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내·외 주요 플랫폼 기업을 회원사로 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인터넷 산업 진흥을 위한 규제 완화 요청을 건의한다. 인기협은 개인·위치정보, 망 사용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디지털 금융 등의 분야에서 전면적인 규제가 재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29일 미디어스는 인기협이 작성한 '인터넷산업 진흥 종합 계획(안)'을 입수했다. 해당 문건은 인기협의 규제완화 요청사항이 집약돼 있다.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가 실시하는 '미디어·ICT 업계 릴레이 간담회'에 앞서 인기협이 준비 중인 자료로 확인됐다. 인기협 관계자는 해당 문건은 초안으로 추후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기협 건의사항은 크게 ▲디지털 플랫폼 분야 관련 법집행 체계 개선 ▲신산업 육성 및 안정적 산업진흥 토대 구축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 양산 방지 ▲혁신적 디지털 금융 생태계 조성 ▲디지털 전환 지원 ▲전향적 규제 개선 등 6개 항목이다. 인기협은 "글로벌 경쟁 속에서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바라보는 기존 산업 시각에 기반을 둔 다양하고 촘촘한 규제를 혁신 성장을 위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원사 갈무리

'불명확·근거 취약' 정책기조 사례로 '온플법' 꼽아

인기협은 정부 출범 시 입법절차를 개선하고 정부 운영 기조를 명확히 해 규제가 '양산'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인기협은 "역대 정부 출범 시 항상 규제 완화를 외쳤으나, 실제로는 기존산업의 시각에서 새로운 규제들이 양산·확산되고 있다"면서 "특히 불명확하고 근거 취약한 조사를 기반으로 온라인플랫폼법, 심사지침, 가이드라인 등 규제를 무리하게 도입·추진하고 있다. 기존 법률의 효과 분석도 내놓지 못한 채 새로운 규제만 필요하다고 하는 성급한 사전규제 도입으로 혁신 시도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은 플랫폼 기업에 중개거래계약서 작성·교부 의무를 부과하고, 입점업체에 대한 우월적 지위남용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검색 알고리즘 조작, 과도한 수수료 부과 등 플랫폼 입점업체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시민사회와 중소상공인단체들이 온플법 처리를 촉구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거래시장이 커지면서 입법 필요성이 커졌다.

하지만 인기협은 그동안 온플법이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사적계약에 대한 규제이고, 이용자에 도움이 안 되거나 오히려 손해를 끼친다며 '자율규제'를 주장해왔다. 온플법은 행정입법 형태로 추진돼 왔다. 기업 규제완화 기조가 뚜렷한 윤석열 정부에서 폐기 1순위로 지목되는 법안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개최한 '온라인플랫폼법,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토론회 중계 화면

인기협은 "청부입법을 최소화하고, 전문 영역의 전문가 입장 반영 등 신중한 근거기반 규제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산업과 이용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무분별하고 무비판적인 해외 입법사례 도입 방지가 필요하고, 시행령·가이드라인 등을 통한 그림자규제 양산을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인기협은 명분으로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들었다.

인기협은 OTT를 방송·영상 규제체계에 편입하는 방향이 아니라 레거시미디어 규제를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해야 한다고 요청할 계획이다. 인기협은 OTT가 방송 등 전통적 미디어와는 다른 새로운 형식의 '플랫폼'으로 정의한 뒤 영상미디어 규제에 포섭될 경우 혁신과 성장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기협은 OTT 규제 도입에 앞서 폭넓은 업계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또 OTT 콘텐츠에 대한 사전 등급분류 의무화 제도는 자율등급제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요청할 방침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인터넷산업 진흥 종합 계획(안)' 갈무리

각종 개인·위치정보 규제 철폐 요구… 정보주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쟁점

인기협은 ▲정보주체 이외로부터 수집한 개인정보에 대한 통지제도 폐지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의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적용 사업자 제한 철폐 ▲개인정보 이용내역 통지제도 폐지 ▲스마트폰앱 접근권한 동의제도 폐지 ▲위치정보법 폐지 및 개인정보보호법 흡수 통합 등을 인수위에 건의할 계획이다. 기업의 개인·위치정보 수집·이용과 관련해 정보주체의 권리가 상당부분 약화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인기협은 개인정보를 최초로 수집한 사업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을 경우 정보주체에게 통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최초 수집 사업자가 개인정보 처리 목적과 제3자 제공에 관한 사항을 정보주체에게 알렸고, 불필요한 통지에 따라 이용자 피로도만 증가한다는 것이다. 인기협은 정보주체 이외로부터 수집한 개인정보 처리에 대해서는 정보주체 요구 여부, 기업 규모 등과 관계없이 통지의무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인기협은 기업이 수집한 개인정보의 이용내역을 정보주체에게 연 1회 이상 통지하도록 하는 제도도 이용자 피로도를 이유로 철폐를 주장했다. 인기협은 "매년 가입한 사이트로부터 발송되는 수많은 이용내역 통지 메일로 인해 이용자 피로도가 높아짐에도 통지메일의 실제 열람율은 매우 낮다"며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강화라는 입법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기업의 부담만 증가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했다.

