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조선일보가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자료를 근거로 노동조합 수가 늘어날수록 청년 세대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보도는 원하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보고서를 취사선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선일보는 3월 28일 기사 <“노조 수 많을수록 신규채용 위축”>에서 “지난해부터 대기업 사무직을 중심으로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가 주도하는 별도 노조 설립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면서 “하지만 MZ세대 노조가 청년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노조라는 특성상 기업 경영 효율을 떨어뜨리고 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조선일보 사옥

조선일보는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의 <‘MZ세대 노사 관계 의식 특징과 시사점>과 김세움 연구위원의 <향후 청년 일자리 변화와 대응>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해당 보고서의 골자는 ‘MZ세대가 공정성이라는 기치를 공유하며 이를 실현할 수단으로 독자 노조를 선호한다' 'MZ세대의 노조가 늘거나 가입률이 증가하면 신규채용 비율이 감소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MZ 노조의 활동이 이미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의 일자리 질을 높이는 반면, 신규 채용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며 “노조가 늘면 해고가 어려워지고 경영 효율이 떨어져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보도에 대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3월 31일 논평을 통해 조선일보가 연구 자료를 짜깁기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김세움 연구위원은 ‘노조가 늘면 신규채용 비율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노동조합 수가 늘어나 재직자 해고 및 퇴직 관련 보호 정도가 높아져 자연스럽게 청년층 비중이 낮아진 것일 수 있고, 늘어난 노동조합 수로 인해 기업 경영의 효율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가해졌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여러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MZ 세대 노조가 추구하는 ‘공정성 제고’라는 기치가 내부자만의 공정성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금속노조는 “해당 기사는 특정 의도에 맞추기 위해 기존 연구를 짜맞추는 것으로도 모자라 본문과 전혀 다른 결론을 억지로 이끌었다”며 “조선일보는 서로 다른 두 연구를 이어붙여 MZ세대의 노조 설립이 ‘외부 구직자의 입사 관문을 좁히고’, ‘질 좋은 일자리에 대한 취업 장벽을 높인다’는 결론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28일 기사 '“노조 수 많을수록 신규채용 위축”' 보도화면 갈무리

<노조 수 많을수록 신규채용 위축>이라는 기사 제목에 대해 금속노조는 “기사의 본문은 MZ세대로 한정해 현상과 예상되는 우려를 이야기하는데, 정작 제목을 보면 MZ세대는 사라지고 노동조합이 일자리 확대의 걸림돌이라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노조가 늘 때마다 신규채용이 줄어든다면 조직률이 50%를 넘나드는 외국은 신규채용 자체가 꽉 막힌 것이냐”고 반문하며 “실제로 기사가 인용한 김세움 연구위원의 보고서도 경향성을 인과성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조선일보는 보고서의 필요한 부분, 보고 싶은 내용만 추려낸 것”이라며 “노동조합의 일반 목적이 고용의 안정이라는 걸 생각하면 조직률과 채용률의 인과관계는 이직과 해고의 감소 여부와 함께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금속노조 논평에서 김우식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 없는 경향 분석을 가지고 ‘노조가 늘면 해고가 어려워지고, 경영효율이 떨어져 신규채용이 줄고,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논리를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 연구위원은 “한국사회는 노동조합이 채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노조의 약화를 위해 신규채용을 꺼린다. 나아가 고용을 외부화, 외주화하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며 “하도급, 사내 하청 비율을 포함해 분석하면 조선일보의 주장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이같은 조선일보의 보도는 윤석열 당선자의 정책 방향을 지원하려는 의도라고 판단했다. 금속노조는 “윤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노동 유연화를 강조하며 ‘해고가 쉬워야 채용도 늘어난다’는 고용의 낙수효과를 주장했다”며 “일자리를 늘리는 목적은 사라지고 일자리 수만 연연하는 사고”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조선일보는 당선자의 주장이 현실이 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인 노동조합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악마의 편집을 단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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