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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황 기자를 '한우판매원'으로 내몰았을까?[인터뷰] 파업100일째, 생계비 지원위해 한우판매 나선 황세원 국민일보 기자
송선영 기자 | 승인 2012.04.04 14:07

‘국민일보 사유화 반대’와 ‘편집권 독립’을 주장하며 파업을 하고 있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1등급 한우 판매원으로 변신했다. 펜과 취재수첩을 들고 취재 현장을 다니던 기자들은 이제 기사 대신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한우임을 증명하는 탐방기를 쓰고 있다.

파업 100일을 넘긴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 지부는 지난 2일부터 국민일보 노조 기금 마련을 위한 강원도 횡성 한우 특가 판매에 나섰다. 이들은 한미FTA 발효로 어려움을 맞은 축산 농가를 돕는 동시에 노조 기금과 파업 중인 노조원의 생계 지원비 마련을 위해, 직거래를 통해 매입한 한우를 일반 대형할인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 국민일보 지부와 언론개혁시민연대가 30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국민일보 파업 100일 100인 지지선언 및 온국민응원단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미디어스
머릿속에 온통 한우 생각뿐인 경제부 기자

한우 판매에 아예 발 벗고 나선 기자도 있다. 지난 2002년 국민일보에 입사해 문화, 생활부, 종교부를 두루 거쳐 최근까지 경제부를 담당했던 황세원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머릿속에 온통 소 생각 뿐 이로구나’라는 글을 남길 정도로 한우 판매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황 기자는 3일 오후 <미디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우 판매에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생각보다 파업이 장기화 될 것 같다는 판단 때문에 기자들이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 달, 조사무엘민제 당시 국민일보 사장이 미국인임이 밝혀져 신문법 위반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서울시가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을 때만 해도 기자들은 국민일보 사태가 해결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바람과는 달리 국민일보의 대주주인 국민문화재단은 지난달 13일 이사회를 열어 조민제 사장을 국민일보 회장 겸 국민일보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 황세원 국민일보 경제부 기자
“예전에 종교부에 있을 때 가끔 교회들이 소 한 마리를 사와서 교회 기금 마련을 위해 한우 직거래를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우리도 조금씩 팔까 생각을 하다가 투쟁 하는 게 바빠서 생각만 했었다. 중간 중간 이야기를 꺼냈지만 호응이 별로 없었다. 투쟁 100일이 지나 3개월 넘게 월급을 못 받고 있다 보니 생계에 문제 있는 분들이 많으시다. 그래서 노조 기금으로 생계비에 대해 무이자 대출을 해드리고 했는데 파업이 조금 더 장기화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회 이후, 국민일보 노조는 팀 개편을 추진했다. 취재팀, 100인 지지 대외팀, 수익사업팀 등 3개 팀으로 나눠 본격적인 파업 홍보에 나섰다. 특히 한우 판매에 나선 수익사업팀은 지난 2008년 촛불시위 즈음에 ‘미국소 말고 한우를 먹자’는 취지로 공동 구매를 추진했던 사람을 소개 받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물론, 막무가내로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한우 판매에 앞서 여기자 4명이 직접 강원도 횡성을 찾아 도축장을 방문해 취재를 하듯 꼼꼼하게 점검에 나섰다. 또, 이들은 점검 이후 ‘도축장 탐방기’를 작성해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한우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황 기자는 “2일부터 한우 주문을 받았는데 소 두 마리 정도를 팔았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당초 꿈꾸기로는 물밀듯이 주문이 밀려오는 희망을 가졌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고, 트위터에 올리면 주문이 들어오고 기자들의 출입처에서 사주시고 노조원의 친척 등에게 팔고 있다”고 말했다.

한우 판매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할 때에는 그 동안 쌓인 게(?) 많은 듯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게 쉽지 않은 게 소 한 마리 전체를 팔아야 한다는 거다. 전체 한 마리를 다 팔아야 마진이 남는다. 그런데 한우 농가를 돕자는 차원이라서 적정 가격 주고, 좋은 소를 팔자는 취지여서 사오는 값도 비싸고,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이 싸게 파니까… 진짜 복잡하다. 또, 요즘 소 값이 내려가서 농민들이 소를 안 팔려고 해서 수급도 쉽지 않다. 후배들이 하루 종일 일을 했다. 기자들이라 엑셀작업도 못하고 뭐든지 아마추어다. (웃음) 그래도 칼이 없으면 돌도끼로 하듯이 잘 하고 싶다. 여러 가지 잘 되었다고 말하기는 이른 상황이지만 그래도 하면서 노조원들이 서로서로 팔아주고 일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현재 국민일보 구성원들은 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단순 서류 작업을 하는 아르바이트에 나선 노조원도 있고,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아 살고 있는 집의 평수를 줄여 이사를 하기로 노조원도 있다고 황 기자는 설명했다. 또,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딸의 졸업식을 앞두고 유치원을 끊어 딸이 울기도 했다는 한 노조원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했다.

현재 국민일보는 ‘정상’ 발행되고 있다. 신문을 통해 발행되는 기사의 수준은 차치하더라도, 기자들이 파업에 돌입한 이후 단 한 차례도 발행이 중단된 적 없으니 정상적으로 발행되고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렇기에 국민일보를 구독하는 독자들 가운데에는 국민일보 파업 사태를 아예 모르고 있는 이들이 많다.

황 기자는 종교부에 2년7개월 정도 있었다. 그는 종교부에 있으면서 ‘교회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사소한 전화를 받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독자들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독자 중에는 “솔직히 기독교 신문이라서 보는 거지 볼 게 없다”는 말을 한 독자들도 있었다. 기자 입장에서는 서운하기도 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황 기자는 이에 대해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는 지면보다는 돈 있고, 지위가 높고, 사회적인 역량이 있는 사람을 위한 지면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황 기자는 그러면서 현재 국민일보를 구독하고 있는 독자를 향해 간곡한 한 마디를 남겼다.

“독자라고 해서 불만이 없는 게 아닐 거다. 경향, 한겨레, 조중동을 구독하는 사람들은 그 신문들이 좋아서 구독하는 것 일거다. 하지만 국민일보는 기독교인이라서, 목사님이 권유해서 보는 측면이 많았다. (그동안) 그런 것에 기대서 신문을 만들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독자들이 (우리들의 행동을) 지지해 준다면 이왕 보는 신문이 더 좋아질 수 있다. 사회적으로 신뢰받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돈 내고 신문을 보는 독자들도 더 지지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기자들 뿐 아니라 독자들도 만족하는 신문이 되었으면 좋겠다.”

국민일보 기자들은 한우 판매를 위해 직접 현장에 뛰어든다. 기자들은 오는 7일 오후 1시 서울광장에서 언론사들의 파업 기금 마련을 위해 열리는 벼룩시장(flea market)에 참여해 깜찍한 소 인형탈을 쓰고 직접 한우 판매를 홍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횡성 한우는 국민일보 노조 카페(http://cafe.daum.net/kmstrike)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 국민일보 구성원들이 카페를 통해 판매하고 있는 한우 가격

 

송선영 기자  sincere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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