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동훈 검사 '검언유착' 의혹 불기소 결정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징역 1년 구형,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 등으로 검찰이 '줄서기'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제 식구 챙기기' 코드 인사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족쇄가 풀렸다'는 평가를 받는 한동훈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 수원지검장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8일 한국일보는 사설 <한동훈 무혐의, 여권 전방위 수사... 檢 줄서기인가>에서 "한 검사장의 무혐의 처리는 별개로 하더라도 권력 교체기에 검찰과 경찰의 움직임이 갑자기 부산해진 것은 검언유착 사건과 동일한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며 "수사를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일이긴 하나 이런 행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연되는 구태인 것도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2월 13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를 비롯한 간부진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검찰은 최근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위해 산업부와 산하 공공기관 8곳을 압수수색했다. 사건을 3년 넘게 캐비닛에 묵혀 두다 이번에 꺼내면서 그 이유를 유사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유죄 확정이 1월에 나왔기 때문이라고 했다"며 "그런데 환경부 사건은 문재인 정부 초기 유사사건의 확정 판결 이후 수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일보는 "경찰도 이재명 민주당 고문 부인의 법인카드 의혹과 관련해 10여 곳을 11시간 압수수색했다. 보복수사로 단정할 것은 아니지만 대선 기간 난무한 고소·고발에서 당선인 측의 사건은 빼고 수사한다면 공정성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며 "정치가 수사기관을 이용해서도 안 되지만 검찰과 경찰이 먼저 엄정한 잣대를 행사해야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한동훈 검사가 검찰 주요 보직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이 "정상적인 일인가"라며 검찰 코드 인사에 대한 우려를 다뤘다. 박용현 한겨레 논설위원은 8일 칼럼 <대통령 오른팔이 검찰 요직에, 그게 정상인가>를 썼다.

박 논설위원은 "휴대전화에 대한 조사 없이 무혐의 결론을 내는 게 적절한지도 의문이지만, 이번 결정에 주목하는 또다른 이유는 ‘불안정한 지위’를 벗은 한 검사장의 이후 행보"라며 한 검사가 수장으로 거론되는 검찰청들이 맡고 있는 사건들에 주목했다.

박 논설위원은 전국 최대규모의 검찰청으로 주요 사건을 맡는 동시에 윤 당선자 배우자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 고소·고발 사건을 맡고 있는 수원지검, 법무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련 사건을 관할하는 수원지검 산하 안양지청 등을 거론했다.

박 논설위원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넓히려는 윤 당선자의 공약이 현실화한다면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들에 대한 검찰의 장악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 검사장을 비롯한 이른바 ‘윤석열 라인’ 검사들이 요직에 포진하는 게 정상적인 일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박 논설위원은 "검찰총장이 정치로 직행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 원칙은 타격을 받았고, 그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정권과 검찰의 관계는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사태를 맞았다"며 "이제 한 검사장을 비롯한 윤석열 라인 검사들의 중용은 검사로서의 능력 등 일반적 인사 기준을 근거로 한 설명으로는 도저히 해소될 수 없는 원천적 의구심을 낳게 됐다. 자기 사람을 통한 검찰 장악 속에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은 절멸하지 않을까"라고 썼다.

윤 당선자는 지난 2월 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검사를 '독립운동가'에 비유하며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에 앉히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윤 당선자는 이 인터뷰에서 '적폐청산' 수사를 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을 빚었다.

