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정희] 백신 접종 후 간기능 수치가 현격하게 올라가 고생했던 기자는 3차 접종 시한이 다가오자 불안했다. 과연 견딜 수 있을까? 언론은 전문가들의 입장을 내세워 3차를 맞아야만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위중증 상황을 막을 수 있다며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기자만이 아니다. 주변에 백신 접종 후 이러저러한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례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백신 후유증이란 판정을 받지는 못했다.

백신을 맞고 아프면 후유증을 의심하기보다는 후유증이 ‘아닌’ 이유를 먼저 찾는 시절. 3월 25일 방영된 KBS 1TV의 <시사 직격>은 OECD 국가 중 접종률 최상위권인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백신 부작용 사례와 피해 보상 상황을 짚어본다.

인과성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KBS 1TV <시사직격> ‘백신과 국가’ 편

이제 더는 17개월 된 딸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고 박지현 씨. 그녀는 2차 접종 후 두통을 호소했다. 메뉴얼대로 타이레놀을 먹었지만 두통은 계속되었다. 잠시 뒤 화장실로 달려간 지현 씨는 구토와 설사 후 쓰러지고 만다. 백신 접종 후 불과 21시간 만에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뇌내출혈. 진단서에는 사인이 백신으로 인한 것이라 확언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다는 모호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하지만 남편은 흔한 알러지 질환 하나 없이 건강검진 소견에서도 모두 건강했던 아내의 급작스런 죽음의 이유가 백신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된다고 말한다.

이제 큰아이가 수능을 치른 두 아이의 엄마 지수복 씨는 2차 백신을 접종한 지 4일 만에 급성심근염으로 심장 이식까지 하게 되었다. 병원비만 7천여만 원, 결국 가족들은 이른 퇴원을 결정했다. 아내 간병에 6개월 동안 생업을 돌보지 못했던 남편은 결국 아들에게 대학 입학을 미루자고 권한다. 아직도 하루 몇번 씩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지수복 씨는 눈을 뜨면 몸도 가누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막막하다고 한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처지가 너무나 억울하다며 통곡한다.

군 제대 후 작업치료사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27살 김지용 씨. 하지만 그의 첫 사회생활은 1차 백신을 접종 후 10시간 만에 찾아온 사지마비로 무너졌다. 면역체계가 신경 세포를 손상시켜 근육 약화와 마비를 유발하는 신경학적 장애 길랭-바레 증후군으로 인해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다.

KBS 1TV <시사직격> ‘백신과 국가’ 편

이들 세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백신 후유증 사례의 4-1 케이스라는 점이다. '예방접종 피해보상 심의 기준'에 따르면, 이 세 사람의 사례는 '예방 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한 시기가 시간적 개연성이 있으나 백신과 이상반응에 대한 자료가 충분치 않아서 후유증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 사람의 가족들은 이런 정부의 심의 결과를 '한 장의 종이'로 받아들었다.

3월 13일 기준 46만여 건의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사례가 접수되었다. 그중 44만 건은 경증 사례로, 두통 등의 미약한 경증의 경우에는 비교적 용이하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중증 이상의 이상반응의 경우이다. 1500건의 중증 이상의 이상반응 사례에서 사망 2건, 주요 이상반응 5건만이 백신으로 인한 개연성을 인정받았다.

질병관리청 담당자는 말한다. WHO나 혹은 문헌상의 사례가 없다면 인과성 여부가 인정될 수 없다고. 사례가 보고되는 대로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다. 그런데 다큐 제작진은 취재 과정에서 의심되는 부분을 밝힌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직전 피해보상심의 기준을 외려 더 엄격한 문구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다른 이유에 의한 결과 발생 역시 백신 접종에 의한 개연성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정되는 경우'란 문구는 '다른 이유보다는 예방접종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더 높을 경우'로 더 기준이 철저해졌다.

