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과제를 묻는 이번 <미디어스> 설문조사에서는 당장 방송시장 구조개편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이 많지는 않았다(32명 중 2명). 하지만 응답자의 37.5%(12명)가 초대 방통위에서 주력할 과제로 예상한 '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 규제완화'는 곧 현재의 방송구조에 대한 대대적 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장악한 제18대 국회는 신문법 개정과 국가기간방송법 제정으로 그 법적 근거를 마련해줄 가능성이 높다. 뉴라이트 방송통신정책센터 등 보수 성향의 외곽 단체는 벌써부터 바람을 잡고 있다.
국가기간방송법 '찍고' KBS2TV 분리 수순 밟나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국가기간방송법이 통과될 경우 정연주 사장 해임은 기정사실이 되고 KBS에 대한 국회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이 커지면서 KBS 2TV 사영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한 KBS 구성원들의 우려와 반발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박승규)는 오는 22일 방송구조개편 대응 등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할 예정이고 기자협회 등 각 직능단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KBS본부 윤형혁 정책실장은 "국가기간방송법의 핵심은 KBS에 대한 예산 통제"라며 "국회가 예산 심의와 수신료 징수, 분배 권한까지 가져갈 경우 공영방송의 근간인 콘텐츠 제작기반을 흔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은 수신료 인상과 KBS에 대한 예산 통제 카드를 맞바꾸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KBS PD협회장인 양승동 한국PD연합회 회장은 지난 17일 열린 '여론다양성 보장을 위한 미디어정책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부가 공영방송 민영화를 주장하며 국가기간방송법을 통해 KBS를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며 "그 이면에 일부 매체에 대한 정치적 보은과 장기 집권의 의지를 숨기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KBS2TV 다음은 MBC 사영화?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지난 2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는 'MBC 민영화'를 말한 적이 없지만 한나라당 미디어정책의 핵심 중 하나인 정 의원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MBC 위상 재논의'를 언급한 바 있다.
외곽에서도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김진홍 상임의장은 지난 14일 토론회에서 "KBS를 중심으로 하는 '1공영 다(多) 민영화'를 추진해 MBC를 과감하게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강동순 전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은 "특정인의 소유가 아니라고 해서 공영이라고 할 수 없고 편성형태와 수입구조를 봐야 한다"고 했다. 공익재단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MBC가 공영방송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MBC 노조는 결사 투쟁한다는 입장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박성제)는 최근 공영방송 위상 수호를 위한 총력투쟁을 결의하고 이를 위한 단계별 대응 로드맵 또한 설정했다.
MBC본부 박성제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교차소유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서 조중동에 방송을 주고 싶겠지만 IPTV, 디지털전환 등 방통위가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할 복잡하고 시급한 문제가 얼마나 많으냐"면서 "조중동 등과의 여론 싸움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효율적 통제' 위한 TV 수신료 인상·민영미디어렙도 주목
TV 수신료 인상과 민영 미디어렙 도입 또한 이명박 정부가 구상하는 '1공영 다민영' 체제로 가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다. 공영방송의 공적의무를 강화하는 대신 수신료를 인상해주고 민영방송은 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의 구조개편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공적의무 강화' '경영합리화'라는 말로 포장돼 있지만 국회의 예산통제 등 정치권의 간섭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민영방송에 대한 경쟁 유도는 공영방송 민영화, 민영미디어렙 신설 등의 형태로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차별화된 규제로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을 각각 통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과 공영방송의 민영화 여부는 풀기 어려운 과제"라며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에 최선을 다해 우리 언론에 편파, 왜곡 등의 단어가 쓰이지 않는 풍토를 만들겠다"고 강조했으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쪽은 별로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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