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총선미디어연대(공동대표 권미혁·김서중)가 지난 3월3일부터 4월9일까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서울신문의 보도를 총선 관련 보도를 모니터한 결과 대부분 신문들이 정책 보도를 외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총선미디어연대는 지난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언론의 정책보도 외면을 언급하며 "유권자들이 후보나 정책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투표장에 간 것과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투표 자체를 포기한 것은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공천결과 비판적 분석 없이 낙천자 명단 나열에 그쳐

이번 선거는 공식선거 개시일(3월 27일)을 기준으로 공천 기간과 선거운동 기간으로 뚜렷하게 나뉘었고 이에 신문들의 보도경향과 내용도 확연히 구분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선거 개시일 이전 기간인 3월3일부터 26일까지의 신문 보도를 살펴보면 선거 관련 기사량도 많지 않을 뿐더러 전체 기사 중 스트레이트 기사가 2/3를 차지해 공천 낙천자들의 명단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서울신문의 보도 주제 (3/3~3/26,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
더군다나 이 기간 동안 기획기사가 5건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에 집중돼 있어 신문들이 선거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기획기사를 외면한 채 후보나 정당의 동정 보도에만 치우쳤다는 지적이다.

총선미디어연대는 공천에 대한 분석, 비판보다 공천 결과를 단순히 보도하는 태도도 지적했다.

총선 기간동안 신문 대부분은 공천에 대한 분석, 비판 없이 민주당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에 대한 흥미 위주의 단순 보도와 한나라당 친 이명박-친 박근혜 세력 간의 갈등을 중계하는 데 그쳤고 군소 정당에 대한 보도는 배제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서울신문에 보도된 주요 후보 및 정당 관련 보도 건수(3/3~3/26).
특히 진보정당에 대한 기사는 거의 없거나 있다 해도 갈등을 부각해 부정적으로 표현했으며 한나라당 940건, 통합민주당 607건의 보도와는 달리 민주노동당은 47건, 창조한국당은 54건, 진보신당은 49건만을 보도했다.

'텃밭' '아성' 등 지역감정 부추겨…'쿠데타' '화약고' 등 전쟁용어 남발도 문제

이번 총선 기간 동안 신문들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용어와 전쟁 용어를 남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문들은 모니터 기간 동안 '텃밭', '아성', '근거지', '충청 삼국지'등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용어와 '쿠데타, 진검승부, 살생부, 격전지'(중앙), '폭발, 일전불사, 전운'(동아), '화약고, 전투전반, 쓰나미'(조선), '살생부, 대학살'(한겨레), '공천 화약고'(서울)등의 전쟁용어를 사용했다.

이에 대해 총선미디어연대는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후보들의 발언을 비판하고 자제시켜야 하지만 오히려 여과 없이 받아 기사화하거나 부각시켰다"고 비판했다.

또 신문들은 이번 총선의 주요 의제였던 대운하, 교육, 부동산 등과 관련해 지면에서 거의 다루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대운하와 관련해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이 정책적 관점에서 비판했지만 이를 제외한 신문들은 대운하를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특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대운하에 대한 정책 검증을 하지 않은 채 대운하 추진에 불리한 소재는 대부분 기사화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경향신문 3월29일자 4면.
한나라당이 '대운하'를 총선공약에서 제외한 것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셌지만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제외한 다른 신문들은 적극적 비판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중동, 대운하 추진에 불리한 소재는 '외면'

이에 총선미디어연대는 "언론은 유권자들에게 정당과 후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선거참여를 유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각 정당의 견해를 탐구하는 기사를 제시해 정책 선거가 되도록 유도함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선거 개시일 이후 기간인 3월27일부터 4월9일까지의 기간 중 대부분 신문들이 후보 동정 보도와 지지율 위주의 판세보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과는 달리 경향신문, 한겨레, 서울신문은 기획보도 통해 주요 정책을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전문가 현장진단 ①~③>(3월 29일~4월 2일 보도)에서 대운하 정책, 영남·호남·충청의 지역주의, 진보정치의 생존가능성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또 참여연대와 공동으로 기획한 <5대 핵심 민생 공약에 대한 주요 정당별 비교분석 ①~⑤>(4월 2일~4월3일 보도)을 통해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장, 진보신당의 정책을 검증해 해당 정책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검증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됐다.

▲ 한겨레 4월7일자 5면.
한겨레도 <4·9총선 이것만은 따져보자①~⑤>(3월 27~4월 7일 보도)에서 대운하, 부동산, 교육, 복지, 언론 등 핵심 사안을 심층적으로 분석했고 서울신문 역시 <이젠 정책부터 따져보자-상,하>(4월 3일~4일 보도)에서 복지, 교육, 환경, 대북, 경제로 나눠 정책의제를 짚었다.

총선미디어연대는 이에 대해 "조선, 중앙, 동아에는 지속적이고 심층적인 '기획기사'가 전혀 없었다"며 "입으로는 정책보도가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정작 정책과 참여를 유도하는 기획 보도는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총선미디어연대의 모니터 기간 동안 주요 이슈였던 대운하만 그나마 보도되었을 뿐 신문들은 민생현안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고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대부분 정책을 소극적으로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 경향은 이번 총선의 주요 의제였던 대운하를 다루며 운하 건설에 대한 비판 여론을 전한 반면 조선, 중앙, 동아는 대운하를 정쟁의 대상으로 몰아가 대운하가 선거에 미칠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대운하 추진을 둘러싼 여당과 정부의 이중적 행태와 정부의 대운하 반대 교수 사찰, 국토해양부 내부 문건 등 대운하 건설에 불리한 소재는 기사화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문 보도가 한나라당(842건)과 통합민주당(605건)에 치우쳐 전체 보도 중 진보정당들의 보도는 하루에 한 번 정도 언급된 수준이었고 창조한국당은 문국현 후보 위주로 111건만 보도된 것으로 조사됐다.

총선미디어연대는 보고서에서 "신문들은 역대 선거에서 보였던 고질적 문제점을 그대로 반복해 보여줬다"면서 "공천과 선거운동 보도에만 치중해 인물에 관한 주요 의제를 기획기사로 거의 다루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총선미디어연대는 "일부 신문들은 특정 정당에 불리한 주요 이슈나 논란에 대해 축소보도하고 아예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정책 현안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고 공론화하려 노력했던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보도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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