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하철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연일 비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비문명적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경찰의 개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주요 신문은 "저열한 인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집권여당 대표의 자질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에서 “전장연이 최대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전장연은 조건을 걸지 말고 이해할 수 없는 시위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예산 확보 등 전장연의 핵심 주장은 외면한 채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요구를 문제삼았다. 이 대표는 “(서울 지하철역) 6%는 역사에 구조상 엘리베이터 설치가 난해한 곳”이라면서 “지하철 문에 휠체어를 넣어 출입문이 닫히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지하철 운행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장애인단체 대표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28일 사설 <이준석 ‘장애인 시위에 경찰 개입’, 여당 대표 자격 없다>에서 “이 대표는 장애인단체에 대한 시민들의 적대감을 부추기는 주장도 서슴없이 펴고 있다”며 “갈등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해법을 제시하기는커녕 대놓고 갈라치기를 시도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장애인단체가 정파적 목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처럼 비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장애인단체의 핵심 요구는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개정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등의 예산 근거가 기획재정부의 요구로 임의조항으로 바뀐 것을 의무조항으로 되돌리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장애인단체가 서울 지하철 엘리베이터 100% 설치만을 요구하는 것처럼 축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경찰의 강경 대응을 주문한 것에 대해 한겨레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집회·시위의 자유뿐 아니라 장애인의 안전마저 도외시한 주장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 숙고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사설 <성별 갈라치던 이준석, 이젠 장애인을 혐오 타깃 삼나>에서 “이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내세우며 성별 갈라치기에 나섰다”며 “이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공격하기 시작한 걸 보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른 ‘혐오 타깃’을 설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공당 대표의 저열한 인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장애인들은 수십 년간 다양한 방식으로 이동권을 찾고자 투쟁해왔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하철 시위에 돌입했다”며 “이 대표는 전후 맥락을 모두 제거한 채, 시민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에게 공동체를 분열로 몰아넣는 ‘혐오 선동’을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사설 <장애인 시위를 "시민 볼모 투쟁"이라고 폄하한 이준석 대표>에서 “시위의 원인 제공자는 장애인단체들이 20년 가까이 요구해왔지만 장애인 이동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고 있는 당국과 정치권”이라면서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은 30%에 미치지 못하는 등 한계가 여전하다. 국민의힘도 대선 공약집에서 장애인·노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과 인프라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작성한 전장연 관련 내부문건 (사진=YTN 방송화면 갈무리)

한국일보는 “이런 맥락에 대한 설명도 없이 일부 시민들의 불편 여론에 기대어 시민들과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을 갈라치기 한다는 점에서 이 대표 발언은 문제적”이라고 썼다. 한국일보는 “한정된 정부예산 안에서 이들의 권리를 어떻게 하면 보장해줄 것인지, 장애인 복지에 대해 ‘시혜적 태도’를 가진 국민들을 설득할 방법을 찾는 것이 곧 집권당이 될 국민의힘의 과제”라면서 “그렇지 않아도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전장연의 약점을 찾아 시민 불편을 여론전에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건을 만든 사실이 공개돼 비난을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언론팀은 이달 작성한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내부문건에서 전장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서울교통공사는 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비마이너 등 언론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서울교통공사는 “직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공사의 공식입장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경복궁역에서 열린 전장연 지하철 시위에 참여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전장연 시위에 참여해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김 의원은 “인수위원장도 당선인도 당대표도 아니지만 대신해서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집회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국민께 어떻게 하면 서로 입장 이해할 수 있을지 조정·조율 노력을 통해 말로만 통합하는 것이 아닌, 말로만 국민의힘이 아니라 진짜 힘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장애인 관련 예산 배정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28일 대표단회의에서 “이준석 대표 자신은 여성 혐오자도, 장애인 혐오자도 아니라며 강변하지만 실상은 약자에 대한 혐오를 동원해 시민들을 갈라치기하는 혐오 정치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장애인 이동권은 지난 21년간 늘 뒷전이었다. 지금 정치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장애인들과 직접 만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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