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국민의힘이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정연주, 이하 방통심의위) 보궐위원으로 추천한 허연회 전 부산 MBC 사장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안건 상정 직전에 더불어민주당 측에 방통심의위원 추천 명단을 공개했다. 허 전 사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iMBC 사장으로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게 골프 접대한 사실이 적발된 바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30일 허연회 전 부산 MBC 사장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궐위원으로 의결했다. (MBC 자료사진)

국민의힘, 5기 방통심의위 추천 땐 '정부·여당 먼저 까라'

국회 과방위는 30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방통심의위 보궐위원 추천 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지난해 12월 이상휘 위원의 사퇴로 결원이 발생했다. 허 전 사장은 1984년 MBC 스포츠국에 입사해 스포츠제작국장, 스포츠국 특임국장, iMBC 사장, 부산 MBC 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민의힘으로부터 허 전 사장 후보 추천 공지를 급박하게 받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윤 의원은 “허연회 신임 심의위원 후보가 전체 위원에게 공지된 시점이 어제"라며 "위원회 의결로 선임이 확정되는데, 후보에 대해 24시간 전에 급하게 통보받고 누군지 알게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앞으로 어느 정당이 (후보를) 추천하거나 의결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최소 48시간 전에 통지함으로써 (위원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의결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이에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모든 안건은 심사하기 최소 48시간 전에 고지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특히 인사 관련해서 잘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연합뉴스)

과방위 여야 간사는 지난 16일 합의를 통해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방통심의위원 추천 건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과방위 국민의힘 측은 방통심의위원 후보자를 회의가 임박한 시점까지 민주당 측에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5기 방통심의위원 추천 과정에서 정부여당이 후보자를 공개하기 전까지 자신들은 위원을 추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방통심의위 출범 지연' 논란을 빚었다. (관련기사▶윤석열 당선 후 추천되는 방심위 보궐위원…국힘 '비공개')

총 9인으로 구성된 방통심의위원은 대통령, 국회의장, 국회 소관 상임위(과방위)에서 각각 3인씩 추천해 위촉한다. 국회의장 몫의 경우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협의해 추천하도록 돼 있어 일반적으로 국회의장 1명, 여야 각 1명씩 추천한다. 과방위 추천 몫은 여당 1명, 야당 2명이다.

고영주·김기춘 등 골프접대…김영란법 위반 의혹

허연회 전 사장은 2016년 iMBC 사장 시절 현금과 법인카드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 최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 등의 골프비용을 대납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의혹을 받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2017년 '총파업 특보'를 통해 2016년 10월 22일 고영주 이사장, 김기춘 전 실장, 김삼천 정수장학회(MBC 2대 주주) 이사장, 허연회 iMBC 사장 등이 서울 근교 최고급 골프장 중 하나인 뉴코리아CC에서 골프를 쳤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 취재 결과 이날 골프비용은 각자 분담하지 않았다. 허 사장이 고 이사장과 김 전 실장의 그린피 등 골프비용 일체를 각각 현금과 카드로 결제했다. 고 이사장과 김 전 실장에게는 홍삼세트와 MBC 기념품 등의 선물이 건네졌다. 고 이사장 골프장 '픽업'에 iMBC 관용차와 기사가 동원됐다. 회동 시점은 '최순실 국정농단 태블릿PC 보도'가 나오기 직전 주말이었으며 다수 언론사가 국정농단 사태를 취재하던 시기였다.

2017년 10월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총파업 특보' 갈무리. (왼쪽부터)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 허연회 전 부산 MBC 사장.

허 사장은 MBC본부에 처음에는 고 이사장, 김 전 실장, 자신의 골프비용을 모두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고 말했다가 이내 고 이사장에게는 현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대납을 해줬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허 사장은 고 이사장에게는 돈을 돌려받았고, 김 전 실장의 비용도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통해 현금으로 돌려받아 골프장에 가서 다시 정산했다고 설명했다. 고 이사장은 허 사장에게 50만원을 돌려보냈다고 했다. 허 사장은 2017년 3월 부산 MBC사장으로 영전했다.

당시는 김영란법 시행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던 시점으로 MBC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김영란법 준수는 우리의 자긍심'이라는 제목의 글을 공지했다. 아울러 MBC는 직원들을 상대로 '김영란법을 위반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서약서를 만들어 서명을 하게 하고 관련 교육을 실시했다. MBC는 내부 강의자료 예시를 통해 본사와 지역사, MBC플러스나 iMBC 같은 자회사의 상호 골프접대를 원천적으로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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