KBS 1TV <시사직격> ‘백신과 국가’ 편

2020년 말 코로나19 백신이 긴급 승인되었다. 임상 시험은 불과 6개월 미만이었다. 팬데믹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상황이 기인한 비정상적인 절차였다. 10만 명당 1~2명이 나타나는 희귀 반응은 당연히 찾아내기 힘든 시간이다. 정부는 4-1의 사례가 외려 배려를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인과성 인정은 어렵지만 그래도 의료비 3000만 원과 사망 위로금' 지원 결정은 긴급 지원을 위해 재분류, 고민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언제 완치될지 모르는 길랭-바레 증후군 환자가 되어 월급은커녕 다시 부모님께 용돈을 타서 쓰는 처지가 되어버린 지용 씨나, 치료비가 없어 퇴원하고 아들의 대학진학조차 미루는 처지가 되어버린 지수복 씨네 집에 정부가 했다는 '고민의 결과'는 전혀 다가서지 못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억장을 무너뜨리는 건 이런 정부의 배려가 단 한 장의 ‘종이’로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어린 딸을 놔둔 채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난 아내의 죽음에 '인과성이 없다'라는 단 한 장의 종이로 답한 정부에 대해 젊은 아빠는 가슴을 친다.

인과성을 인정받으면 나을까? 의무기록 관리사로 일하던 20대 지수 씨는 백신 접종 7분 만에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쓰러졌다. 지병이던 천식이 악화돼 다시 걸어다니기까지 5개월이 걸렸다. 아직도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하다. 자신의 현실이 적응되지 않는다는 지수 씨가 받은 건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해당하는 보상금 298만 원이다. 그녀는 씁쓸하게 말한다. 장애인이 되거나 사망해야 보상금이 더 나온다고.

한국적 인과성을 인정하라

KBS 1TV <시사직격> ‘백신과 국가’ 편

서울 청계광장에는 코로나19 백신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되어 있다. 지난해 8월 백신 접종 2달 만에 사망한 19살 지영이도, 준우도 그곳에 있다. 기저질환인 고혈압이 있었지만 평소 관리를 잘하셨던 현진 씨의 어머니 박명순 씨도 이젠 한 장의 사진으로 그곳에 계신다. 매주 토요일 1300여 명의 백신 피해자 가족들이 거리로 나선다.

가족을 잃거나 심각한 질병에 시달리게 만든 백신 접종. 그들은 정부가 '한 장의 종이'나 관행적인 답변 말고는 준 것이 없다며 누굴 위한 정부냐고 묻는다.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 위원회는 대부분 의료진들로 구성됐지만 심의 과정은 블랙박스처럼 불투명하다. 피해자들은 심의에 피해 가족들을 대변하는 전문가들의 참여를 요구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결정을 '믿으세요'라고 하지만, 백신 자체의 신뢰도 역시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긴급 상황의 특이성을 기반으로 마련된 상황에서 정부의 입장은 권위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KBS 1TV <시사직격> ‘백신과 국가’ 편

노르웨이는 방역 초기 화이자 백신 접종 후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음을 스스로 밝혔다. 과도한 정보 공개가 백신에 대한 공포를 부추긴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 정부는 물러서지 않았다. 또한 백신으로 인한 이상반응에 대해 다른 원인을 찾지 못하면 보상을 하며, 그 다른 원인에 대한 입증 책임 역시 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거기에 피해보상 진행 과정에 청구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거리로 나선 이들의 마스크에는 '한국적 인과성을 인정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시사 직격>은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의 상황에서는 사회 보장과 국가 보상적 측면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부는 공적 이익을 위해 백신 접종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그리고 국민들은 사적 피해를 감수하며 정부의 권고에 따라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불안전한 백신으로 인한 불확실한 피해, 그 피해의 감수를 개인의 몫으로 떠넘기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감염병 치료비 선지원, 인과성 완화와 관련된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기존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기존 제도는 어떤 것일까?

KBS 1TV <시사직격> ‘백신과 국가’ 편

지수복 씨 남편은 기존 제도의 피해자 구제 신청을 했다고 한다. 집도 없어야 하고, 4인가족 벌이가 1년에 1800만 원 이하여야 한다는 기존 제도로 지수복 씨네 집은 구제 대상이 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른바 ‘K방역’이라며 접종률 세계 최상위권을 자랑하게 만들어준 우리 국민들. 하지만 그런 K방역의 그늘에 청계광장의 영정들과 여전히 후유증으로 신음하고 있는 피해 당사자들과 가족들이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로 백신 접종에 참여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과 배려는 정부의 몫이 아닐까라고 다큐는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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