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의 16일 오찬회동이 돌연 무산된 것을 두고 주요 신문들이 윤석열 당선자에게 “점령군처럼 비치지 않는지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 당선자 측이 문 대통령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검찰총장 사퇴 등을 요구하는 것은 순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 양측은 오찬회동 무산에 대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언론은 윤 당선자 측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요구하고 김오수 검찰총장 사퇴 등 인사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이 무산 이유라고 분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한국일보는 17일 사설 <文·尹 회동 연기…신구 권력 힘겨루기할 땐가>에서 “정권 인수인계뿐만 아니라 협치의 출발점으로 기대됐던 이번 회동이 되레 신구 권력 간 힘겨루기로 미뤄진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김오수 검찰총장 사퇴 문제를 거론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비판했다.

권성동 의원은 15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함께 사면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권 의원은 김오수 총장에 대해 “본인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청와대는 ‘대통령이 모욕적으로 느낄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냈으며, 김오수 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권성동 의원의 발언은) 김 전 지사를 살리기 위한 거래 카드로 이 전 대통령 사면을 활용할 것이란 취지여서 청와대에서도 불쾌한 반응이 나왔다”며 “자진 사퇴를 압박한 것도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처사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인수위는 점령군이 아니다’라고 했으나 윤 당선인 측근 인사들이 점령군 행세를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사퇴 선 그은 김오수, 검찰총장 임기 보장돼야>에서 “총장 진퇴는 김 총장 개인의 문제를 떠나 검찰 독립, 중립과 직결된 사안”이라면서 “윤 당선인이 총장 시절 문재인 정부에 맞서 임기를 지키려 했던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스스로 검찰 독립성을 더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불과 얼마 전인 대선 후보 시절”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사설 <전례 없는 신구 권력의 충돌, 국민은 우려한다>에서 “회동 연기는 덕담하며 현안을 논의하려던 문 대통령과 의제를 설정해 성과를 내려는 윤 당선인의 시각차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며 “임기 말 인사는 차기 정부로 넘기거나 공직을 몇개 등급으로 나눠 다르게 접근하는 식으로 제도화해 갈등을 줄일 필요도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새 권력은 점령군처럼 비치지 않는지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당선자 측이 김오수 총장 사퇴 압박을 계속한다면 ‘내로남불’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윤 당선인 측은 김오수 총장 사퇴 압박 멈춰야>에서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누구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조해온 인물”이라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편한 대로, 유리한 대로 갖다 쓰는 개념인가. 사퇴 압박이 윤핵관들의 ‘오버액션’으로 그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사설 <국민 걱정 키우는 ‘신-구 권력 갈등’, 윤 당선자가 풀어야>에서 “임기가 남은 권력기관장이나 공공기관 인사들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그럴 일 없을 것’이라고 윤 당선자 쪽이 호언했던 ‘점령군 행세’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했다. 한겨레는 “신-구 권력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건 대선 기간 증폭된 진영 간의 불신과 증오를 불필요하게 키울 뿐이란 점을 윤 당선자는 잊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

조선일보 "김오수 총장 법과 원칙 주장한 것은 코미디"

조선일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돌연 무산된 文·尹 회동, 감정 다툼으로 국민에게 실망 주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를 놓고 대통령과 당선인 측이 뜻을 모으지 못하는 모양새도 실망스럽다”며 “청와대 측은 국민 정서상 시기상조라는 명분을 들어 부정적이라지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당선인 쪽에서 사면을 기정사실화하며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압박하고 자극하는 발언을 한 것도 현명한 처사는 아니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김오수 총장이 임기를 지킬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면서 윤석열 당선자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사설 <김오수 총장이 법과 원칙 따라 임무를 수행한 적이 있는가>에서 “검찰총장의 2년 임기는 법으로 규정돼 있고, 법이 정한 결격 사유가 없는 이상 임기는 보장돼야 한다”면서 “문제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김 총장에게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김 총장은 문재인 정권 5년 내내 친정권 검사의 대표 선수처럼 뛰었다”며 “그가 말한 대로 당연히 검찰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총장으로 있으면서 그런 적이 없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분에 넘치는 자리를 준 대통령을 위해 정권의 방패막이를 자임하면서 권력 수사를 방해했을 뿐”이라면서 “정치인이 검찰총장의 거취를 언급해 검찰의 독립성을 흔든 것은 부적절하지만, 그 누구도 아닌 김오수 검찰총장이 이제 와서 법과 원칙을 주장한 것은 코미디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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