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무속 논란을 제기하며 제보자의 인터뷰를 변조해서 보도한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의결 보류’를 결정했다.

지난 1월 14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강진구 열린공감 TV 기자가 출연해 취재 내용을 설명하며 제보자 인터뷰 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파일에서 제보자는 “사모(김건희 씨)랑 후보는 (천공) 방송을 꾸준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어준 진행자는 해당 인터뷰에 대해 “강진구 기자 인터뷰에서의 제보자 음성은 변조가 아니라 정확하게 말하면 AI 음성”이라고 말했다.

해당 프로그램과 관련해 선방심의위는 지난달 25일 회의에서 해당 인터뷰가 AI 프로그램을 통해 조작됐을 수 있어 제작진의 인터뷰 경위를 들어봐야 한다며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지난 1월 14일 방송 유튜브 화면 갈무리

11일 제작진 의견진술이 진행됐다. 이날 TBS 의견진술자로 송원섭 라디오본부장과 양승창 라디오 PD가 참석했다. 송 본부장은 심의에 앞서 "열린공감TV의 보도를 인용 보도한 것"이라며 "녹음 파일에 어떠한 첨삭이 있었던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송 본부장은 “열린공감TV 보도에 대한 검증을 거쳤다. 열린공감TV에 원본(인터뷰) 파일이 있고, 인터뷰 내용을 텍스트화 시킨 다음 그걸 다시 음성변조한 것”이라며 “생방송에서는 청취자들에게 단순 음성 변조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AI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표현이 적절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나연 위원은 “BBC 보도의 경우 음성변조와 화면변조를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면서 “그렇게 놓고 봤을 때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음성변조와 화면변조를 너무 많이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문제는 그 내용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해외 방송사가 음성변조를 하지 않는 것은 ‘사실성’ 문제 때문”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해당 방송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구본진 위원은 “텍스트와 음성의 차이는 분명하다”며 “음성은 말하는 사람의 말투와 높낮이, 속도 등을 통해 텍스트보다 더 많은 정보를 주고 있다”고 했다.

정일윤 위원은 “AI 음성변조는 대단히 조심해야 한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음성을 생성해내는 방식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 위원은 “해명서를 보면 열린공감TV 측에서 녹취 원본 파일을 갖고 있고, 제보자의 신변 보호를 위한 취지를 감안해 행정지도 ‘권고’의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박수택 위원은 “방송통신 관련 기술이 발전하기 때문에 오해를 빚을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다만 TBS는 열린공감TV의 보도를 인용 보도한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콘텐츠 내용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구본진·김일곤·정영식 위원은 법정제재, 정일윤·이나연 위원은 행정지도 권고, 권혁남 위원장·김언경·박수택 위원은 ‘문제없음’ 의견을 내 위원들의 의견이 나뉘어 ‘의결보류’가 결정됐다. 선방심의위는 다수결에 따라 제재수위를 결정한다. 이날 박동순 부위원장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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