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지난달 31일 열린 KBS 전국시청자위원회에 참여한 지역시청자위원들이 본사에 물적, 인적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용기 KBS울산 시청자위원장은 “울산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은 TV 4개, 라디오 2개인데 PD는 5명으로 울산MBC 7명, UBC 8명에 비해 인원이 적다”며 “이 중 2명은 올해 퇴직하고, 2024년 2명이 추가로 퇴직해 2025년에는 PD가 1명밖에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3월 31일 KBS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회 KBS 전국시청자위원회 (사진제공=KBS)

민 위원장은 “수신료 관련 인원은 3명으로 2025년이 되면 한 명도 남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그 와중에 <남희석의 울산시대> 프로그램을 첫 시작하고 울산 공업지구 지정 60년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산업수도 울산 KBS를 계속 방치할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유희철 전주 시청자위원장은 “전주KBS 방송총국은 인적, 물적,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낮은 제작비와 부족한 설비와 이를 관리 운영할 인력이 부족해서 발굴한 콘텐츠의 품질을 강화하는 데 매우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박종호 부산 시청자위원장은 “편성제작 예산 중 중앙에서 30%라든지 일정 부분을 사용하고 나머지 60~70% 정도를 지역 인구 할당을 통해 지원해주셨으면 한다”며 “삼성전자 광고를 지역에서도 보지만 모든 광고는 중앙방송으로 가고 있다. 지방분권 출발이 이런 프레임을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형 제주 위원장은 “제주도는 관광객 숫자가 매해 2,500만 명이고 지역민과의 여러 갈등이 있어 방송이 커버해야 할 영역들이 넓어지고 있지만 채용에 있어 호남권과 한 카테고리에 속해 인재들이 경력이 쌓이면 제주도를 떠나는 인력 공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호남권과 제주를 분리해 인력을 채용하는 방식을 경영진에게 제안했다. 임전배 대전 시청자위원은 인력난의 해결책으로 지역 대학생, 지역 출신 지원자들의 지역 KBS 입사 우대 정책을 제안했다.

김창주 순천 부위원장은 “여수, 순천, 광양, 고흥은 인구 100만이 넘어가는 또 하나의 광역도시 출범을 앞두고 있다”며 “공영방송이 선제적으로 들어와 통합 과정에서 잘못된 투자정보 등을 예방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대구 부위원장은 “‘KBS 뉴스7’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인력이나 재정 예산이나 여러 가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부분들이 보강되어야 안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재 부사장은 지역국 자체 프로그램 제작비 예산은 해마다 증가시키는 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인력 문제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인력 감축 계획을 가지고 있다보니 지역뿐만 아니라 본사도 굉장히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일종의 내핍을 해야 할 상황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울산의 경우, 퇴직 시 다른 지역에서 인력을 보내거나 채용을 통해 현 인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역국 기능 조정' 오락가락하는 사이 "지역국 빈껍데기 방송국 전락"

을지국을 포함한 지역국 기능 조정도 이슈였다. 정기영 목포 시청자위원장은 “KBS 전국 시청자위원회가 3년 동안 운영되면서 늘 지역방송 활성화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같은 기간 ‘을국’이라 말하는 지역국은 기능이 조정된다고 했다가 존속된다고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직원, 시청자, 시청자위원들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정 위원장은 “당시 을지역국 기능 조정은 총국 중심으로 인력과 기능을 집결해 지역 중심의 콘텐츠와 경쟁력을 향상시키자고 하는 목적하에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3년이 지난 후 과연 역량이 강화되었는가”라며 “부사장과 경영진은 지역방송 활성화는 공적 책무라고 하셨는데 안건을 보면 ‘지역방송 활성화’가 아니라 ‘지역총국 활성화’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지호 원주 시청자위원은 “강원권 뉴스를 춘천총국에서 통합하면서 원주지역 뉴스가 질적인 면과 양적인 면에서 너무 빈약한 상태”라며 “크고 작은 지역 고유의 이슈를 들여다볼 수 없는 점도 아쉽지만 원주지역 현안들이 잘 다뤄지고 있지 않는다는 점은 특히 심각하다. 공영방송 KBS가 지역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비판을 면하기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원주지역 뉴스는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 현실로, 사실상 지역국은 빈껍데기의 방송국으로 전락했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이재강 지역정책실장은 “현재 KBS 뉴스7 프로그램 제작비로 전례 없이 해마다 약 44억 원이 투입되고 있다”며 “총국 중심이 KBS 뉴스7이 되어있는 상황이다 보니 풀 파일 시스템을 한 개의 총국당 약 30억 원 정도의 투자를 해 구축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을지국과 관련해 “기능 조정을 지역방송 활성화를 위해 실시하고자 했던 것인데 의도와 달리 진행이 안 되는 상황이 수년째 계속되면서 목표했던 바가 사실상 현실화되지 못한 측면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역국의 경우, 지역의 구체적인 내용일지라도 양을 증가시키고 도달 범위를 넓히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진행 중이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아쉬움은 차차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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