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섬유제조업체 대한방직에서 KBS 이사가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25일 열린 대한방직 정기주주총회에서 9명의 사내·사외이사 후보 선임 건이 상정돼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2명이 선임됐으며 권순범 KBS 이사가 재선임됐다. 권 이사는 2020년 3월 27일 대한방직 사외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권순범 이사는 2021년 8월 31일 KBS 이사로 선임됐다.

대한방직 공시에 올라온 25일 정기주주총회결과

KBS 이사는 겸임 금지조항이 없어 권 이사가 사기업의 사외 이사를 맡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대한방직에서 5년 넘게 소액주주 연합과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액주주 연합은 설범 대한방직 회장 등 경영진이 불법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이들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코스닥 상장사 ‘CBI’가 소액주주와 손을 잡으며 주주제안을 통해 CBI 주요 경영진 4명을 사내이사 후보로, 외부 전문가 2명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나머지 후보 세 명은 현 이사회가 추천했다. 대한방직 최대주주는 설범 회장 일가다.

소액주주 연합을 주도하고 있는 강기혁 투자카페 ‘바른투자연구소’ 소장은 이날 주총장에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권순범 KBS 이사가 어떻게 경영권 분쟁 상태인 대한방직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이 올라왔는지 궁금하다”며 “언론인으로 일해온 현직 KBS 이사가 왜 대한방직 사외이사가 돼야 하고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설명 부탁드린다”고 발언했다.

투표 결과 박석길 사내이사와 권순범, 김정규 사외이사 선임 건이 가결됐다. 소액주주 측이 추천한 후보들은 전부 부결처리됐다. 표결 과정을 지켜본 감사들은 투표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주총장에서 의사진행발언에 나섰다.

뉴스타파는 2021년 3월 31일 <어느 재벌 재산관리인의 고백 ① 두 개의 가방>란 제목으로 대한방직 차명계좌 문제를 다뤘다. (출처=뉴스타파)

안형열 대한방직 비상임 감사는 28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표결이 시작되니 사측에서 위임장도 없이 차명주식으로 사전에 작성해온 표를 반영해 투표 결과가 뒤바뀌었다"며 "해당 차명주식은 제가 대한방직에서 근무할 당시 만들어놓았던 차명주식으로 회사는 이를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으며 주총 참석 또한 전산이 아닌 수기로 처리하는 등 과정에서 부정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안 감사는 “의장이 일방적으로 결과를 발표하자 저와 상임감사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묵살당했다”며 “감사 업무 방해, 주총 무효 소송 등을 소액주주측과 함께 법적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 감사는 1985년부터 2001년까지 고 설원식 대한방직 회장의 최측근 비서로 일하며 대표 일가의 차명 자산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양심선언을 했으며 지난해부터 대한방직 비상임 감사를 맡고 있다.

소액주주 연합은 오랜 기간 설범 회장이 횡령과 배임 행위 등으로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은 2019년 4월 설 회장의 차명주식 보유와 관련해 유죄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설 회장은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목적으로 차명주식을 보유해 2012~2016년 12회에 걸쳐 지분공시 등을 위반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기소됐다. 21만㎡ 규모 전주 공장부지를 애경그룹에 매각하며 받은 리베이트 15억 원에 대한 횡령혐의도 있었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소액주주 연합은 대한방직 측과 소송전을 벌이는 동시에 주주총회에 경영진 교체건을 올리며 갈등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존 대한방직 이사진이 재선임되며 회사 측은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소액주주 측은 부적절한 의결권 행사라며 반발한 바 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