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잃은 이유는 뭘까? 이 주제에 대해 대선 전후로 언론인부터 전문가, 온갖 SNS 애호가까지 앞다투어 진단을 내놨다. 그 모든 걸 종합해서 한 마디로 하자면 ‘자기들끼리만 알아듣는 얘기를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밀어붙였다’는 것에 가깝다. 이 과정에 부동산 문제 포함 보통 사람들의 직간접적 피해도 있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파적 이득만을 추구했다는 게 지난 대선을 지배했던 ‘정권교체론’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억울한 얘기도 있겠으나, 적어도 그런 정치를 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하긴 어려운 게 더불어민주당의 현실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다시 ‘검수완박’을 말하고 있는데, 대선 패배의 교훈을 찾지 못하고 다시 제 발로 함정에 걸어 들어가는 꼴이다. 이런 정치로는 2012년 정권 상실 이래 존재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일본 민주당의 후신들처럼 될 수 있다.

‘검수완박’은 정치적 방언이다. ‘자기들끼리만 알아 듣는 얘기’라는 것이다. 물론 검찰로부터 직접수사권을 분리하는 조치 자체는 연구해볼만한 주제다. 그러나 이것은 수사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할 문제이다. 현재 검찰이 갖고 있는 직접수사권은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와 한묶음을 이루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것은 문재인 정권이 추진한 ‘검찰개혁’의 결과물이다. 이 틀이 안착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당장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저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도 문제고, 충분한 효과가 검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성급하게 나서는 것도 문제다.

개혁은 명분이 중요하고 따라서 국민적 동의를 얻을 필요가 있다. ‘자기들끼리만 알아 듣는 얘기’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검수완박’은 오로지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정파성 안에만 머무르고 있다. 검찰개혁을 주장해 온 전문가들도 현실에 맞지 않거나 시기상조라고들 평한다.

10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검수완박" 정권 말 정점 치닫는 ‘검찰 전쟁’> 방송화면

일각에서는 4월 안에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성과를 낼 것이라고 본다.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하면 거부권 행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라는 거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가 재의결하면 법안이 공포된다. 거부권을 이유로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는 ‘자기들끼리만 알아 듣는 얘기를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였다’는 평가에 정확히 들어맞는 일이 된다는 점에서 ‘검수완박’의 일방처리가 정치적 실패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명분이 없이는 아무리 다수 의석을 갖고 있어도 마음대로 하는 것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거다.

특히 지금 상황에서 비어있는 명분의 자리는 ‘정파적 이득의 추구’라는 평가에 빼앗길 수밖에 없다. 당장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바, ‘검수완박’은 이재명 전 지사를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보복수사론’을 주장하면서 이런 해석을 굳이 부정하지도 않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어차피 윤석열 정권이 되면 경찰이든 어디든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을 봐주겠느냐고 반응하는데, 새로운 시스템에선 권력이 연관된 수사를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공수처를 보라. 경찰도 지금까지 다뤄온 사건 수사 내용을 볼 때 법적 쟁점이 복잡한 대형수사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보기 어렵다.

검찰개혁을 논하면 각자 유리한 대로 해외 사례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각국이 처한 현실과 역사적 경험이 모두 달라 단선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 또 이를 전제하더라도 검찰이 모든 직접수사로부터 완전히 배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제도적으로는 역할이 분리돼있더라도 권력형 비리 수사 등 필요할 때에는 일선의 수사기관과 협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제도가 아니라 관행으로 정립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대검찰청 (연합뉴스)

‘검수완박’이 다시 떠오른 일련의 상황을 조성한 정치적 방아쇠는 채널A사건 관련 한동훈 검사 무혐의 처분일 것이다. 이런 결말로 갈 거였다면 이 사건은 훨씬 더 빨리 종결됐어야 한다. 이런 처분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언론이 “족쇄가 풀렸다”고 보도하는 것은 징후적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 한동훈 검사의 요직 기용을 시사한 바 있기 때문에 다들 그게 현실이 되는지를 궁금해하고 있는 거다.

이 맥락까지 포함해서 보면 결국 요 근래의 ‘검수완박’ 논란은 한동훈 검사가 수사의 최전선에 복귀해 ‘전 정권 수사’에 손을 뻗는 상황을 그냥 두고 볼 것인가가 본질이라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맞기도 전에 복수부터 하는 꼴이다. 한동훈 검사는 처분 직후 언론에 현직 검사의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입장문을 배포하기도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일부러 더불어민주당을 도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정도다.

어찌됐건 한동훈 검사의 처신과 검찰의 집단 반발은 구태와 악습이다. 이들의 행위를 정당화 하는 것은 윤석열 당선인의 존재 자체다. 그러나 이건 장기적으로 위험 요소가 될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핵심부가 특별한 의지를 갖고 검찰 문제에 접근하지 않으면 ‘검찰공화국’은 반드시 정권 중후반부에 큰 쟁점이 된다. 채널A사건도 그때가 되면 ‘고발사주’와 함께 다시 정치권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검찰개혁’은 그런 시기에 국민적 공감을 얻은 상태로 재론하는 게 맞다. 지금 ‘검수완박’과 같은 걸 밀어붙이면 오히려 그때 가서 할 말이 없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이 ‘검찰 정상화’를 주장할 때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하지 말라고 주장해야 할 주체이다. 지금의 ‘검수완박’ 주장은 오히려 자신들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는 독이 될 수 있다. 가령 문재인 정권이 어설프게 추진하다 실패한 개혁들에 대해 생각해보라. 앞으로 누가 ‘소득주도성장’이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말할 수 있겠는가? 이미 ‘검찰개혁’도 똑같은 처지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가장 위협적이라는 상투적인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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