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KBS, 방송문화진흥회(MBC 관리·감독기구, 이하 방문진) 등에 대한 업무보고를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23일 밝혔다. 전날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언론사를 상대로 한 업무보고는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23일 원 수석부대변인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KBS·방문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업무보고 제외가 확정됐다는 보도가 있다'는 질문에 "방통위 업무보고는 내일 오후로 예정돼 있다"면서 "공영방송 편성에 대한 업무는 인수위 업무보고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세금이 들어가는 공영방송사의 경영 관련 사항은 업무보고 대상"이라고 말했다. 원 수석부대변인은 "과학기술분과에서 이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보고 받을지 논의 중"이라며 "확정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 브리핑에서 원일희 수석부대변인이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KBS뉴스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하지만 22일 원 수석부대변인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KBS·방문진 등에 대한 업무보고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업무보고)소관부처를 어디로 할지 전혀 확정된 바 없다. 날짜별로 하루 이틀 남겨두고 확정이 된다"며 "특히 KBS 등 특정 언론사를 상대로 한 업무보고는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를 준비하는 인수위가 공영방송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답변이지만 하루 만에 기류가 바뀐 셈이다. (관련기사▶이례적인 방심위·시청자미디어재단 인수위 업무보고)

공영방송 업무보고는 법적 근거가 없어 길들이기 논란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원 수석부대변인은 언론사나 언론 관리·감독기구에 대한 업무보고 기준으로 세금 사용을 들고 있다. 그러나 1988년 민주화 이후 방송문화진흥회법에 근거해 설립된 '비영리 공익법인' 방문진은 국민 세금과 무관하다. 또한 MBC는 방문진(70%)과 정수장학회(30%)를 주주로 두고 있으며 광고, 협찬, 콘텐츠 판매 등을 통한 수익으로 운영된다.

TV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국정감사 피감기관이고, KBS 사장이 국회 인사청문대상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인수위 업무보고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이라는 차원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KBS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에 설립근거를 두고 있다.

또 방송법은 KBS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최고의결기관으로 KBS 이사회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운영법은 '방송법에 따른 KBS와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따른 EBS'를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대통령 업무보고가 진행된 전례가 없다.

또한 KBS와 MBC를 겨냥한 것밖에 안 된다는 문제가 있다. 수신료를 배분받는 EBS,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으로 정부보조금을 받는 연합뉴스, 연합뉴스 관리·감독기구 뉴스통신진흥회, 공공기관 한국정책방송원이 운영하는 KTV, 국회사무처 산하 국회방송 등은 업무보고 논의 대상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KBS·방문진 등이)정책 영역안에 있는 건 사실이지만 거버넌스를 독임제 부처가 아니라 독립행정위원회인 방통위로 해 놓았고, KBS의 운영과 경영을 감독하는 기구는 KBS 이사회"라며 "취임하기도 전에 공영방송에 압력을 행사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어떤 근거와 이유, 내용으로 업무보고를 받는다는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정책위원장은 "수신료와 관련해 정부는 권한이 없다. 수신료 결정 과정에서 국회가 최종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면서 "더군다나 대선 과정에서 우려되는 발언들이 있었다. 공약집에서는 '부당한 언론 개입 NO!'라고 했는데 부당한 개입으로 비춰질 여지가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명확한 법적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영방송 업무보고를 받겠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윤석열 당선자가 보인 언론관에 대해 언론계·시민사회는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일이므로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사무처장은 "인수위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초법적 기구가 아니다"라며 "윤 당선자와 국민의힘이 그동안 주관적 근거를 가지고 공영방송의 보도를 불공정·편파보도로 주장해 온 것도 부적절한데, 이번 업무보고가 그런 주장들과 연관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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