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정희]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덜기 위한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흔히 이럴 때 대부분의 조언은 시간이 약이란 말이다. 그런데 이런 방법은 어떨까? 아예 '사랑'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난 애초에 사랑한 적이 없어. 사랑받은 적이 없어. 이러면 사랑으로 인해 아플 이유도 없지 않을까? 그 방법을 택한 소년이 있다. 바로 3월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애덤 프로젝트>의 애덤이다.

넷플릭스 영화 <애덤 프로젝트> 포스터

라이언 레이놀즈, 마크 러팔로, 조 샐다나, 제니퍼 가너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 <애덤 프로젝트>. 사연의 시작은 성인 애덤을 맡은 라이언 레이놀즈의 어린 시절 애덤으로부터이다. 어린 애덤(워커 스코벨 분)의 아버지 루이스 리드(마크 러팔로 분)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엄마와 둘이 남겨진 애덤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감당해 낼 자신이 없다.

그래서 애덤은 천식과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동급생에게 대들어 번번이 정학을 당한다. 유일한 가족인 엄마에게도 말이 곱게 나가지 않는다. 그렇게도 자신을 괴롭히던 애덤은 급기야 아버지를 미워하기로 한다. 아버지가 바빠서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고,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했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미움의 감옥에 가두어 버린 애덤은 우울증 등으로 오랫동안 고통스런 시간을 보낸다.

애덤이 애덤을 만났다

애덤이 스스로의 탈출구로 여겼던 비행사,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로라. 그런데 애덤에게 유일한 사랑이던 로라가 시간 비행을 하던 중에 사라져 버렸다. 애덤은 지시를 어기고 비행기를 훔쳐 타고 웜홀을 열어 시간을 거스른다. 로라가 사라졌을 거라고 생각한 2018년으로.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가 도착한 곳은 2022년. 그곳에서 애덤이 만난 건 또 다른 애덤, 아니 아버지를 잃고 한참 상실감에 시달리는 중인 12살의 애덤이다.

넷플릭스 영화 <애덤 프로젝트> 스틸이미지

<애덤 프로젝트>의 감독은 <박물관이 살아있다>, <프리 가이>를 연출한 숀 레비 감독이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알 수 있듯 숀 레비 감독은 박물관이나 게임과 같은 익숙한 시공간을 매개로 신선하고도 독특한 상상력을 분출시킨다. 웜홀을 열어 시간여행을 한다는 SF적 발상은 이제 새로울 것이 없지만, 비행선 단 2대만으로 조성한 조촐한 시간여행의 장 안에 가족애와 인류애를 버무려 익숙한 듯하면서도 신선한 SF버전 가족영화를 만들어냈다.

전작 <프리 가이>에 이어 주인공을 맡은 라이언 레이놀즈의 전매특허답게 주인공 애덤은 <데드풀> 이래 주구장창 수다스런 캐릭터 그대로이다. 어린 애덤조차 굳이 설명이 필요없이 라이언 스타일의 거침없는 솔직한 직설로 '애덤'임을 증명한다. 당연히 2050년의 애덤과 2022년의 애덤은 만나자마자 서로에게 직설을 넘어 비수와 같은 독설을 퍼붓는다. 낯익은 캐릭터, 그런데 그 캐릭터가 '상실감'을 전제로 마구 튕겨대는 공 같다 하면 또 그럴듯하게 수긍이 된다.

그렇게 2022년에 만나게 된 두 애덤. 부상당한 큰 애덤이 원래의 목적지 2018년으로 가기 위해서는 동일한 DNA를 가진 작은 애덤이 필요하다는 설정, 그런데 큰 애덤의 목적인 로라가 절체절명의 타이밍에 등장해 두 사람을 구한다. 하지만 로라를 만난 기쁨도 잠시, 큰 애덤은 이제 다시 사랑하는 로라를 두고 2018년으로 떠나야 한다. 2050년의 지구를 구하기 위해. 그게 사랑하는 로라의 마지막 소원이기에.

넷플릭스 영화 <애덤 프로젝트> 스틸이미지

두 애덤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도착한 2018년, 그곳에는 두 애덤의 아버지이자 두 애덤의 시간여행을 가능케 만든 물리학자 루이스 교수가 있다. 아버지가 발견한 2018년의 물리학적 쾌거가 2050년 재앙의 근원이 되었던 것이다. 지구를 구하기 위한 SF적 사명. 하지만 그걸 빌미로 다시 만난 부자가 묵은 애증을 풀어내게 된다는, 익숙한 헐리우드식 가족영화 공식을 영화는 친절하게 따른다.

광선검까지 등장하지만 SF라기엔 조촐한 시간여행.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와의 해묵은 감정을 풀어낸다는 익숙한 가족애. 2050년의 지구를 파멸로 이끈 소리안의 야욕을 물리치기 위한 야심찬 합동 작전의 소박함에도 불구하고, <애덤 프로젝트>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연기에 힘입어 보는 내내 미소를 잃지 않게 만드는 장점을 지닌다.

아버지를 너무도 사랑해서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마음을 가두어 버린 어린 애덤. 그 애덤을 마흔 살의 애덤이 찾아와 '냉소'를 가장한 마음으로 보듬는 장면. 그리고 여전히 아버지에 대한 애증에 어쩔 줄 모르는 큰 애덤에게 진실을 전해주는 작은 애덤의 세대를 거스른 우정 혹은 자기애(?)의 장면들이 이 영화의 묘미이다.

넷플릭스 영화 <애덤 프로젝트> 스틸이미지

결국 두 애덤은 시간여행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시간을 거슬러도 아버지와의 이별을 피하지는 못하지만, 이제 그들은 안다. 이별은 슬프지만 그럼에도 아버지가 자신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남아있다는 사실을. 시간을 거슬러 비로소 두 사람은 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수용할 용기를 얻는다.

마흔 살의 애덤이 어머니를 위로하는 모습이나, 물리학자로서 아버지로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젊은 아버지 루이스의 연민은 영화 전체에서 한 씬에 불과하지만 가족영화로서의 중심을 잡아준다. 왜 마크 러팔로인지를 증명하는, 그리고 떠벌이를 넘어선 라이언 레이놀즈의 내공과 제니퍼 가너의 조화가 빛나는 지점이다.

또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아바타>의 조 샐다나 역시 짧은 분량이지만 사랑하는 이와 지구를 지키는 멋진 걸크러시 캐릭터로 손색없는 활약을 해내며, 두 애덤의 시간여행을 뒷받침한다. 화려한 출연진의 연기가 소박한 가족영화를 업그레이드시킨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