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중앙일보와 매일신문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만남을 '전·현직 대통령 소통의 계기', '악연을 해소하는 계기' 등으로 추켜 세웠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윤 당선자가 박 전 대통령에게 "면목이 없다"고 고개를 숙이고, 박근혜 정부를 계승하겠다는 의지까지 내보이자 정치적 이익을 위해 대통령 탄핵마저 부정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중앙일보는 <윤석열·박근혜 회동, 전·현직 소통하는 계기 되길>에서 윤 당선자와 박 전 대통령 회동을 '일상으로의 복귀'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현직 대통령과 전임 대통령의 소통이 단절돼 문제였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 도착해 박 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는 윤 당선자가 박 전 대통령에게 "늘 죄송했다" 등의 발언을 한 데 대해 "인간적 정리(情理)에서 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고 본다"며 "윤 당선인이 검사 시절이었던 2016년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으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해 박 전 대통령의 중형을 끌어낸 악연을 감안하면 말이다"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박 전 대통령이 윤 당선자에게 "대통령 자리가 무겁고 크다. 정말 사명감이 무섭다"고 한 발언에 대해 "DJ가 말한 전직 대통령들의 국정 경험과 지혜가 이런 것일 것"이라고 했다. 또한 중앙일보는 윤 당선자의 박근혜 정부 계승의지에 대해 "인상적"이라며 "이전 정권과의 무조건적인 단절은 분열을 낳을 뿐만 아니라 과거로부터 배울 기회를 앗아가기 때문"이라고 썼다.

매일신문은 같은 날 사설 <드디어 만난 尹과 朴, 악연 털고 국가 발전 힘 모으기를>에서 "이번 회동이 윤 당선인과 특검 수사 피의자였던 박 전 대통령 간의 악연이 발전적으로 해소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며 "보기 좋은 그림"이라고 했다.

매일신문은 두 사람의 회동이 미칠 정치적 파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매일신문은 "윤 당선인에게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은 뜨거운 감자였다.(중략)박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이 윤 당선인 지지를 거부하면서 보수 진영이 분열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음 총선 때까지 2년 동안은 172석의 거대 야당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윤 당선인으로서는 결정적인 악재다. 이번 회동은 그런 우려를 씻어 줬다고 할 만하다"고 썼다.

그러나 대다수 주요 신문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사과 한 번 없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고개를 숙인 윤 당선자를 비판했다. 국정을 사유화한 범죄가 발각돼 국민들로부터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에게 윤 당선자가 무엇이 죄송하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13일 경향신문은 사설 <탄핵 수사 다해놓고 박근혜에 “면목 없다” 한 윤석열>에서 "윤 당선인은 '인간적인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했지만, 그런 수준을 넘어섰다"며 "탄핵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말로 들린다. 촛불시민의 이름으로 분노와 함께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배우고 있다는 윤 당선자 발언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쿠데타로 집권한 헌정 파괴자이자 독재자였다며 "모든 정책을 민주적 절차를 통해 추진하는 시대이다. (중략)그런데 정부가 주도하는 박정희식 국정운영을 배우고 있다니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탄핵을 당해 대통령 예우를 받지 못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편의 제공'을 약속한 윤 당선자에게 "도대체 법치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한겨레는 사설 <윤 당선자의 TK행과 박근혜 만남, 이게 ‘국민통합’인가>에서 "이날의 만남은 단순한 전직 검사가 아니라,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자신이 수사했던 국정농단 사건의 당사자를 찾아가 마련된 자리였다"며 "대체 무엇이 죄송했고 면목 없었다는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한겨레는 "국정을 사유화한 중범죄가 발각돼 국민의 촛불로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이다. 게다가 사면복권된 지 겨우 3개월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 뿐"이라며 "벌써부터 대리인을 내세워 정치활동을 재개하려는 그에게 왜 대통령 당선자가 찾아가 고개를 숙이는 것인지,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로선 황당하고 분노가 치밀 뿐 "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 후 사저 인근을 찾은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사설 <尹·朴 회동, '사저 정치' 명분 돼선 안 돼>에서 "이날의 만남이 사면 취지에 부합하는 국민적 화해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유영하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맡아 이미 정치 관여 논란이 불거진 마당이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명예회복이나 측근 세력의 부활을 위해 ‘사저 정치’를 본격화하면 국민통합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윤 당선인 만난 박 전 대통령, 자숙하고 사과해야>에서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된 것은 그의 죄를 국민들이 용서했거나 면죄부를 줬기 때문이 아니다. 5년 가까이 형을 산 데다 건강이 악화돼 치료가 필요하다는 판단과 함께 국민통합을 바라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최소한의 책임을 느낀다면 섣부른 정치 행보가 아닌, 지난 과오에 대해 반성하고 자숙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윤석열-박근혜 만남, 정치 아닌 예방으로 끝내야>에서 "그간 쌓인 응어리를 푸는 자리를 마련한 것 자체를 폄훼할 일은 아니다. 다만 만남은 만남 그 자체로 끝나야지 서로 지나치게 정치적, 정략적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며 "6월 지방선거를 50일 정도 앞둔 시점에서 당선인 신분으로 지역 순회를 하는 것을 두고 선거용 행보 아니냐는 논란을 사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유영하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저를 알던 거의 모든 사람이 떠나갈 때도 저의 곁에서 함께 참아냈다'는 육성까지 공개했다"면서 "(윤 당선자와 박 전 대통령)둘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속 깊은 얘기’도 나눴다고 한다. 공연한 궁금증과 추측을 유발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