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시위에 대해 "수백만 서울시민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장연 측은 "이 대표의 페이스북 글은 혐오 문화를 조장하는 21세기의 나치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25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전장연은 이날 오전 7시 22분쯤부터 3·4호선 환승역인 충무로역에서 열차에 탑승, 이동권 시위(선전전)에 나섰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개인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하의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적으로 시위하는 것은 의아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선자는 이미 몇 달 전부터 해당 단체 간부 등에게 협의를 약속했다”며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해 가면서 하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1월 3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촉구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마친뒤 열차에 탑승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요원 등을 적극 투입하여 서울지하철의 수백만 승객이 특정 단체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우정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이날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의 시민 범주 안에는 장애인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며 “그래서 비장애인 시민과 장애 시민을 갈라치기하며 갈등을 유발하는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 활동가는 “이 대표의 페이스북 글은 혐오 문화를 조장하는 21세기의 나치와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우 활동가는 “이준석 대표는 여성혐오 발언 등으로 소수 세력과 다수 세력을 갈라치기 전선을 만드는 것에 대한 분명한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제는 여당의 대표인데, 여당의 대표가 생각도 않고 SNS에 글을 썼다는 것 자체가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우 활동가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은 ‘당연히 장애인 권리보장을 하겠다'는 식으로 말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적어도 2022년에 이러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본인들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장애인단체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선자는 장애인 단체 간부들과 몇 달 전부터 협의하고 있었다’는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한명희 전국장애인철폐연대 조직실장은 이날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전장연과 국민의힘은 따로 합의를 본 사안이 없다”며 “대선 당시 4개 정당과 ‘장애인 권리보장 협약’ 등을 맺을 때도 국민의힘과는 협약을 맺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조직실장은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집회 현장을) 방문했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차 TV 토론회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면서 "그러나 당시 윤석열 후보는 아무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조직실장은 “전장연은 시민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시민의 집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이 대표는) ‘특정 단체(장애인 단체)’와 ‘수백만의 서울시민’으로 집단화하고, 두 집단을 적대적인 세력으로 구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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