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영국 정부가 2017년 중단한 공영방송 채널4의 상업화 논의를 다시 시작했다. 영국 정부는 넷플릭스 등 미디어 이용행태 변화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뉴스 편향성에 대한 불만과 함께 총리의 '민심 전환용'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KBS 공영미디어연구소가 발간한 4월호 해외방송정보 <英 공영방송 ‘채널 4’, 상업화 결정 초읽기>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채널4의 상업화 여부를 올 봄 <방송백서>를 통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중심으로 미디어 이용행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매출 대부분을 TV광고에만 의존하고 있는 수익모델이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채널4 유튜브 화면 갈무리

채널4는 BBC, ITV, 채널5 등과 함께 영국 공영방송 채널로 꼽힌다. 채널4는 TV광고를 통해 매출 90%를 창출하고 있다. 또한 TV 프로그램 제작부서가 없어 모든 편성 프로그램을 외주제작사를 통해 수급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지난 2015~2017년 채널4의 상업화를 추진해 상업화 직전까지 간 바 있지만 2016년 7월 영국 하원 커뮤니케이션 특위가 <상업화된 채널4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반대, 최종 무산됐다. 하원 보고서는 채널4가 상업화된다면 뉴스, 시사 프로그램 같은 콘텐츠 장르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영국 정부는 2017년 3월 채널4의 공적 역할이 방송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올리버 다우든 국무장관은 채널4의 상업화 재추진 배경으로 지난 5년간 미디어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들었다. 올리버 다우든 국무장관은 채널4의 운영모델은 더 이상 존속 가능하지 않으며, 채널4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영국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상업화된다면 공적 역할은 등한시될 것'

그러나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주대우 통신원은 영국 정부가 5년 만에 채널4의 상업화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채널4 사장 알렉스 마혼과 이사회 의장 찰스 구라사가 상업화를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가짜뉴스가 팽배한 상황에서 공영방송사의 신뢰도 높은 뉴스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넷플릭스 등 해외 미디어 기업의 영국 미디어 시장 장악 심화로 인해 영국 독립제작사 및 영국 콘텐츠 진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보수당 정부가 채널4의 뉴스에 대해 편향적이라며 불편한 감정을 지속적으로 드러낸 바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예산 부족을 겪는 영국 정부가 바로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으로 채널4를 꼽고 있다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기간 관저 파티로 퇴임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보리슨 존슨이 퇴임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보수당 당원들이 좋아할 만한 정책을 급진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 민심 전환용 확실한 BBC '수신료 폐지' 트윗)

채널4의 상업화를 반대하는 쪽은 새로운 채널4 주인이 TV제작본부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내부 TV제작부서를 두지 않고 대부분 프로그램을 외주제작해온 채널4는 영국 TV프로그램 제작 시장에 기여한 바가 컸다. 이는 공적 역할을 강조하는 공영방송에서 가능한 구조로 상업화된다면 공적 역할은 등한시될 거라는 우려다.

채널4의 상업화를 찬성하는 측은 상업 자본에 의한 투자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채널4가 거대 상업 자본에 의해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 방송사로 탈바꿈된다면 적극적인 투자가 수반될 수 있으며, 일자리 창출과 시장 부흥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대우 통신원은 “최근 영국 보수당 내에서도 채널4의 상업화 추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과연 영국 정부의 최종 결정이 봄에 발간 예정인 <방송 백서>에 담길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2월 말 다수의 고위급 보수당 의원들이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반대 입장을 담은 공식 서한을 발송했다. 이들은 채널4를 공영방송 채널로 개국하도록 결정한 사람이 보수당의 역사적 인물인 마거릿 대처였다는 점을 상기하며 현재 채널4는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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