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해 당 안팎에서 쇄신 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패배 원인을 진단하고 성찰하는 대신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줄임말)로 위안삼는 모습이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4일 만인 13일 비대위 인선안을 확정했다. 윤호중 원내대표와 함께 'n번방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 씨(26)가 공동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한다. 이어 김태진 동네주민대표(38), 권지웅 민달팽이협동조합 이사(34), 채이배 전 의원(47), 배재정 전 의원(55), 조응천 의원(61), 이소영 의원(37) 등이 비대위원으로 선임됐다. 비대위원 8명 중 4명이 2030세대이고 3명이 여성이다. 이들 외에 오는 25일 새로 선출될 원내대표와 한국노총이 추천하는 노동분야 비대위원 등 2명이 추가로 비대위에 합류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내용의 비상대책위원회 인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패배의 책임이 있는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하게 되면서 당 안팎의 비판이 일고 있다. 김두관, 이수진(서울 동작을), 정춘숙, 노웅래 의원 등이 '윤호중 비대위 체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으며 민주당 보좌진협의회도 13일 "과연 제대로 쇄신을 이끌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다.

14일 경향신문은 사설 <비대위 출범하는 민주당, 처절한 자기반성 절실하다>에서 "당 지도부 구성에 세대·성별 다양성을 반영함으로써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점을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당의 얼굴로 세워 지방선거를 치른다는 구상에는 여전히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윤 위원장은 기형적 위성정당을 만드는 작업을 주도했다. 무엇보다 송영길 전 대표와 함께 이번 대선 패배의 책임자"라며 "민주당 일각에서는 0.73포인트 차의 석패를 두고 '졌잘싸'로 위안하고 있다. 착시현상에 사로잡힌 탓으로 본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2030세대 여성이 막판에 이재명 후보로 결집한 이유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여성 혐오 캠페인에 대한 분노와 공포 때문인데 민주당이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우려와 기대 교차하는 민주당 윤호중-박지현 비대위>에서 윤 원내대표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에 대해 "이 정도로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을 5년 만에 내준 대선 결과에 좌절한 지지자들의 눈높이에 모자란다는 것"이라며 "진정으로 대선 패배를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는지, 쇄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지 겸허한 자세로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앙일보는 <민주당, 통렬한 자기반성만이 살길>에서 "연이은 선거 패배 후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대통령들을 기소한 윤석열 당선인을 대선후보로 뽑고 젊은 원외 이준석 대표를 내세웠다"며 "기존 당 주류와 결별한 파격에 비하면 민주당의 절박함이 덜해 보인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재명 후보가 비대위원장이나 당 대표로 역할을 해야한다는 주장과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책임론 등을 두고 "원내대표 선거가 계파 간 이전투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신문은 민주당의 대선 기여자 포상 추진에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각 지역위원장에게 오는 18일까지 대선 기여 특별 공로 포상자를 추천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서울신문은 사설 <정권 내준 터에 대대적 포상 나선 민주당>에서 "비록 0.73% 포인트라는 간발의 차이긴 하지만 민주당의 대선 패배가 분명한데 특별 포상을 하겠다는 발상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패배한 게 아니라는 식의 ‘정신승리’가 민주당 내부에서 작동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서울신문은 윤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에서도 '정신승리의 징후'를 찾을 수 있다며 "대선 패배의 원인과 진단에서 반성과 성찰이 빠져 버린다면 6월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지지해야 할 이유를 과연 찾을 수 있을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일보는 사설 <민주당 비대위, 파격 인선보다 처절한 반성 보여야 한다>에서 "민주당의 모습은 대선 패배 이후 격렬한 내분에 휩싸였던 과거 정당들과 조금 다르다. 패배 원인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아깝게 졌다’는 식의 석패론이 대세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민주당, ‘무늬만 비대위’로 무슨 쇄신을 하겠다는 건가>에서 "원내대표로서 대선 패배 책임을 져야 할 윤 위원장을 임명한 것부터가 난센스"라며 "5년 만에 정권을 잃은 거대 여당이 대선 패배를 진정으로 반성한다면 윤 위원장을 내세울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편 박지현 위원장은 지난 12일 부친상을 당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근조화환을 보낸 것을 두고 "민주당이 내로남불 소리를 듣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부모의 상에는 원수도 간다'는 의식은 알겠다. 하지만 본인의 위치와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며 "사적인 친분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고자 한다면, 드러내지 않고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이탄희 민주당 의원도 "결론적으로 섬세하지 못했고 피해자의 상황에 무감각했다"며 "신중했어야 한다. 개인 자격으로, 또는 비공개로 위로할 방법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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