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외교부가 우크라이나 현지 취재를 제한하자 유럽 주재 특파원들이 '언론의 기능을 수학여행 정도로 격하시켰다'고 성토에 나섰다.

KBS 김귀수 베를린 특파원, 유원중 파리 특파원, 김대원 파리 촬영기자, 조영중 파리PD 특파원, 동아일보 김윤종 파리 특파원, 조선일보 정철환 파리 특파원 등은 15일 성명서를 통해 여행금지 국가의 취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뉴스로 다뤄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한국 언론사들은 제대로 취재해 보도할 수 있는 길이 막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달 3월 18일 한국 언론인의 우크라이나 방문 제한을 일부 풀었다. 그러나 외교부는 예외적 방문을 허용한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가장 먼 서남부 체르니우치주 지역(루마니아 국경 도시) 취재만 허용하고 있다. 이마저도 한번에 4명 이내, 2박 3일 동안만 체류를 허용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KBS와 SBS를 시작으로 연합뉴스, YTN, 동아일보, JTBC, MBC 등이 3일씩 현지 취재를 한 바 있다.

지난 2월 1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시민들이 대형 국기를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사진=UPI 연합뉴스)

유럽 주재 특파원들은 “BBC와 CNN, NYT 등 세계 유수의 언론사들은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비우를 베이스캠프로 두고, 수도 키이우는 물론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동남부 도시들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다”며 “그러나 입국이 금지된 한국 언론은 그동안 거의 외신에 의존해 우크라이나 전황을 보도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외교부는 결국 ‘공익적 목적의 취재와 보도’를 허용하는 척하면서 언론의 기능을 ’수학여행‘과 같은 행위 정도로 격하시켰다”며 “안전을 내세워 국민들의 알 권리 신장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외신에만 의존한 뉴스에는 공습으로 폐허가 된 곳만을 주로 보여주고 있다”며 “전쟁의 참상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인권과 궁핍의 문제 등은 언론이 주목해야 할 이슈이다. 여행이 금지된 이 나라의 상황을 우리 국민을 대신해 알릴 책무가 언론인들에게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 “다만 외교부는 ’예외적 여권 사용‘을 허가하도록 한 법이 만들어진 취지가 무엇인지 숙고해보길 바란다. 외교부가 충분한 정보력을 갖고 위험지역을 세분화해 설정한다면 현재와 같은 일방통행식 금지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일단 전쟁이 난 곳이니 한국인은 누구도 들어가지 말라는 식의 보신주의적인 행정 규제는 후진적”이라며 “현재 외교부가 시행하고 있는 ‘예외적 여권 사용’에 대한 추가 제한은 언론 자유에 대한 통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다른 나라 특파원들이 누리는 언론의 자유와 비교해 창피할 수준의 보도 기능을 허가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처사에 재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외교부의 허가 없이 우크라이나에 전쟁 취재를 위해 출국했다가 귀국한 프리랜서 사진가가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여권법 위반 혐의로 프리랜서 사진가 40대 남성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해당 사진가는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가 발령된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달 초 폴란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입국하고 2주간 체류한 뒤 돌아온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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