중앙일보 2월 9일 <적폐청산 묻자 “당연히 해야, 대장동 사건도 재수사”>

한겨레는 이날 기사 <3년 전 검사 70여명 줄사표 부른 ‘윤석열 코드인사’ 재연되나>에서 "윤 당선자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자신과 가까운 특수통 검사들을 대거 전면에 배치한 '제 식구 챙기기' 인사가 한 검사장을 중심으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윤 당선자는 2019년 7월 검찰총장 취임 직후 특수부 출신 핵심 측근들을 주요보직에 앉히는 인사를 단행했는데, 이 같은 '코드 인사'가 차기 정부 첫 인사에서 반복될 것이라는 검찰 내부 우려가 제기된다는 내용이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검찰 간부는 한겨레에 "2019년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직후 이뤄진 코드 인사가 윤 당선자 대통령 취임 이후 또다시 재연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권에 잘 보이라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며 "이는 윤 당선자가 목소리 높여온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일이다. 측근 챙기기 인사는 대다수 검사의 사기를 꺾는 것은 물론, 편 가르기로 구성원들 간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8일 기사 <‘한동훈 명예훼손’ 유시민 징역 1년 구형… 檢, 전방위 사정 나서나>에서 "검찰이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7일 실형을 구형했다"며 "전날 ‘채널A 사건’ 제보자를 기소한 데 이어 한 부원장 관련 사건에 대한 검찰의 대응이 강경해진 모양새"라고 보도했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 2019년 12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MBC 라디오 등에서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2019년 11월 말, 또는 12월 초 자신과 노무현재단 계좌를 불법 추적했다는 취지의 발언했다. 유 전 이사장이 언급한 시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한 검사였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해 1월 자신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 아니었다며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검찰은 같은 해 5월 유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한동훈 검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언유착 의혹' 열 올리는 보수경제지-채널A

반면 8일 조선일보·중앙일보·문화일보·세계일보·매일경제 등 주요 보수·경제지는 '검언유착 날조극' '한동훈 괴롭히기' '검언유착 조작' '법치농단' 등의 표현을 통해 이른바 '권언유착'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채널A 사건에는 정권이 뒤에 있지 않으면 설명될 수 없는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라며 "채널A 사건의 진상 규명은 지금부터다. 정권과 사기꾼, 친정권 방송 등이 공모한 날조극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차제에 검찰은 ‘채널A 사건’이 문재인 정부 비리 의혹을 감추고 권력 실세들을 보호하기 위한 친여 세력들의 조직적 기획이 있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눈엣가시’ 같던 윤 총장 체제를 흔들기 위해 한 검사장의 정당한 직무수행에 ‘없는 죄’를 뒤짚어씌우려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고 했고, 문화일보는 "검·언 유착 프레임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나아가 법치 농단 실상이 어떤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진상을 규명해 책임자 전원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썼다.

검언유착 의혹 당사자 채널A의 노동조합·기자지회는 한 검사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6일 성명을 내어 "'검언유착'의 실체는 처음부터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언론사로서 채널A의 명예는 훼손됐다. 이동재 기자는 해고됐고 6개월간 억울하게 구속수감됐다"며 " '권언유착'에 대한 검찰의 적극 수사를 촉구하며 '검언유착'이라는 거짓, 허위사실을 유포했던 이들의 책임 있는 행동을 원한다"고 했다.

MBC는 지난 2020년 3월 31일 이동재 전 기자가 한동훈 검사와 공모해 수감 중인 전직 벨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이철 씨로부터 유시민 전 이사장의 비위 혐의를 캐내려 했다고 보도했다. MBC는 이 과정에서 이동재 전 기자가 지 씨에게 한 검사와 나눈 통화 녹취록을 보여주고, 음성파일 일부를 들려주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쟁점은 이동재 전 기자가 '제보자X'에게 들려줬다는 '녹음파일'의 상대방이 한동훈 검사인지 여부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이동재 전 기자 강요미수 사건 증거목록에 따르면 2020년 3월 31일 배혜림 당시 채널A 법조팀장과 강경석 채널A 기자(현 동아일보 기자,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자)는 '녹음 파일의 음성은 한동훈 검사'라는 취지의 카카오톡 대화를 나눴다. (관련기사▶<채널A '검언유착' 의혹, 법원 증거 채택에서 '그 목소리'는>)

해당 재판 수사기록을 보면 이날 배혜림 팀장은 강경석 기자에게 "이게 보여줬다는 녹취록"이라며 문제의 '녹취록' 내용을 공유하고 난 뒤 "누가봐도 한동훈 음성지우너('지원'의 오기로 추정)"라고 말했다.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에 대해 채널A-한동훈 검사-대검 대변인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공동대응한 정황도 드러났다. (관련기사▶<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 방송 전 채널A에 통째로 유출>, <'검언유착' 의혹, 한동훈-채널A-대검 공동대응 정황>)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