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0일에 방영된 <KBS스페셜> '대운하, 물류로 보다'의 한 장면이다.

이날 <KBS스페셜>은 독일과 네덜란드 운하 등을 찾아가 운송수단별 수송단계를 집중 분석하는 등 한반도 대운하를 순수히 '물류효과' 측면에서 조명했다. 처음부터 정치논리에서 시작된 한반도 대운하를 '경제논리'에서 실효성만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과연 어땠을까. 독일운하건설과 관리에 직접 참여했던 아놀드 로트마이어의 말은 이날 방송의 핵심이다.

"한국에서 강들을 연결하면 바닷길보다 거리는 짧아진다. 그리고 운하는 기수의 영향을 덜 받는다. 풍랑이나 밀물, 썰물이 없어 운하의 수위는 안정적이다. 문제는 한국의 도시들 간에 운송할 제품들이 있냐는 것이다. 아마 하나도 없을 것이다."

KBS의 취재결과 아놀드씨의 말처럼 지난 10여년간 서해안 항만 개발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등 한반도 운하의 핵심인 경부운하를 이용할 화물량이 별로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 한강에서 부산 낙동강까지 운송 수단별 걸리는 시간은 △운하 약 58시간 △트럭 약 7시간 △기차 약 8시간이었다.

운하의 경우 비용면에서 저렴할지는 몰라도 시간 면에서 전혀 경제성이 없는 것이다. 일분일초가 급한 사업주들 입장에서 운하가 '매력적'으로 보일리 없다.

이날 KBS 취재팀은 부산항에서 서울 수도권(경기도 파주)으로 향하는 화물트럭에 동승해 도로 사정을 살펴보기도 했다. 평일 오후 1시. 차는 톨게이트에서 잠시 정체되기도 하지만 고속도로를 쌩쌩 달렸다. 걸리는 시간은 약 6시간. 화물트럭을 운전하는 이는 "지금 싣고가는 화물의 경우에도 공장에 바로 들어가서 작업해야 하는데 어떻게 운하를 이용하겠냐"며 "운하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도 '대운하의 꿈'을 통해 찬반대립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가 과연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를 선사할 것인지에 대해 해답을 강구했다.

SBS취재팀은 '대운하의 물동량과 경제성 논란' '지역 터미널 효과' '관광효과' '환경파괴' 등에 대해 쟁점별로 나눠 찬반 입장을 들었다. 또 경기도 여주군 등 대운하예정지의 사람들을 만나 역시 그들의 입장을 들었다.

그 결과 '지역발전'을 위해 대운하를 찬성하는 이들은 실상 대운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아파트 값이 거의 3배 오르는 등 대운하 터미널 예정지에 대한 땅투기만 급속히 증가했을뿐. 지역민들은 "대운하로 지역경제가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순박한 바람만을 드러냈다.

또 SBS는 '불도저식' 한반도 계획이 빠뜨린 여러가지 허점들을 짚었다. 골재채취로 인해 지하수가 강으로 빠져나가는 폐해, 터미널부지로 수용될 지역 주민의 주거와 실업문제 등등.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되냐"는 부모님의 질문에 자식은 기가 막힌다.

수많은 문제점 속에서 한반도 대운하로 결국 이득을 보는 것은 땅을 소유하고 투기한 사람들, 일부 건설업체들 뿐이었다. 일부 지역에서 대운하를 찬성하는 단체는 실제로 건설업체를 소유하고 있는 이가 대표였다.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한반도 대운하'였지만 실제로 이를 집중 조명한 시사프로그램은 몇개 되지 않았다. 물류효과를 집중 분석한 <KBS스페셜>과 여러 쟁점들과 대운하 계획의 허점들을 짚은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런 점에서 매우 반가운(?) 프로그램이었다.

이 두 프로그램은 모두 "과연 한반도 대운하는 실효성이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으나, 프로그램 말미에서는 "물류효과도 별로 없고 결국 이득을 보는 이들은 일부 건설업체와 투기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도 꼭 한반도 대운하를 해야하는 겁니까? 도대체 왜 하는 겁니까?"라고 이들은 묻는다. 국민들도 궁금하다. 이제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책임있는 답변을 해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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