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디즈니 플러스가 오리지널 시리즈로 내놓은 ‘사운드트랙 #1’이 첫 방송되었습니다. 4부작으로 준비된 짧은 작품이지만 첫 회부터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박형식 한소희가 19년 차 친구로 등장하며, 연인이 되지 못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았습니다.

사진작가인 한선우와 작사가인 이은수는 아홉 살부터 친구로 19년을 보낸 절친입니다. 남녀 사이에 친구는 존재할 수 없다는 이들과 충분히 친구로 지낼 수 있다는 이들의 설전은 과거나 지금이나 여전하죠. 그 미묘한 감정을 담아내는 것이 이 드라마입니다.

유명한 사진작가에게 증명사진을 부탁하는 작사가는 아직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는 이들 사이엔 미묘함도 존재합니다. 서로 모르는 듯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이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갈구하고 있으니 말이죠.

선우의 사진을 보며 은수는 서글프다고 합니다. 그런 은수에게 이제 어른이 되어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이라 되받아치는 선우입니다. 선우가 디카가 아닌 필카를 선호하는 이유에서 그의 성격과 사랑에 대한 감정이 잘 묻어났죠. 디카는 수없이 반복해 찍을 수 있지만, 필카는 오직 한 번의 촬영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그런 사랑을 꿈꾸고 있죠.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사운드트랙 #1>

서로가 가지고 있는 감성의 차이를 드러나는 방식도 좋았습니다. 스물여덟 동갑내기의 이 미묘함은 2주 한시적 동거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쫄깃한 긴장감을 전해줬습니다.

작곡가인 강우일과 만난 은수는 이번에도 함께할 수 없다는 말에 절망했지만, 2주의 기간을 달라 요청했죠. 그 안에 새롭게 작사를 해보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선우는 은수의 지적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예정된 사진전을 미루자고 함께 일하는 형 동현에게 요구했습니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진을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이유였죠.

선우에게 우선순위는 언제나 은수였습니다. 먼저 술 마시고 있다는 문자에 단골 술집을 찾은 선우는 은수의 불평불만을 들어줘야 했습니다. 짝사랑의 감정을 담은 가사에 진짜가 없다는 작곡가의 지적에 실망했으니 말이죠.

선우는 사랑은 뱉어도 되지만, 짝사랑은 다르다고 합니다. 마치 짝사랑을 해본 듯한 선우 말에 은수는 호기심이 발동했죠. 누구냐고 묻는 은수는 미국에서 누굴 만난 거냐며 따지기에 여념이 없었고, 당황한 선우는 은수에게 즉흥적으로 '제니퍼'라고 합니다.

물론, 제니퍼는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이름이고 선우가 짝사랑하는 상대는 은수였습니다. 4년 전 선우는 은수에게 고백하려 했습니다. 사귀던 남자와 헤어지고 그날도 단골 술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날 선우는 단둘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지만, 그런 상황은 주어지지 않았죠.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사운드트랙 #1>

사진전에서 대상을 받지 못하고 은상에 머문 선우에게 술집 부부는 환호했지만, 은수는 발끈했습니다. 대상보다 못한 게 뭐냐고 분개하는 은수는 오직 선우 편이었습니다. 그런 은수의 모습에 술집 부부는 선우와 사귀라는 말을 건넵니다.

은수가 사귄 남자보다 선우가 훨씬 좋은 사람이란 말에 은수는 단호하게 말하죠. "우린 절대 헤어지면 안 되거든"이라며 사귈 수 없는 이유를 언급했습니다. 그 한심한 남자와 헤어지고도 이렇게 힘든데 선우와 헤어지면 자신은 살 수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별이 두려운 사랑은 불안할 수밖에 없죠. 평생 헤어질 수 없어 사랑도 시작할 수 없다는 은수에게 선우는 고백할 수 없었습니다. 인형까지 준비했지만, 전하지 못한 감정은 그렇게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꿈꿀 수 있는 인형은 없지만, 그렇게 인형에 감정을 담은 선우의 꿈은 그저 자신의 책상에 남았습니다. 술에 취해 은수는 인형 뽑기에서 인형을 뽑아 선우 주겠다고 나섭니다. 책상 위의 인형을 보며 장난치던 은수는 선우의 마음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자기 집으로 들어와 도와달라는 은수 말에 거절했던 선우지만 아침 일찍 그의 잠을 깨웠습니다. 전날 동현이 형이 보낸, 여자 친구가 왔다며 사무실에서 하루만 자 달라는 요구를 빌미 삼아 은수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멍한 표정의 은수는 잠결이었는지 이내 손뼉을 치며 환영했습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사운드트랙 #1>

지저분한 은수 방 청소를 시작으로 요리까지 은수는 부족함 없는 선우를 조수에서 매니저로 승격시켰습니다. 별 의미 없지만, 은수가 느끼는 선우의 쓰임이 그렇게 의미를 더해간다는 표현이었습니다. 완벽한 남사친에게 짝사랑 제니퍼에게 고백해 보라는 은수의 말은 무척이나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까일까봐가 아니라 잃을까 봐"

선우가 느끼는 감정입니다. 그 역시 은수를 잃을 수는 없기 때문이죠. 그와 평생 함께하고 싶지만, 은수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된 후에는 그저 짝사랑만 이어갈 뿐이었습니다. 4년 전 은수의 그 말만 없었어도, 선우의 고백은 이뤄졌겠지만 말이죠.

남자 없냐는 질문에 살짝 미소 지으며 작곡가인 강우일을 언급하는 은수의 모습에 변화가 감지되는 선우의 표정 역시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미묘한 감정선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많았으니 말이죠. 그만큼 섬세한 연기가 필요한 작품이었습니다.

술에 취해 춥다며 잠든 은수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누운 선우에게 춥다며 다가와 안기는 은수. 그런 은수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만지는 선우는 이 모든 상황이 당황스럽고 힘겹기만 합니다. 안겨있는 은수는 사랑이란 감정이 아닌, 정말 여자보다 편한 남사친이기에 하는 행동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죠.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사운드트랙 #1>

잠에서 깨어 잠든 은수를 바라보는 선우와 뒤늦게 잠이 깨 선우를 바라보는 은수의 모습은 숨먹 포인트이기도 했습니다. 서로 아무 말 없이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으로 마무리된 첫 방송은 흥미로웠습니다. 은수에게 주려던 인형이 상자에서 보이며 '인형의 꿈'이란 부제는 완성되었죠.

이야기 자체가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정말 친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이야기는 수없이 나오는 화두이니 말이죠. 그럼에도 이 드라마에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배우들의 힘이 큽니다. 박형식과 한소희라는 배우가 보여주는 묘한 감정선들이 볼 수밖에 없게 하니 말이죠.

짧은 소품 같은 작품이지만, 두 사람에게만 집중해 그 감정선의 변화를 지켜보는 방식의 이 실험은 흥미롭습니다. 주변인들을 최소화하고 두 절친이 사랑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렇게 잃기 싫어 감정을 속이며 살지 궁금해집니다.

은수는 정말 선우의 그 감정을 모르는 것일까요? 제니퍼가 바로 자신임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다고 보이기도 하는 은수의 마음이 언제 어떻게 변화할지도 궁금해집니다. 2주 후 미국으로 출국하는 선우와 2주 후에 새로운 작사를 마쳐야 하는 은수의 짝사랑은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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