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대선 국면에서 ‘정책검증’ 보도가 실종된 데 대해 ‘포털 책임론’이 제기됐다. 알고리즘이 주목도 높은 기사를 우선 추천하고, 네이버가 조회 수를 위주로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상황에서 언론사의 선택지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실제 대선기간 중 포털에 송출된 선거기사 대다수는 단순 논란·사실을 전달하는 기사였다.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23일 대선 보도를 총평하는 <제20대 대선보도 과제와 해법> 토론회를 개최했다. 미디어감시연대는 신문·방송 보도, 포털뉴스, 유튜브, 지역 언론 등 4개 분야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포털 대선보도 주제 분포도 (사진=대선미디어감시연대)

포털 선거보도 94.5%는 비정책 기사…“기사 송고 수 제한, 대선 특집페이지 강화해야”

1월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포털에 송출된 선거보도 94.5%는 비정책 기사였다. 정책을 상세히 소개한 기사는 1.4%에 불과했다. 비정책 기사 비율은 1월 24일부터 31일까지 90%였지만, 선가가 진행되면서 점차 늘어났다. 비정책 기사 중 32.4%는 후보자와 배우자 논란을 다룬 보도였다. 이외에 선거 정국·캠프 동향 기사 40.9%, 여론조사 기사 12.1%, TV 토론회 기사 9.1% 등이다. 보도의 정보원은 SNS 17.8%, 여론조사 13.2%, 타사 보도 11.6%, 라디오 프로그램 8.1% 순이다.

이준형 전국언론노동조합 전문위원은 주목도가 높은 기사를 전면에 배치하는 포털 알고리즘을 문제로 꼽았다. 언론사들이 포털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기 위해 자극적 기사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비판이다.

이준형 위원은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기획 기사보단 자극적 기사 제목이 클릭을 유도한다”며 “이용자들이 클릭을 시작하면 알고리즘이 가속도를 붙인다. 포털은 알고리즘을 통해 정량적인 평가를 중심으로 뉴스를 배치하기에 기획 기사와 논란거리를 다루는 기사들 사이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언론사 입장에서도 딜레마”라면서 “돈과 인력을 들여 기획 기사를 생산해봤자 많이 읽히지 않는다. SNS와 온라인 게시글을 인용하고, 여론조사에 몇 줄 얹어 내보내는 기사들이 훨씬 인기가 좋다”고 했다.

이준형 전문위원은 “저널리즘에게 기레기라고, 포털이 편향됐다고, 이용자들이 무지하다고 욕할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언론사별 기사 송고 수를 제한하자는 제안에 귀를 기울여볼 수 있다. 또한 대선 특집 페이지를 강화해 저널리스트와 전문가들의 책임 있는 역할 수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권태호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은 “기자들을 비판해도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면서 포털 수익 배분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 실장은 “네이버는 이용자가 기사를 얼마나 많이 보냐를 책정해 광고비를 결정한다”면서 “언론사 입장에선 기사 개수가 많아야 광고를 얻을 수 있다. 정책기사를 많이 양산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했다.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역시 포털 중심의 뉴스소비 행태를 문제로 꼽았다. 심 위원은 “수백 개의 언론사가 포털이라는 하나의 판에서 경쟁하고 있다”며 “현재의 구조를 유지한다면 실질적인 대안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심 위원은 “포털뉴스를 분산시키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좋은 기사가 우선 노출되고 소비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20대 대선 방송 선거보도 분류 (사진=대선미디어감시연대)

정책검증 사라진 신문·방송보도

신문·방송 보도 평가를 맡은 조선희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팀장은 “정책검증은 사라지고 편파보도·경마저널리즘 도돌이표가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대선미디어감시연대가 2월 3일부터 4주간 신문·방송 보도를 살펴본 결과, 대선후보의 정책을 검증한 보도는 신문 14%·방송 4%에 불과했다. 조선일보의 대선보도 건수는 403건으로 신문사 중 가장 많았으나, 정책검증보도 비중은 5%로 가장 낮았다. 정책검증보도 비중이 가장 높은 신문사는 한겨레(22%)다.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선거보도 중 정책이 언급된 보도는 27%, 정책을 검증한 보도는 4%였다. 조선희 팀장은 “매체 간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신문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MBC·JTBC·TV조선·채널A·MBN 정책검증보도 비중은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채널A의 정책검증보도 비중은 0.83%였다. 정책검증보도 비중이 가장 높은 방송사는 KBS(14%)다.

