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인앱결제 방지법 시행령을 우회한 구글 방침이 OTT 가격 인상 등 소비자 피해를 예고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마련한 시행령에 빈틈이 많아 구글이 허점을 파고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글은 지난 16일 국내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에 인앱결제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통보했다. 구글은 “자체 결제 시스템을 삭제하지 않을 경우 4월 1일부터 업데이트를 제출할 수 없고, 6월 1일까지도 정책을 준수하지 않으면 구글플레이에서 삭제된다”고 밝혔다. 구글은 30%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인앱결제, 26%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인앱결제 내 3자결제’를 제외한 나머지 결제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구글을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 '무력화'…"방통위 나서야")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 고수는 예견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정보통신방송미디어 수석전문위원은 “방통위가 시행령에 상세한 내용을 담았어야 했다”며 “시행령 마련 작업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구글이 결제방식을 특정하도록 둬선 안 됐다”고 지적했다. 인앱결제 방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구글은 다른 결제방식의 접근·사용 절차를 어렵게 설정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하지만 구글은 인앱결제 외 ‘3자결제’라는 선택지를 주고 아웃링크를 원천 차단하는 방식으로 시행령 위반을 피했다.

안정상 위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차원에서 시행령 개정을 요구해 모법이 요구하는 내용이 실현될 수 있게 해야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내 사업자와 소비자만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피해가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송경재 상지대 교수는 “인앱결제 방지법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어느정도 예상된 일이었다”며 “결국 중소 애플리케이션 제작자,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최근 미국·유럽 등에서 구글의 반독점 이슈가 제기되고 있는데 글로벌 차원의 공동대응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 송 교수는 “기업을 상대로 국가가 나서 공동전략을 모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인앱결제 방지법을 대표발의한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22일 성명에서 “방통위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시행령과 고시 발표만으로 할 일이 끝난 것이 아니다. 법령을 공공연하게 무시하고 있는 현상을 눈앞에 두고도 손 놓고 있으면 직무 유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조 의원은 “(방통위는) 서둘러 조사하고 유권해석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28일 사설 <‘갑질 방지법’ 무시하는 구글, 소비자가 ‘봉’ 되는 일 없어야>에서 “방송통신위원회 등 당국이 시행령을 촘촘히 손질해서라도 법 집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바란다”며 “또 ‘매출액 2% 이하’로 규정한 과징금을 대폭 증액해 경각심을 갖도록 할 필요도 있다”고 주문했다. 방통위는 구글의 결제정책이 인앱결제 방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유권해석에 나섰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침이 정해지진 않았다”며 “인앱결제 방지법 통과 후 시행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소홀한 점이 있었다. 우선 (시행령 마련) 절차나 방식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입법이 잘못된 것인지, 시행령이 잘못된 것인지 내용을 판단해야 해법이 나온다”고 밝혔다.

웨이브, 티빙 CI

웨이브·티빙, 가격 15% 인상 결정…“원스토어 같은 경쟁자 나와야”

티빙은 구글 인앱결제 정기 이용권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티빙은 공지사항에서 “구글플레이 정책에 따라 티빙 이용권 신규 결제 시 인앱결제가 의무적으로 적용된다”며 31일부터 콘텐츠 가격을 1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웨이브 역시 내달 초부터 구글 인앱결제 정기 이용권 가격을 15% 인상할 예정이다. PC 홈페이지를 통한 결제는 가격인상과 상관없다.

이에 대해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구글의 결제정책 변경으로 인한 서비스 가격 상승은 예측됐었던 일”이라면서 “시장에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구글 마음대로 정책을 변경할 수 있는 상황이다. 원스토어 같은 다른 대안이 나올 수 있도록 산업계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원스토어의 지난해 앱마켓 점유율은 13.8%다.

또한 정지연 총장은 웨이브·티빙 등이 가격 인상에 대한 근거를 이용자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구글이 수수료 정책을 변경한 것 맞지만, 요금 인상에 대한 근거를 소비자에게 제시해야 한다”며 “요금 인상이 구글 때문인지, 이번 기회에 가격을 올려보겠다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소비자단체들도 요금 인상 근거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수수료 부담을 떠안게 된 OTT를 비롯한 앱·콘텐츠 개발사·제작자 등은 잇달아 요금 인상 방침을 밝히고 있다”며 “당국은 구글의 꼼수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불공정 행위를 일삼는 ‘공룡 빅테크’들의 갑질을 차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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