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공사에 반대하며 100일간 단식투쟁을 벌였던 '천성산 지킴이' 지율스님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반론보도를 청구하는 '10원' 소송을 제기했다.

지율스님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내고 "조선일보는 '천성산터널 반대운동=2조 손실' 등으로 기사화한 숫자에 비례해 18회의 정정보도문, 부정적인 사설·논평을 실은 횟수인 10회의 반론보도문을 게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하루 10원씩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 조선일보 2006년 6월 3일자 3면

지율스님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10원' 소송을 낸 것은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운동으로 인한 손실액이 2조5000억원이라는 한쪽의 주장을 언론이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400회 이상 받아쓰면서 "왜곡된 정보와 불필요한 논란을 확산시켜왔기" 때문이다.

지율스님 "손실액 '2조' 진위 밝히겠다"

또한 '천성산 공사 지연=2조5000억 손실'이라는 등식이 사회적으로 각인되면서 "(최근 대운하 논란을 비롯해) 정부 개발사업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제동을 거는 모든 활동이 불편부당한 일로 치부되고 이로 인해 환경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에 대한 진위를 가리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실제로 대다수 언론들이 고속철도공단과 대한상공회의소의 2005년 보고서를 인용해 "(천성산 원효터널) 공사지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조5000억원(사회경제적 편익 감소 1조9719억원, 고속철도 운영수입 감소 5199억원, 공사중지 보전금 243억원)에 달한다"고 앞다퉈 보도해왔고 최근까지도 각종 사설과 칼럼, 전문가 시론 등에 인용되고 있다.

그러나 2004년 경부고속철도의 1년 수입이 6544억원인데 천성산 구간 공사 지연으로 인한 운영수입 감소 금액을 무려 5199억원이라고 발표한 고속철도공단의 주장은 "허구에 가깝다"는 것이 지율스님과 천성산환경보존대책위쪽의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천성산 원효터널 감리단이 작성한 '경부고속철도 2단계 건설사업 총사업비 변경내역' 자료에 따르면 천성산 터널 구간의 사업비는 오히려 5000만원이 감소했고 공기도 예상보다 7개월이 앞당겨졌다. 또한 천성산 고속철도 공사가 중지된 기간은 발파작업만 중지했던 6개월뿐이며 공사업체였던 SK에서 발표한 손실금액도 145억원에 불과하다.

"조선일보에 수차례 공개질의서 보냈지만 묵묵부답"

지율스님은 이에 대해 "조선일보 등은 고속철도공단과 이해관계자가 제시한 자료에 따라 천성산 공사지연으로 인한 손실 금액을 수천억에서 수조원까지 유동적으로 기사화해 왔다"며 "자료 출처도 연구자도 밝히지 않은 채 당시 고속철도공사의 수주업체였던 두산그룹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단체(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작성한 한 장의 보도자료가 그동안 '천성산 터널 반대운동=2조5000억원 손실'이라는 등식으로 자리잡았다. 언론이 이해관계자의 편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의혹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2006년 6월 3일자 사설
'천성산 공사 지연=2조원 손실'은 최근까지도 전가의 보도처럼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3월 6일자 <"법·질서 OECD 평균만 되면 1% 경제성장">에서도 "대한상공회의소는 2005년 새만금 간척지, 천성산 터널, 사패산 터널, 계룡산 국립공원 관통도로, 경인운하 등 대형 국책사업의 지연으로 초래된 경제 손실이 4조1793억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지율스님은 "고속철도 사업의 완공은 12년이 느려졌고 예산은 4배 불어났으며 (운행)시간은 20분 가량 느려졌고 승객 수요는 예상보다 8배 줄었고 수익은 연간 5천억 이상의 적자로 돌아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이러한 사실관계 보다는 그 자리에 천성산 문제를 올려놓고 잘못된 국책사업의 발생 원인을 찾으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정정보도 "천성산 구간 공사중단 6개월, 시공업체 손실금액 145억원"

지율스님은 이번 소송에 앞서 지난 2007년 1월부터 조선일보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그동안 천성산 문제를 다룬 조선일보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수차례 요구해왔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답신도 받지 못했다.

▲ 2007년 9월 3일 동아일보 '정정보도'
한편 지율스님은 동아일보가 2007년 4월 3일 게재한 칼럼 <단식을 모독하지 말라>와 관련해 "천성산 터널 반대운동에 대해 정확한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보도해달라"며 같은해 8월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에 동아일보는 같은해 9월 3일자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4월 3일자 '단식을 모독하지 말라' 칼럼 중 '죽은 것은 그(지율스님)가 걱정했던 도롱뇽이 아니라 공사 지연으로 인한 수천억원의 국민 세금과 몇년 간의 귀중한 시간'이라는 내용은,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의 공사중단 기간이 두 차례에 걸쳐 총 6개월이며 시공업체가 밝힌 직접적 손실금액이 145억원으로 확인돼 바로잡는다"고 정정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