방송사의 선거보도는 단순 후보 행보(33.3%), 단일화(13.7%), 가족 논란(11.8%)에 집중됐다. 조선희 팀장은 “후보 행보를 그대로 옮겨 쓰는 보도는 경마저널리즘 문제를 답습했다고 볼 수 있다”며 “유세 현장을 스케치하는 보도는 필요하지만, ‘받아쓰기식’으로 중계하는 보도가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종합편성채널 4사의 시사대담프로그램의 주요 대담 주제는 후보·배우자 의혹이었다. 방송 시간 1,299분 중 후보·배우자 의혹 관련 방송은 787분에 달했다. 공약·정책을 주제로 한 대담은 MBN이 2분을 다룬 것을 제외하면 한 건도 없었다. 지난달 10일부터 3월 1일까지 김혜경 씨 의혹과 관련된 방송 시간은 237분으로 김건희 씨 의혹(113분) 관련 방송 시간의 2배에 달했다.

이밖에 조선일보·동아일보의 단일화 요구 칼럼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선일보는 2월 3일 야권 단일화를 요구했고, 동아일보는 2월 4일 “단일화는 의무이며 당위”라고 주장했다. 조선희 팀장은 “단일화 성사 여부만 살피는 것을 떠나, 언론이 정치인처럼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부산민언련 사무국장은 지역언론의 선거보도가 후보 행보·발언 소개, 이벤트 중계, 갈등·공방 전달 등에 치중했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국장은 “후보자의 지역연고를 강조하거나 중소후보를 소외시키는 보도도 여전했다”며 “정책·공약보도는 단순 전달에 치중했다”고 밝혔다.

(사진=대선미디어감시연대)

“정치·시사 유튜브, 편향성·진영논리 강화”

유승현 경희대 교수(민언련 정책위원)는 대선후보·정당 공식 유튜브 채널, 보수·진보성향 유튜브 채널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보수성향 채널의 핵심 이슈는 이재명 후보자 관련 의혹·논란, 진보성향 채널의 핵심 이슈는 윤석열 후보자 의혹·논란이었다. 유승현 교수는 “양 채널 모두 후보자 관련 의혹·논란을 강조했다”며 “대부분 정치적 편향성을 강화하고 선정성이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유승현 교수는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유튜브 채널은 편향성과 진영논리를 강화해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며 “이는 이용자들의 확증편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시사 채널에 한해 유튜브 플랫폼의 제도적 장치나 가이드라인 강화 등의 자율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현 KBS 정치부 의정팀장은 “후보들의 공약발표 시점이 늦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선거 2주 전 공약집을 만드는데, 유권자에게 공약을 정리해 알릴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들이 지역을 방문해 공약을 발표하면 언론은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박 팀장은 “특히 이번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큰 차이가 없다”며 “공약 차별성이 없는 상황에서 후보들의 개인적 문제에 대한 공방이 시작됐다. 언론이 공약 관련 이슈를 발전시켜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다.

권태호 실장은 ‘단일화 보도’가 많았다는 비판에 대해 “단일화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었기 때문에 언론이 보도를 안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권 실장은 “양당 중심의 다당제 구조에선 단일화 이슈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며 “현재 구도를 타파하기 위해선 결선투표제가 도입돼야 한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각 당은 (정책을 통해) 자신들을 어필하고, 더 많은 정책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소수정당 후보들이 ‘사표론’ 압박에 시달릴 필요 없이 정책과 비전 경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실시된 제20대 대선보도 과제와 해법 토론회 (사지=민주언론시민연합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은영 휴먼엔데이터 소장은 여론조사 방법론을 분석하는 보도가 늘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매주 40여 개의 여론조사가 쏟아졌는데, 조사 방법론에 따라 결과값이 출렁거렸다”며 “조사방법론을 설명하지 않으면 이용자들은 왜 서로 다른 결과가 나왔는지 모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ARS 방식 여론조사의 정확도가 떨어졌다면서 “정확도를 기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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