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가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민실위는 12일 <최저임금과 리어카와 ‘김건희 슬리퍼’ 사이> 논평을 통해 “물가가 줄줄이 치솟아 사람 잡을 지경인데 (언론은) 최저임금을 올리지 말자 한다”고 지적했다. 민실위는 “도시가스료와 전기값이 오르고 기름값도 당분간 떨어지기 힘들다는데 최저임금을 업종과 지역에 따라 차등하자 한다”며 “결국 사용자의 최저임금 부담을 덜자는 건데 말이 될 소리인가”라고 반문했다.

한국경제를 비롯한 보수·경제지는 최저임금 인상 논란과 관련해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4일 기사 <"최저임금 부담에 혼자 일해야 할 판" 중기·자영업자 '절규'>에서 “최저임금 차등화를 요구하는 소상공인·중소기업 업계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며 “지불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최저임금 탓에 국가 경제 전반에서 비효율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라고 전했다.

13일 네이버 검색창에 '최저임금 상승'을 검색한 결과

파이낸셜뉴스는 4일 사설 <지역·업종별로 다른 최저임금이 합리적>에서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단기간 과속 인상하면서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라면서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 5% 인상 시 사라지는 일자리가 10만개에 이른다. 줄어든 일자리 상당수는 숙박·음식업 등 소규모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서울경제는 6일 사설 <‘최저임금 과속 인상’ 실패 교훈 삼아 업종별 차등화부터>에서 “최우선 과제는 최저임금의 업종·지역별 차등화”라며 “원자재 값 급등과 금리 인상으로 힘든데 과도한 노동 비용까지 추가되면 기업들은 생존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새 정부는 최저임금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보도로 <지난해 158만명 비자발적 퇴직…"최저임금 상승 가팔라">(TV조선), <'최저임금 직격탄' 1년째 공장 문닫아…"인건비 감당 못해">(이데일리), <일회용품 제한·최저임금 차등제…편의점 "현실화 절실">(아주경제), <최저임금 높은데 유급휴일까지…고개 든 ‘주휴수당 폐지론’>(파이낸셜뉴스), <'최저임금 차등화'에 편의점 업계 '쫑긋'…"다 죽는다, 현실화 간절">(머니투데이) 등을 꼽을 수 있다.

이같은 언론 보도에 대해 민실위는 “기함할 집값과 전셋값 때문에 가뜩이나 삶이 어려운 노동자를 보듬지는 못할망정 궁지로 몰아서야 될 일인가”라며 “삶이 어려워지면 임금도 올려 줘야 마땅하다. 8.3% 오른 치킨 한 마리로 가족과 함께 웃을 여유가 있어야 다음날 아침 사업장에 새 힘이 돌 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4.1% 올랐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도 5.0% 상승했다. 올해 3월 외식 물가는 지난해 동월 대비 6.6% 상승했다. 품목별 상승률은 짜장면(9.1%), 김밥(8.7%), 치킨(8.3%) 순이다. 1998년 4월 이후 23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소비자물가도 10년 만에 4%대 상승률을 보였다.

민실위는 기업이 대주주인 언론사들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다며 “해마다 한경연에서 내놓은 ‘최저임금발 고용 쇼크’와 ‘올리면 망한다’ 타령을 그대로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민실위는 “족벌이나 기업이 듣기에 좋은 소리만 해온 것”이라며 “올해에도 오직 최저임금을 시급 1만 원 아래로 붙들어 두거나, 오히려 깎아내릴 틈까지 엿본다”고 덧붙였다.

KBS 지난달 21일 기사 '시급 950원 13km 인생'...GPS로 확인한 폐지수집노동 실태' 보도화면 갈무리

민실위는 “당신 보도를 족벌과 기업만 보고 듣기를 바라는 건가, 99% 시민 눈과 귀를 덮어도 거리낄 게 없는 건가”라며 “우리는 이러한 태도를 두고 ‘공정 언론’이라 일컬은 바 없고, 누군가 그리 말한 걸 들어 본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민실위는 “부디 공평하고 올바른 신문과 방송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실위는 고단한 노동과 아픔을 조명한 보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실위는 KBS대구의 기획보도 <GPS와 리어카>를 꼽으며 “최저임금 시급 9160원은커녕 948원짜리 리어카를 끌며 폐지 줍는 이에게 눈길 두고 다가가는 기자가 아직 있다”고 밝혔다.

해당 기획보도는 취재진이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의 노동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GPS를 활용해 데이터를 모으고 연구기관과 함께 분석을 진행했다. GPS로 확인한 폐지수집 노인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1시간20분이었으며 이들은 매일 13km를 다녔다. 이들이 번 돈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948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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