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서울신문의 호반건설 비판기사 삭제 사건을 조명한 KBS ‘시사기획 창 – 누가 회장님 기사를 지웠나’ 편이 정상적으로 방송된다. 호반건설과 김상열 서울미디어홀딩스 회장은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방송의 핵심은 언론 자유에 관한 것이므로 공적 영역에 해당한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KBS '시사기획 창'은 5일 저녁 10시 방송된다.

재판부는 5일 결정문에서 “KBS 방송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거나, 호반건설·김상열 회장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KBS는 서울미디어홀딩스의 서울신문사 지분 매수 경위, 6인 협의체가 기사를 삭제한 경위, 기자총회 발언들에 관해 취재한 내용을 방송할 예정일 뿐"이라며 "호반건설·김상열 회장이 서울신문 기사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고 적시한 내용은 없다”고 했다.

KBS 시사기획 창 '누가 회장님 기사를 지웠나' 예고화면 갈무리

재판부는 서울신문의 호반건설 비판기사 삭제 사건에 대해 “건설업체인 호반건설이 서울신문 주식을 대량 매수해 제1주주가 됐고, 이후 서울신문에서 관련 기사 57건이 아무런 공식적인 설명이나 논의도 없이 일요일에 전격적으로 삭제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는 그 자체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일 뿐만 아니라, 그 문제점을 취재·방송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KBS '시사기획 창'은 호반건설 비판기사의 진실성 등을 검증할 예정이다. KBS는 예고기사에서 “취재 대상이 대주주가 되면서 삭제된 비운의 기사들, 그 보도 내용은 진실이 아니었을까. '시사기획 창'이 검증해봤다”고 전했다. 호반건설 측은 “(삭제된 기사는)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담은 기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KBS는 삭제된 기사 내용 중 ‘공공택지 벌떼입찰 의혹’과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에 관한 부분을 다시 직접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방송할 예정일 뿐”이라며 “이 의혹은 한국 건설업계, 기업계에서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에 속한다. KBS가 취재를 바탕으로 나름의 근거를 갖추어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호반건설은 대규모 기업집단의 핵심 기업이고, 김상열 회장은 유명 언론사인 서울신문사의 회장”이라며 “KBS 방송의 핵심은 언론의 자유에 관한 것인 바, 이는 공적인 영역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번 방송을 기획한 우한울 KBS 기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취재원칙을 어기거나 강압적으로 취재한 사실은 없다”며 “김상열 회장의 서면 답변을 충실히 반영해 방송을 준비 중이었는데 방송금지 신청이 들어와 놀랐다”고 했다. 우 기자는 “김상열 회장은 영향력 있는 준 언론인”이라면서 “하지만 김 회장은 정당하게 취재 활동을 한 언론사에 과도한 법적 조치를 했다. 미디어그룹 회장으로 제대로 된 언론관을 갖고 있는 것인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2019년 호반건설이 3대 주주로 등극하자 TF를 구성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2월 우리사주조합에 지분 매매를 제안하면서 ‘비판기사 삭제’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당시 사장·편집이사·편집국장·TF팀장·사주조합장·노조위원장 등은 이에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사주조합이 지분을 인수하지 않기로 하면서 ‘기사 삭제’는 없던 일이 됐다. 이후 호반건설이 서울신문 대주주에 등극했고, 서울신문은 1월 16일 호반건설 비판기사를 삭제했다.

KBS '시사기획 창'은 서울신문의 기사삭제 이유를 파헤치고 호반건설 비판기사의 진실성 등을 검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호반건설과 김상열 회장은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호반건설 측은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서’에서 “호반건설이 기사 삭제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그럼에도 KBS는 호반건설의 지시에 따라 서울신문이 기사를 삭제했다는 취지의 방송을 할 것임을 예고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호반건설, KBS '누가 회장님 기사 지웠나' 방송금지 신청)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