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이 지명되면서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정식 후보자의 일성은 윤 당선자와 재계가 주장해 온 '최저임금 차등적용'이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16년 "1만원 못 주는 업체는 망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강조한 바 있다. 이 후보자 사무총장 시절 노사발전재단은 출장비 부정수급, 직장 내 성희롱, 개인정보 유출 등 각종 비위행위로 국회에서 '존폐' 여부까지 거론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과거 "시간당 1만원 지급할 능력이 없는 업체는 망해야" 발언

이정식 후보자는 30년 넘게 한국노총에서 일한 노동계 정책 전문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노총에서 정책연구위원, 기획조정국장, 정책본부장, 투쟁상황실장,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1~3기 노사정위원회 위원, 건설교통부 장관 정책보좌관,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 근로자위원 등의 이력을 가지고 있다. 2020년 9월부터 삼성전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4일 윤 당선자는 "노동 현장의 풍부한 경험과 각종 위원회 활동을 쌓은 정책 전문성을 두루 겸비했다"며 "노사관계를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전문가로, 합리적 노사관계 정립의 밑그림을 그려낼 적임자"라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인선 발표 현장에서 이 후보자는 '경영계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최저임금 차등적용 등을 윤 당선자에게 요구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를 하고 있는데, 그동안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관련해서는 수많은 노사간 논의가 있어왔다"며 "최임위는 노·사·공익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의견을 조율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빨리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대책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대선후보 시절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전향적 검토'를 주장했다. 윤 당선자는 "최저임금을 200만 원으로 잡으면 150만 원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은 일을 못해야 하느냐"고 주장해 재차 논란을 빚었다.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재계가 매년 주장하는 사안이다. 지난 5일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되자 류기정 사용자위원(한국경영자총협회)은 "법적으로 보장된 업종별 구분적용이 그동안 심도깊게 논의되지 않았다"며 "올해는 전향적으로 논의하는 최임위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모든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생계 최저선을 보장해야 한다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우선 지역별 차등적용은 법적 근거가 없다. 법적 근거가 있는 업종별 차등적용은 저임금 업종에 대한 낙인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어떤 업종의 최저임금을 어느정도 수준으로 차등적용해야 하는지 기준도 없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제도가 처음 도입됐던 1988년 한 차례만 적용됐으며 지난해 27명 최임위원 중 15명이 반대해 부결됐다.

중앙선데이 2016년 04월 10일 <“1만원 못 주는 업체 망해야” vs “1% 올리면 채용 6.6% 줄어”>

이 후보자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최저임금 인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을 당시 한국노총 사무처장으로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주장했다. 그는 당시 중앙일보가 기획한 경총 관계자와 대담에서 "현재의 최저임금(당시 시간당 6030원)은 생계비의 80% 수준밖에 안 된다. 최저임금을 받아서 가족을 부양하기는 어렵다"며 "최저임금의 취지는 노동자의 건강한 인간적 삶을 보장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시간당 1만원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영세한 업체는 망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노동계에서 최근 몇 년간 시간당 1만원(주당 40시간 근로 기준 월 209만원)의 최저임금을 주장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최저임금은 경제논리보다 임금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과 문명화의 수준, 품격을 반영한다.(중략)지금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나오는 것은 소득 양극화와 노동시장 이중 구조, 경기 둔화 문제를 임금 인상을 통해 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했다.

특히 이 후보자는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주장하는 경총 관계자에게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합의하면 산입 범위나 업종별 차별화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최저임금은 9160원이다. 하지만 현재 이 후보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관련해 수많은 논의가 있어 최임위가 의견을 조율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2016년 6월 28일(최저임금 책정 법정시한)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통화에서 노동계가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현재 최저임금을 가지고는 단기노동자 생계비의 70%밖에 충족을 못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들이 2~3인 가구의 주 소득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나 중소영세기업이 버틸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기업의 책임을 거론했다. 이 후보자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는 저임금으로 고된 노동, 임금 착취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도 있지만 임금을 대폭 올려 구조조정을 촉진해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겠다는 뜻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이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쌓은 사내유보금을 풀고, 초과 이윤을 하청업체나 협력업체 등에 적정 이윤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무총장 시절 노사발전재단 '존폐' 거론된 이유

이 후보자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을 맡았다. 이 시기 노사발전재단은 비위행위가 끊임없이 발생해 국회로부터 "존폐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질책을 받았다.

노사발전재단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국정감사에서 ▲출장비 부정수급·업무추진비 사용 지침 위반·직원채용 업무 소홀·채용기준 미준수 등 각종 비위행위와 방만운영·낮은 장애인 의무고용률 ▲직장 내 성희롱 ▲임직원 개인정보 유출 등을 지적받았다. 2016년부터 2019년 7월까지 노동부와 자체감사를 통해 징계 41건, 경고 65건 등이 조치됐다. 노사발전재단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발생했다.

2017년 4월 3일 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취임식 (사진=노사발전재단)

2019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임직원 정보유출 건에 대해 "국감 때마다 직원 비위행위로 문제가 됐다. 사무총장이 옷 벗을 각오로 조직 혁신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당시 재단 직원 A 씨가 자택에서 회계 담당자 ID로 재단 그룹웨어에 접속해 임직원 실명,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급여액 등의 정보를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이 후보자는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조직혁신과 내부시스템 개선, 신규인원 충원 등을 통해 문제가 개선되고 있지만 터져나오는 문제는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정미 의원은 "공공기관인 노사발전재단에서 기강 해이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재단에 대한 강도 높은 업무 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직원 288명 조직에서 이렇게 많은 비위 사건이 발생한다. 2016년부터 발생한 비위가 다시 재발한다는 것은 시스템 개선 후에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재단 존폐나 통폐합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고용노동부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1년이 지나도 나아진 것이 없다"며 "그래서 노사발전재단 없애라는 의견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김학용 환노위원장은 "국감 때마다 되풀이되는 문제를 그대로 두는 것은 환노위의 직무유기"라며 "간사들과 재단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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