아울러 인기협은 개인위치정보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위치정보법을 별개로 시행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인기협은 "디지털 전환에 따라 새로운 기술이 급속하게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산업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법제로 적용하고 있다. 나아가 강력한 규제로 인해 사업자들이 제도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행 위치정보법을 전면 폐지하고, 개인정보위치에 관한 사항은 개인정보보호법으로 흡수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TV)

금융·보험업 확장 의지 엿보이는 규제개선 요구

인기협은 이번 건의안에서 디지털 금융에 대한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기협은 ▲금융플랫폼 진입규제 개선 ▲전자금융업자 합병·양도양수 시 금융위 신고 규제 완화 ▲간편결제 서비스 규제 불필요 ▲마이데이터 제도 정립 ▲플랫폼 보험대리점 차별 금지 ▲결제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접근매체 개념 명확화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광고'에 대한 정의 현실화 ▲오픈뱅킹 수수료 폐지 등을 인수위에 요청할 계획이다.

인기협은 플랫폼 금융서비스의 진입 규제가 미비해 새로운 서비스 출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픈뱅킹, 마이데이터와 같은 플랫폼 금융서비스 기반이 갖춰졌지만 이를 활용한 맞춤형 금융상품 비교·추천, 금융상품 간편가입, 비대면 특화 상품개발 등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진입 규제 미비로 출시하기 어렵다고 했다. 플랫폼 사업자를 금융 관련법 적용 대상자로 진입 시켜달라는 얘기다. 인기협은 "대출·예금·투자·보장성 상품에 대한 금융플랫폼 진입규제가 마련된다면 보다 혁신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인기협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전자금융업자의 합병·분할·주식교환·영업 양도양수 등의 행위를 금융위 사전 신고 대상으로 두고 있다며 이는 기업의 혁신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기협은 "전금업자 기업들 중에는 전금업이 그 사업의 우선 영업 순위가 아닌 경우가 많다"며 "모든 전금업자로 하여금 사업 융복합을 위한 합병 및 양도·양수에 대해 사전 신고를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로 완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기협은 플랫폼을 통한 간편결제는 카드결제와는 다르다며 규제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인기협은 "간편결제와 신용카드는 사업자의 역할, 제공하는 서비스 유형, 경쟁 환경이 모두 상이하다"며 간편결제에 대한 규제 도입은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기존 카드사와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이 다르다는 취지이지만 이용자를 기준으로 보면 '결제'라는 서비스 내용은 같아 사업자 간 공방이 예상된다. 카드사들은 플랫폼 사업자의 간편결제는 사실상 카드사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동일규제를 적용하라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인기협은 전자금융 서비스에 있어 본인확인 수준을 완화하고, 개인 맞춤형 금융광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전자금융거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거래지시'와 '본인인증' 역할을 수행하는 '접근매체'를 발급해야 한다. 공인인증서, 생체정보 인증 등이 접근매체에 해당한다. 인기협은 온라인상 간편결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접근매체' 개념이 불명확해졌다며 비밀번호나 생체정보 인증 등이 부수적인 '인증수단'으로 규정될 때 혁신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했다.

개인 맞춤형 금융광고에 대해 인기협은 "거스를 수 없는 비즈니스 트렌드"라며 금융당국을 비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금융상품을 광고하는 것을 사실상 상품 중개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의약품 배송·주류 배달 범위 확대 요구… 국민건강권 쟁점

인기협은 약사법을 개정해 통신판매를 통한 의약품 배송이 이뤄지도록 해야한다고 인수위에 건의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의약품은 약국 내에서 판매가 이뤄지도록 규정돼 있다. 의약품의 통신판매·통신판매 중개 행위 등에 대해서는 처벌규정이 마련돼 있다. 통신판매를 통한 의약품 배송은 의약품의 변질 등에 의한 안전사고, 의약품 오·남용 위험성 등의 쟁점이 있다.

인기협은 "환자 본인이 통증이 심하거나 가족이 환자인 경우 간병의 이유로 외출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의약품 구입이 불가능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규제로 인해 소비자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기협은 해외 주요 국가들이 만성질환자, 중증장애인 등에 대한 의약품 배달 합법화를 시행 중이라며 "이미 편의점에서 약사가 아닌 사람이 의약품을 판매하는 현실에서 환자가 약국 또는 편의점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법 규정은 과도하다"고 했다. 인기협은 우선 해열제·소화제 등 안전상비의약품 13종에 한정해 의약품 배송을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을 인수위에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인기협은 주류의 통신판매 규제 완화도 인수위에 요청한다. 현재 통신판매가 허용되는 음식점의 주류 배달 허용 기준은 '음식과 함께 배달되는 주류'로, 1회 배달음식 가격의 50% 이하인 주류에 한정된다. 인기협은 고급 주류에 속하는 위스키, 와인, 사케 등도 배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기협은 "주종에 따라 가격 기준이 적용되면 위스키, 와인, 사케, 고량주, 증류주 등이 제한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주류 가격이 음식보다 낮은 경우로 규정하되, 부수 조항으로 주류 가격이 높을 경우 ‘1병 이하'로 제한하는 용량 기준을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 원칙적으로 주류의 통신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며 전통주에 한해 통신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지난 2020년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가 개정되면서 음식점 주류 배달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주류의 통신판매는 ▲주류 소비 증가에 따른 국민건강 저해와 사회적 비용 증가 ▲청소년 주류구매 문제 ▲재판매에 따른 탈세 문제 ▲주류 도·소매업자 생존권 위협 등의 쟁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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