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이예람 공군 중사 사건과 관련해 당시 수사내용을 공유한 군 관계자에 대한 추가 조사를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들은 “검찰단의 수사가 엉망이었음이 드러났다”며 조속한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31일 인권위는 ‘군대 내 성폭력에 의한 생명권 침해 직권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전날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한 내용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군 검사가 부대 관계자에게 피해자의 피해 상황 및 수사내용을 보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관련 부분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하라”고 권고했다.

또 인권위는 성희롱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부대장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외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의 자문 절차를 거쳐 판단하도록 부대관리훈령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의 국선변호사는 모두 민간변호사로 선임하도록 했으며 민간인인 성고충전문상담관이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부대 출입 등을 개선하라는 의견도 밝혔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성추행 2차 피해를 호소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아버지가 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밖에 인권위는 국방부 장관에 ▲지휘관 복무계획 보고 중점 사항에 ‘인권증진’ 항목 추가 ▲초급간부 양성 과정에 ‘인권교육’ 정규과목 편성 ▲성폭력 피해자 비밀유지의무 위반 행위 징계양정 별도 규정 ▲부대관리훈령 등에 2차 피해 정의 규정 마련 ▲성폭력 피해자 신상보호를 위한 ‘청원 휴가 기간’ 연장 ▲2차 피해 방지 규정 개정 등을 권고했다.

이번 인권위의 직권조사는 지난해 8월 해군 성폭력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 유가족 측의 진정으로 시작됐다. 인권위는 “당시 군 내 성희롱 및 성폭력 문제가 전 군에서 잇달아 발생하는 등 상황이 심각하고, 국방부가 시행하고 있는 성폭력 신고체계 및 피해조치와 관련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조사 대상을 육군, 공군까지 확대하는 직권조사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군인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성폭력 피해를 입고 소중한 생명까지 빼앗기게 된 것은, 개인에 대한 존엄성 침해를 넘어 국가가 군인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 못한 중대한 인권침해행위”라고 강조하며 “향후에도 국방부 이행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등 군인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군인권센터와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사건 수사가 공군본부 법무실장을 보호하기 위한 ’성역 있는‘ 수사였음이 드러났다”며 “조속한 특검 도입으로 여죄를 남김없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검찰단이 공군본부 법무실을 압수수색 하기 이전에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재판연구부 소속 군무원과 7분가량 통화해 수사내용 등을 공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해 7월 국방부 검찰단은 해당 군무원을 입건했으나 그는 법무실장에게 전한 내용이 공무상 비밀이라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들 단체는 “인권위는 두 사람이 지난해 6월 8일, 공군본부 법무실 압수수색을 앞두고도 전화를 나눈 사실이 있는데 검찰단이 수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면서 “압수수색 직전에 법원 직원이 압수수색 대상에게 관련 사실을 누설했다면 이는 증거인멸 공모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이쯤 되면 국방부 검찰단이 사건 수사를 한 것인지, 관련자들에게 공식적으로 면죄부를 주기 위한 근거를 만든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라며 ”인권위가 밝혀내 추가 조사를 권고한 혐의들에 대한 재수사를 국방부에 맡길 수 없음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조속한 특검 도입으로 여죄를 남김없이 밝혀내야 한다“며 “대통령인수위원회는 군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인권위의 권고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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