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집행부와 언론노조 소속 23개 중소 지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언론노조가 윤창현 위원장 공약사항이었던 ‘중소조직강화 특별위원회’(이하 중소특위)를 해산하고, 정식 협의회 전환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중소특위에 참여했던 지부들은 언론노조가 단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신속한 협의회 전환을 요구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지난해 초 중소특위를 꾸리고,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 구성원 중 오랜 기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활동을 해온 박영직 씨를 중소특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당초 언론노조는 중소특위를 정식 협의회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지난달 31일 열린 중집 회의에서 중소특위를 해산하고 ‘협의회 전환’을 연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CI

이에 언론노조 대구MBC다온지부·동아일보신문인쇄지부·연합뉴스TV지부·오마이뉴스지부·홈앤쇼핑지부·MBC방송차량서비스지부·MBN지부(가나다 순) 등 23개 지부는 중집의 ‘중소특위 협의회 전환’ 연기 결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8일 언론노조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들은 언론노조에 ▲중소특위의 정식 협의회 전환 ▲중집위원의 부적절한 언동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언론노조) 집행부는 특위를 협의회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며 “형식상 특위를 해산하고 협의회 형태로 중집의 인준을 받자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배신감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부 중집위원은 중소조직이 결성한 신규 협의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이제라도 협의회를 하고 싶으면 직종별·지역별·매체별 상설 협의체로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왜 그동안 수많은 조직을 협의회에 편입하지 않고 방치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한 언론노조 중집위원이 회의에서 중소특위를 매도하는 발언을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성명에 따르면 해당 중집위원은 “중소특위를 정식 협의회로 전환하면 향후 언론노조에 위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중집위원은 미디어오늘 지부장이 회의에 배석하자 “중집회의 내용을 기사로 쓰지 말라”고 요구했다.

23개 지부는 “자주적으로 활동해 온 특위를 ‘불순세력’으로 낙인찍는 언동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언론노조는 노조운동의 근간인 단결권조차 인정하지 않는 곳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민주적 절차로 협의회를 결성한 특위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중집 당사자들은 책임있게 답해야 한다”며 “떳떳하다면 회의에 배석한 기자에게 중집회의 내용을 기사로 쓰지 말 것을 요구할 하등의 이유가 없을 것이다. 언론노조 중집위원이 편집권 독립을 위협한 이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질타했다.

언론노조는 중소특위에 소속된 지부들의 성격이 상이해 하나의 조직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지부가 원할 시 다른 협의회에 참여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3개 지부는 “중소특위 안에는 언론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출판·인쇄 업종에 종사하거나 민영방송 등 다양한 업태를 지닌 사업장이 여럿 있다”며 “이들은 상설 협의체에 포함될 수 없다.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기구가 없다면 앞으로 중소조직은 조합비나 납부하는 ‘식민조직’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식 협의회 인정 시 중집 참여 가능… 교부금 지원도

언론노조에 소속된 본부·지부는 100여 개, 조합원 수만 1만 5천 명에 달한다. 언론노조 집행부가 모든 조직·조합원을 지원할 수 없기에 유사한 성격을 가진 조직들은 협의회를 꾸려 활동한다. 언론노조 협의회는 전국신문노동조합협의회·인쇄협의회·출판노조협의회·미디어발전협의회·방송자회사협의회와 9개 지역협의회 등으로 이뤄졌다.

협의회가 꾸려지면 언론노조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언론노조의 의사결정은 중집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중집위원은 언론노조 집행부가 지명하는데, 협의회 회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전직 언론노조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중요한 결정은 중집에서 결정된다”며 “특별한 사안이 아니면 대의원 대회는 중집의 결정 사항을 그대로 인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협의회는 언론노조로부터 교부금을 받아 산하 조직 복지사업을 실시한다. 언론노조는 협의회에 매년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최대 1200만 원의 교부금을 집행한다. 협의회에 소속되지 않은 지부의 복지혜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협의회는 산하 조직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연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공동대응에 나서기도 한다.

박영직 전 중소특위 위원장은 미디어스에 “중소특위 설립 취지 자체가 ‘협의회 전환’이었는데 1년 만에 해산시키고 전환을 연기하니 내부에서 반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해산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노조 내부에 ‘노동현안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쌓여있었다”며 “윤창현 위원장은 선거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중소특위 참여 지부 "소규모 조직 소외감 느낄수밖에"

중소특위에 참여했던 관계자 A 씨는 “중소특위 소속 방송사 지부들이 방송사노동조합협의회(이하 방노협)에 들어가길 원한다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며 “‘개별 협의체에 참여하라’는 언론노조의 제안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상파 방송사·YTN·종교방송 등이 방노협에 소속돼 있다. A 씨는 “중소특위에 참여한 지부 다수는 조직원이 30인 미만이고, 전임자가 있는 지부는 7개밖에 없다”며 “소규모 조직이 기존 협의회로 들어가면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관계자 B 씨는 “중소특위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는데 당혹스럽다”며 “협의회 전환을 통해 공식기구로 활동하는 게 최선”이라고 밝혔다. B 씨는 “장기적으로 (중소특위) 사업을 실시하고, 거기에 따른 성과를 지켜본 다음 평가해도 늦지 않다”고 언론노조에 당부했다.

B 씨는 “미디어발전협의회(이하 미발협)의 경우 소속 지부들이 다양해 공동의 정책 과제나 목표를 세우기 어렵다”며 “그런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 없이 새로운 협의회에 대해서만 ‘일관성 없는 다양한 사업자들이 모여 있어 부적절하다’고 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미발협에는 국악방송, 스카이라이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아리랑국제방송, 시청자미디어재단, TBS, MBC C&I, MBC플러스, iMBC 지부가 소속돼 있다.

관계자 C 씨는 “언론노조가 중소규모 지부를 면밀하게 신경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소외감을 느낀 경우도 많았다. 언론노조는 대형 사업장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사업장이 처한 현실에 대해선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C 씨는 “어려운 사업장에 신경을 더 쓰는 것이 ‘노조다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계자 D 씨는 “중소특위가 생긴 뒤 언론노조가 작은 조직을 신경 써주는 것 같아 조금은 신뢰하게 됐는데, 현재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작은 조직은 언론노조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회의감을 나타냈다. D 씨는 “중소특위에 속해있는 조직에 대한 배려가 없다”며 “중소특위가 협의회로 전환되지 않으면 작은 조직은 또다시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미디어스에 “(중소특위 협의회 전환은) 중집 차원에서 계속 논의하고 있다"며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다. 계속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지부는 기독교타임즈지부, 뉴스타파지부, 대구MBC다온지부, 동아일보신문인쇄지부, 매일노동뉴스지부, 미디어오늘지부, 씨네21지부, 연합뉴스TV지부, 오마이뉴스지부, 전기신문지부, 코리아타임스지부, 한국경제TV지부, 한국농어민신문지부, 한국저작권위원회지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지부, 홈앤쇼핑지부, EBS미디어지부, MBC방송차량서비스지부, MBC아카데미지부, MBC아트지부, MBN지부, SBS방송차량서비스지부, SMR지부 등 23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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