며 "이해당사자인 검찰이 입법과정에 참여하면 내부 반발도 수그러들어 서로 절충점을 찾는 일도 어렵지 않게 된다"고 했다.

검찰총장 시절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주장들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을 '헌법 파괴', '나라 골간 파괴', '입법 횡포' 등 거친 표현으로 질타하는 여타 보수언론이나 인수위, 연일 집단적 반발을 이어가는 검찰조직의 입장과 상이하다.

인수위는 민주당 '검수완박' 추진에 "입법 쿠데타", "입법 폭주", "헌법 파괴행위" 등의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6일 조선일보에는 <[시론] '검수완박' 입법은 헌법 파괴>가 실렸다. 20일 조선일보는 사설 <나라 골간 파괴 ‘文·李 수호法’, 대법원조차 “이런 입법 처음”>에서 민주당에 "헌정사에 영원히 남을 오점에 이름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전국 검사장 회의, 고검장 회의, 평검사 회의, 수사관 회의 등 조직적인 공개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 남은 6대 범죄 직접수사권(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을 분리해 경찰이나 FBI 같은 다른 조직에서 담당하게 하는 안이다. 검사의 수사 개입 여지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민생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크고, 비대해진 경찰권력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어 문제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대선 후보를 지키기 위해 민주당이 무리한 입법에 나섰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행정부 산하 검찰 조직이 입법저지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과거 수사·기소권 남용 문제와 맞물려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20일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검수완박'에 따른 '경찰 파쇼' 등의 문제를 우려하면서도 "우리 공무원 사회에서 검찰과 법관들만 자신들의 집단이기주의를 발현하기 위해 집단행동을 한다.(중략)문제는 검찰이나 법원이 집단행동을 할 때는 항상 자기반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 교수는 "검찰은 지금 이 국면에서조차도 정치적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다른 공무원들이라면 시민사회가 자기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을 먼저 하고 난 다음에 자기주장을 할 것"이라며 "얼마 전 우리나라 최초로 대법원에서 공소권 남용 판결이 내려졌는데, 그 공소권 남용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지금 지검장으로 승진해 검찰 조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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