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전국장애인철폐연대가 보수성향 장애인단체와 협력하겠다고 밝힌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를 향해 ‘장애인단체 갈라치기를 그만두라’며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사과를 명시적으로 요구하라"라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는 30일 성명을 통해 이 대표가 장애인단체 간의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전장연은 “이준석 당대표가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탑니다’ 행동 중단 발표에 대해 자신의 승리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이 대표의 발언에 또다시 분노하며 다시 한번 진중하게 공개사과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와 정책적 협력관계를 추구해 나가겠다’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전장연은 “이 대표가 지장협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라면서 “그러나 장애인단체 간에 협력관계를 가지겠다는 의지를 특정 단체만을 거명하고,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트집 잡아 갈라내는 것은 일제식민지 시절 한국인 순사보다 못한 말과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30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인권리예산 및 관련법 개정 요구에 대한 인수위 답변 촉구 삭발 투쟁 결의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탑승장에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삭발에 앞서 상징의식을 한 뒤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장연은 ‘전장연은 장애인단체의 대표가 아니다’라는 지장협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대표단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며 “자기가 대표단체라고 주장하기보다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서로의 노력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윤석열 정부가 공개적으로 자신을 지지한 장애인단체와 긴밀히 협력하고 논의하는 것은 인지상정 아니겠나”라면서 “그렇다고 지장협을 활용해 전장연을 비난하여 표를 얻겠다는 수작은 부리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장연 자신들은 차별에 저항하고, 장애인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회원으로 참여하여 함께 투쟁하는 조직이라며 “권력보다 권리를 쟁취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전장연은 “이준석 당대표가 공개사과 하지 않을 경우 투쟁을 선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성명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뭐에 대해 사과하라는 건지 명시적으로 요구하라”며 “전장연이 무슨 투쟁을 해도 좋지만, 불법적인 수단으로 일반시민의 불편을 야기해서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잘못된 의식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29일 개인 페이스북에 “전장연이 지하철 통행을 막아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해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포기했다”며 “전장연이 다수의 일반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인지해서 다행이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같은날 페이스북에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를 중단을 촉구하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지장협)의 기자회견 영상을 게재하며 “지체장애인협회와 긴밀하고 진지한 정책적 협력관계를 추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장연을 배제한 채 보수성향 장애인단체와 협의하겠다는 의사로 읽힌다. 지장협은 대선 기간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공식 지지한 보수성향 장애인단체다.

이 대표가 올린 영상에서 지장협은 “(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요구에 인식을 같이한다”면서도 “이를 주장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지장협은 “불편을 겪는 시민사회 앞에 죄송한 마음”이라며 “전장연의 과격한 시위 방법의 변화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지장협은 “전장연은 전체 장애인을 대표하는 단체가 결코 아니다”라며 “전장연의 불법 및 강경투쟁이 전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화시킨다. 이는 장애인과 장애인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해 온 장애인단체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엄중한 행위”라고 했다.

'장애인권리요구안 받아들여질 때까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대표의 페이스북 글과 관련해 우정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30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혐오 발언은 전장연에 해놓고 화해는 지장협이랑 한 것인데, 마치 A를 때려놓고 B한테 가서 사과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우 활동가는 “대다수의 장애인단체가 이 대표의 발언을 비판하는 상황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기편을 들어주는 지장협과만 대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 활동가는 “전장연의 집회의 경우 미국에서 이미 50년 전부터 해오던 것”이라며 “이러한 집회는 유럽 각지에서 이미 진행됐었다. 미국에서 공부한 이 대표가 장애인 접근권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전장연을 만나 “이준석 대표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장애인들에게 같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신 사과한다”고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집권당이 될 국민의힘 대표는 장애인 시위를 두고 서울시민을 볼모로 잡는 시위라고 한다"며 "이건 장애인 차별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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