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지하철 9호선에서 발생한 장애인 사망 사고에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에스컬레이터 차단봉 설치를 권고사항으로 정해둔 서울시에 원천적인 잘못이 있다”며 “서울시장이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7일 낮 12시 55분께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승강장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 떨어져 숨졌다. 에스컬레이터 앞에 휠체어 진입을 막을 수 있는 차단봉이 설치되지 않았다. 양천향교역은 서울교통공사가 아닌 민간사업자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운영한다. 차단봉 설치는 현재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가 7일 오후 전동휠체어 사고가 발생한 서울 강서구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취재진에게 사고가 난 휠체어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경석 대표는 11일 KBS1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원천적으로 에스컬레이터에 휠체어 진입을 막아야 했지만 권고사항이라는 이유로 막지 않았던 잘못이 있다”며 “이번에 사고가 난 역은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곳으로, 권고사항이라는 핑계를 대며 차단봉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서울교통공사가 관활하는 모든 역에 차단봉이 설치돼 있는 건 그만큼 관련 사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라며 “안전의 문제를 권고로 정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회피하는 서울시에 원천적인 잘못이 있다”고 했다. 이어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서울시에 사과를 요구하니 유감 표명에 그치는 등 비겁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입장 바꿔 비장애인들이 지하철에서 지속적으로 사고를 당하면 서울시장의 자리가 온전하겠냐”며 “왜 장애인은 리프트를 타고 죽어 나가도 사과 한 마디 없냐. 이는 시민권이 지켜졌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장연은 이동권을 비롯한 장애인 권리예산을 요구하며 출퇴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여왔다. 지난해 12월 6일부터 27차례 지하철 휠체어 타기 시위를 벌인 뒤 지난달 30일부터 삭발시위로 전환했다. 이들은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까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박 대표는 “출퇴근길 시위는 시민의 권리를 요구하는 시위”라며 “시민들이 누려야 할 권리이고 장애인도 시민이다. 불평등하고 차별하는 문화는 바뀌어야 하고 책임은 정부에 있고, 새로운 인수위에서 이를 약속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왜곡하고 있지만, 저희는 서울시 엘리베이터 문제, 이동권만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일할 기회를 얻고,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 함께 살자고 주장하기 위해 ‘장애인 권리예산’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촉구하며 지하철에 탔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인구의 30%가 이용하는, 장애인만 이용하는 시설이 아니므로 마치 엘레베이터 설치 요구를 장애인 예산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나의 역사에 하나의 동선으로 엘리베이터를 연결하라는 '1역사 1동선'을 요구해왔는데 고령화 시대에 수많은 노인이 같이 타기에 하나의 동선으로는 부족하다. 1역사 2동선으로 확대 발표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오는 13일 오후 3시 JTBC <썰전 라이브>에서 이준석 대표와 토론을 앞두고 있다. 박 대표는 이 대표의 ‘비문명’ 발언에 대해 “비문명의 범주는 이 대표가 들어가 있는 집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지하철 타는 것을 가지고 문명과 비문명 개념을 왜곡하며 얘기하는 건 과대 포장으로 보인다. 이를 불법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SNS에 전장연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28일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이 시위 현장을 찾아 무릎 꿇고 사과했지만, 이 대표는 “선량한 시민의 불편을 야기해 뜻을 관철하겠다는 비문명적 방식”이라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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