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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논란, 해당 정보수집 기관의 법적역할이 핵심”[인터뷰]숙명여대 법대 홍성수 교수 인터뷰
한윤형 기자 | 승인 2012.04.02 15:09

KBS 새노조가 총리실 입수 문건을 폭로한 것은 29일 저녁이었다. 다음날인 30일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언론들은 1면을 통해 대대적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공세를 취했다. 물론 ‘조중동’이 이 사건을 그리 신속하게 보도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예상되는 일이었다. 보도가치로만 본다면야 늦은 저녁 시간에 공개되었더라도 신속하게 대응했어야 하는 일이지만, 주말 동안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도 없는데 벌써부터 손해보는 장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 지난 3월 30일 조선일보 1면 기사
그러나 보수언론 중에서도 조선일보의 1면은 참으로 특이한 데가 있었다. 정부의 불법행위를 증명하는 문건이 대대적으로 공표된 날 조선일보는 국민들의 법의식을 문제삼고 있었다. 이에 미디어스는 2일 법철학·사회학·인권 연구자인 숙명여대 법대 홍성수 교수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법치주의란 말이 어떻게 오용되고 있는지를 짚어 보았다. 

- 조선일보 1면 기사는 읽었나.
= 읽었다. 읽고 나서 엄청나게 황당한 기사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1면인 줄은 듣고 나서 알았다.

- 민간인 사찰 문건이 폭로된 다음날 그런 기사를 1면에 실었다는 것은 굉장히 재미있는 현실인 것 같다. 한국에서 ‘법치주의’란 말이 사용되는 방식에 대해 뭔가 말해주는 것 같다.
= 그렇다. 원래 법치주의란 말은 국민에다 대고 할 얘기가 아닌데, 한국 사회에는 국민들더러 법을 잘 지키라고 할 때에도 법치주의란 말을 쓴다. 국민에게 준법정신은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법치주의를 근거로 법을 잘 지키라고 말한다면 어불성설이다. 왜냐하면 법치주의란 원래 통치하는 사람을 규제하자는 이념이기 때문이다. ‘치’자가 왜 들어 있겠는가. 국민이 국가를 통치하는게 아니지 않는가.

법치주의는 권력기관을 법에 의해 통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법에서 정해놓은 만큼만 해야 일반 국민들의 기본권이 보호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볼 때 국가 권력기구, 특히 수사/정보기관에 대한 법적 통제는 법치의 핵심이다. 경찰이나, 검찰이나, 국정원 등이 다 제각기 법에 정한 역할 정도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정보기관인 국정원과 경찰의 사찰은 어느 나라에서나 고질적인 문제인데, 한국의 경우 민주화 이후 정보기관에 대한 법적 통제가 상당부분 발전해 왔다. 근데 사실 그 틀에 따라 국가기관이 움직여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가령 국정원 업무를 보자. 어디까지가 정보수집이고 어디부터가 정치공작인지가 헷갈린다. 그런 경계선에 있는 일들이 있다. 참여정부 얘기도 나오는데, 사실 참여정부에서도 그렇게 경계선에 걸쳐 있는 사찰, 일한 사람들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지만 나같은 전공자의 눈엔 사찰로 보이는 그런 사찰은 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사찰은 얘기가 많이 다르다.

   
▲ 숙명여대 법대 홍성수 교수
- 어떻게 다르다는 것인가.
=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총괄을 했다고 하지 않나. 이 기관엔 사찰기능이 없다. 단지 공직자를 관리 감독하는 기구일 뿐이다. 이런 기구를 통해 사찰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면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유린이며 훼손이다.  앞서 말한 역사의 발전, 정보기관에 대한 법적 통제를 뒤로 돌리는 사태다. 사실 보수 쪽에서 훨씬 난리쳐야 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원래 법치주의는 보수의 이념 아닌가. 

- 그럼 왜 들키면 변명도 하기 힘들도록 그런 조직을 통해 사찰을 했을까? 혹시 이전 정권 핑계를 대긴 했지만, 과거에 사찰을 담당하던 기관이나 전문가가 더 이상 없었기 때문에 새로 뽑아서 한 것이 아닐까?
=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추측일 뿐이다. 과거에는 국정원과 기무사가 그런 역할을 했다. 그들이 하는 일도 합법과 탈법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경찰도 가장 힘센 곳이 정보과다. 조직도 비대하고 승진도 빠르다. 경찰에서도 정보과 활동은 검찰 통제를 안 받는다. 청와대에 직접 보고한다. 역시 위험한 측면이 있다. 작성시기가 참여정부 시기인 문건들이 경찰에서 만들어진 것이라지만 역시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 그렇지만 그건 적어도 법에 정해져 있는 활동이다. 그런 활동을 법으로 정하지 않은 기관에서 하면 안 된다. 오늘 언론보도를 보니 눈에 띄지 않으려고 총리실에서 한 게 아니었냐는 분석들이 나왔다. 일리있다고 생각한다. 경찰, 국정원, 기무사 등은 법으로 그 활동범위가 명시되어 있고, 국회에서도 항상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고, 시민사회에서도 관심이 높기 때문에 그 활동에 제약이 있다. 하지만 누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그런 일을 할 거라고 상상할 수 있었겠나. 법적/정치적/시민사회적 통제가 불가능한 곳에서 일부러 그런 일을 했다는 심증이 있다. 그래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 “이전 정권에서도 했다”라는 물타기가 청와대와 보수언론의 답변인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 그런 측면도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조직적인지, 대통령과의 연관성이 있었는지 문제도 중요하다. 이전 정권에서도 이명박 등의 동향보고를 하다가 국정원 직원이 처벌받은 적 있다. 분명히 잘못이다. 이런 일이 민주정부에서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그 사건을 보면 청와대와 관련이 되어 있다거나 대통령에게 직보가 들어갔다는 정황은 없었다. 잘못이지만 엄연히 질이 다른 것도 사실이다. 앞서 말했듯 정보기관의 사찰을 법으로 통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그래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데, 정보기관이 아닌 국가기구가 사찰을 했다는 것은 그동안의 역사적 성과를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 조직적인 증거인멸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검찰의 태도도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만약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것이라면 어떻게 처벌할 수 있을까.
= 만일 그렇다면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증거는 없다. 근데 좀 미심쩍은 부분은 있다. 지금 나온 문건들을 보면 이 사람들이 정보 쪽 활동에서 결코 프로가 아니다. 아마추어들이다. 아마추어들로 이렇게까지 움직였다면 문제가 더 심각한 거다. 다른 기관의 힘을 빌려서 일을 한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부분들을 철저하게 수사해서 밝혀내야 한다. 그런데 검찰 역시 이 아마추어들의 미숙함을 감싸줬다는 의혹이 있다. 검찰은 직무상 알게 된 범죄는 고발하게 되어 있고 수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

- 지금 KBS 새노조가 공개한 문건은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된 것이다. 검찰도 봤다는 거다. 검찰이 어떻게 했어야 한다 생각하나.
= 검찰 말대로 그 문건 내용만으로는 처벌이 힘든 부분이 있다. 법적으론 애매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 정도 내용을 봤으면 수사는 더 해서 진상을 밝혀내려고 노력했어야 한다. 두 건만 수사하고 나머지는 덮은 것은 이해하기 힘든 처사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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