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개최한 방송스태프 현안 간담회에서 “근로계약서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방송제작 현장의 노동 현실이 부끄럽다”며 고용노동부의 책임있는 역할을 촉구했다.

14일 국회 본청 민주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방송스태프 현안 관련 희망연대노조 간담회'에서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이한빛 PD가 방송현장스태프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고발하고 세상을 떠난 지 벌써 6년이 지났지만 방송가의 현실이 개선되는 속도는 너무나 더디다”고 지적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K-콘텐츠의 힘은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데 정작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송스태프들이 그림자 속에 머무는 현실을 이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제는 K-콘텐츠가 짧은 기간에 방송노동자의 노동력을 쥐어짜서 만드는 가성비 상품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당 을지로위원회와 함께 저도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14일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방송스태프 현안 관련 희망연대노조 간담회'(사진=미디어스)

지난 2019년 고용노동부가 드라마 제작현장에 표준근로계약서를 도입한 것과 관련해 박 비대위원장은 “어렵게 합의한 표준근로계약서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장에서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참담할 따름”이라고 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수십 년 차 경력의 외주작가와 PD조차 계약서 없이 일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노동 현실이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방송 프로그램 결방 시 프리랜서 직원이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열심히 외주제작을 마쳤는데 방송이 결방되었다고 이미 제작을 완료한 콘텐츠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며 “콘텐츠 제작을 위해 뒤에서 노력하는 방송노동자의 삶이 고려되지 않는 현실은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땀과 정성이 투영된 노동이 없던 일이 되지 않는다”며 “고용노동부는 계약서 작성의 의무와 위반 시 제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신고가 있다면 즉각 처리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기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은 방송제작 현장 실태를 토로했다. 김 지부장은 “2022년에 대선, 지방선거, 동계올림픽이 있었고 가을에는 아시안게임, 겨울에는 월드컵까지 있다”며 “이런 이벤트가 있을 때 방송계는 특별 편성을 한다. 그 기간 동안 기존 방송을 만들던 프리랜서,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수입이 없어진다”고 전했다.

이어 김 지부장은 “그 이유는 현재 계약이 방송사와 제작자 간에만 이루어지고 있고, 제작된 프로그램이 방송된 후에만 노동자들에게 임금이 지급되기 때문”이라며 “외주 프로그램을 만드는 대다수의 프리랜서,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는 제대로 된 계약서도 없이 일하다 보니 아무런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지부장은 “방송사가 필요 인력 미만으로 사람을 고용해 일을 시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대로 따라야 한다”며 “대체인력도 없고, 연차 개념도 없다. 누구 하나 다쳐도 보상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지난 20~30년간 이러한 일이 계속되고 있다”며 “최근 여러 번의 고용노동부 조사와 법원의 판례를 통해 드라마 스태프 노동자성이 인정됐음에도 여전히 근로계약 체결률은 극히 드물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지부장은 정치권을 향해 ▲외주 인력을 포함한 프리랜서와 방송작가의 실태조사 ▲국가 예산이 사용되는 방송사의 고용계약 의무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 계약 시 스태프 고용계약서 참고 ▲프로그램 결방 시 기존 방송 스태프에게 임금 지급 ▲사전 기획비 가이드라인 도입 ▲드라마 스태프 노동자성 인정 ▲드라마제작현장의 근로기준법 강력 준수 등을 요청했다.

간담회 이후 김 지부장은 이날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이날 박 비대위원장은 ‘주변 친구들이 방송 산업 쪽에 많이 있어 어려운 점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며 “문 대통령 임기 전까지 프리랜서 실태조사부터 방법들을 찾아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고용노동부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비례대표)에 제출한 ‘방송 3사 방송작가 직접고용 시정지시 결과’에 따르면, 지상파 3사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판단된 152명의 작가 가운데 18명에 대해 무기계약직 직접고용 계약을 체결했다. 49명에 대해서는 최대 2년 기간제 계약을 맺었으며 28명은 근로계약을 거부하고 프리랜서 신분을 유지하기로 했다. 57명은 퇴사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KBS·MBC·SBS 보도·시사 분야 작가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작가 363명 중 152명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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