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지상파 3사가 노동자성이 확인된 방송작가 152명 가운데 18명에 대해서만 무기계약직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KBS는 방송작가들을 행정직군으로 돌렸고 MBC는 일반직군과 처우가 다른 새로운 직군을 신설했으며 SBS는 절반 가까이 퇴사했다.

고용노동부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비례대표)에 제출한 ‘방송 3사 방송작가 직접고용 시정지시 결과’에 따르면, 지상파 3사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판단된 152명의 작가 가운데 18명에 대해 무기계약직 직접고용 계약을 체결했다. 49명에 대해서는 최대 2년 기간제 계약을 맺었고 28명은 근로계약을 거부하고 프리랜서 신분을 유지하기로 했다. 57명은 퇴사했다.

(자료제공=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KBS·MBC·SBS 보도·시사 분야 작가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작가 363명 중 152명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KBS는 70명, MBC는 33명, SBS는 49명이다. 하지만 근로자성 판단을 받기 전 방송사를 떠난 작가들이 있어 KBS는 54명, MBC 26명, SBS 49명 등 총 129명의 작가가 시정지시 대상자가 됐다.

노동부는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라고 명령했지만, 지상파 3사는 작가들에게 행정직을 권유하거나 기자·PD와는 다른 직군을 신설해 처우를 달리했다.

KBS는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자인 방송작가 70명 중 9명(12.8%)을 행정직으로 전환했다. 이들은 2년 이상 KBS에서 근무했다. 계약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방송작가는 26명이다. KBS는 ‘방송지원직’을 신설해 이들에게 새 취업규칙을 적용했다. 14명은 프리랜서 방송작가로 남기로 했고 5명이 퇴사했다. 고용노동부 판단이 나오기 전에 회사를 떠난 이들까지 합치면 21명의 방송작가가 회사를 떠났다.

MBC는 노동자성이 인정된 33명 가운데 3명(9%)과 무기계약직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MBC는 ‘방송지원직’이라는 직군을 신설했다. 방송작가 업무를 지속하지만 기자나 PD가 속한 일반직과는 임금과 노동조건 등 처우에 차이가 있다.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8명은 사내벤처 팀에서 일하기로 했고, 13명은 퇴사했다.

SBS는 노동자성이 인정된 49명 중 6명(12.2%)과 무기계약 근로계약을 맺었다 기간제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작가는 14명, 근로계약을 거부하고 프리랜서 계약을 택한 작가는 6명이다. 퇴사자는 23명으로 노동자성이 인정된 작가 중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2021년 12월 30일 오후 1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근로감독 취지 몰각하고 방송사 꼬수 부당해고 방조하는 서울고용노동청 강력 규탄한다' 기자회견 (사진제공=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은 KBS의 ‘행정직 전환’은 근로감독 취지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방송작가지부는 고용노동부 근로자성 판정 결과가 나온 뒤부터 방송 3사에 ‘작가들과의 직고용 근로계약 체결’을 요구해왔다.

앞서 KBS는 작가들에게 ‘2년 근로계약 체결’, ‘프리랜서 계약’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제안하며 ‘계약기간이 끝나면 재계약은 없다’고 통보한 바 있다. 추후 작가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라고 비판 받았다. (▶관련기사 : 지상파 근로감독 무색해진, 방송작가 행정직 전환)

엄정열 방송작가지부장은 23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KBS 외에 방송사들은 변화를 보이고 있어 대응 방법을 고민중”이라며 “KBS는 ‘무기계약직을 맺으려면 방송작가로 일 할 수 없다’거나 연차에 상관없이 신입 행정직과 동일한 처우를 제시하니 작가업무를 하고 싶었던 작가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나가라는 얘기와 같았다”고 말했다.

엄 지부장은 “의미있는 근로감독 결과가 나왔는데 노동부도 방송사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으며, 되려 ‘작가들이 무기계약직 근로계약을 원치 않는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밝혔다.

방송작가지부는 지난 3일 KBS와 방송작가 처우 개선을 위한 ‘특별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엄 지부장은 “KBS는 작가들이 계약 이후 처우와 업무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파악해 협의체 회의를 통해 시정해나갈 예정이며, MBC와 SBS는 별도로 작가직군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자세한 계약방식이나 업무 등을 지켜보고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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