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찰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과 관련해 집단 항명에 나서면서 '조직이기주의'라는 언론 비판이 모아진다. 행정부 산하의 검찰 조직이 입법저지를 위한 사생결단식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수사권 남용 전력 등 제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하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11일 검찰은 전국지검장회의를 열어 '검수완박'에 대한 반대의사를 집단적으로 표명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검찰 수사 기능이 폐지되면 더는 직무를 수행하는 의미가 없다며 법안 저지를 위해 직을 걸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8일 전국 고등검사장 회의를 열고 '검수완박'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결의했다. 민주당은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검수완박'에 대한 당론을 정한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1일 대검에서 열린 전국지검장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검찰 수사 기능을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으로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유지하고 있다. 제도가 안착되기도 전에 무리하게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떼어내면 수사 현장에서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검찰의 이 같은 주장은 사실에 부합한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의 전문적 수사역량이 필요한 중대범죄 사건이 성급한 '검수완박'으로 제대로 처리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수사권 조정은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동반하기 때문에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은 시기적으로 '정치적 입법'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대통령 후보를 지키기 위해 무리한 입법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수완박' 입법 저지를 위한 검찰 집단행동은 '검찰 직접 수사권 폐지'라는 대의에 반하는 '조직이기주의'라는 언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한국 검찰의 막대한 수사·기소권을 축소해야 한다는 명분에 당사자인 검찰이 집단반발에 나서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12일 동아일보는 사설 <與는 무모한 ‘검수완박’, 檢은 조직이기주의에서 물러서라>에서 "(검찰은)말로만 시기상조일 뿐 실제로는 중대 사건 직접 수사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검찰 본연의 임무는 기소와 공소 유지다. 선진국 검찰은 수사지휘권이나 수사권이 있어도 직접 수사는 자제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검찰이 우리나라처럼 방대한 분야에서 직접 수사를 하는 나라는 없다. 그런데도 교묘한 논리로 선진국 형사사법제도의 실태를 오도하는 강경파 검사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는 지난 8일부터 검찰 간부들이 작성한 '검수완박' 반대글 수십개가 올라오고 있고, 이는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1년여 전에 수사권 조정이 있었지만 여전히 검찰의 권한은 과도하다. 반드시 축소해야 한다"며 "다만 형사사법제도는 국가의 근간이 되는 제도인 만큼 앞선 수사권 조정이 안착되는 것을 봐서 단계적으로, 그러나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같은 날 사설 <檢총장까지 가세한 '검수완박' 반발...중립성도 고민을>에서 "검찰은 수사권 박탈이라는 극약처방이 나온 배경까지 성찰해야 한다. 권력의 시녀로 기능했던 원죄가 검찰개혁의 출발"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수사지휘권 폐지 등 검찰권 강화를 공언하고 있지만 검찰이 상황을 오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검수완박의 명분이 없다고 해서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11일 대검에서 전국지검장 회의를 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전국 지방검찰청 검사장 18명과 김오수 총장, 박성진 대검 차장, 예세민 기획조정부장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신문은 사설 <檢, ‘검수완박’ 반대 앞서 자성·신뢰회복이 먼저다>에서 "검찰의 사생결단식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며 "집단행동을 이어 가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검찰 행태 또한 영 마뜩잖다"고 꼬집었다. 서울신문은 "어찌 보면 검수완박은 검찰이 자초한 업보 같은 것이다. 헌법, 즉 국민이 부여한 신성한 수사권을 남용 또는 유기하는 등 자의적으로 행사한 사례가 어디 한두 번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검찰은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여야 후보 의혹 사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해 권력 눈치보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 또 대선 직후 3년동안 묵혀 온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본격화 해 정치적 의심을 샀다. 이 밖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사건, '99만원 불기소 세트' 검사 술접대 사건 등으로 '제 식구 감싸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서울신문은 "수십 년 이상 검찰개혁은 국가의 핵심 과제로 설정되고 있는데, 그 이유를 검찰 스스로 겸허히 되돌아보고 검찰 수사가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을 먼저 마련해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이 검수완박 절대 반대 이전에 검찰이 할 일"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검찰총장과 지검장 모두 “검수완박 반대”, 자성이 먼저다>에서 "우선 행정부 소속인 검찰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입법권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기를 드는 것은 헌정 질서에 반한다"며 "더구나 지금은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추진할지 말지 확정하지도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그동안 검찰 수사는 공평하지 못했다. 정치 권력에 굴종해 권력의 반대편을 향해서만 칼을 들이댔다"며 "지금 검찰이 할 일은 이런 과거를 철저히 반성하고 새 출발을 다짐하는 것이다. 성찰 없이 조직의 권한이 줄어드는 것에만 반대하는 것은 조직이기주의에 불과하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수완박'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거나 검찰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文 대통령 보호 위해서라는 ‘검수완박’, 文이 입장 밝혀야>에서 "궁금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이라며 "이 법의 수혜자인 문 대통령이 자신의 불법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찰 수사권 박탈 법을 만드는 데 동의하는지 여부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현 정권이 임명한 김오수도 반대하는 검수완박>에서 김 총장이 '배수진'을 쳤다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제외한 법무·검찰의 검사장급 이상 간부 전원은 물론, 일선 검사들까지 '내로남불 수사 무력화' '방탄 입법'이라며 반대하는 마당에 검찰 조직 수장으로서 당연한 결단"이라고 추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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