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를 취재중인 언론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하자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언론인 안전 보장을 위한 국제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스위스 사진기자 기욤 브리케는 지난 6일 미콜라이브 남부로 향하는 길에 우크라이나 검문소를 통과하자 총격을 받았다. 러시아 특공대원이 발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총탄은 기자의 머리 부근을 향했다. 당시 기자는 차량과 방탄조끼 여러 곳에 ‘Press’라는 표식을 달았다. 군인들은 기자가 소지한 현금 3000유로와 취재 장비를 빼앗았다.

PRESS 표식을 해두었지만 공격당한 차량 (사진제공=RSF)

브리케는 국경없는기자회에 자동차 앞유리가 깨지며 생긴 파편 때문에 얼굴과 팔에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브리케는 “그들은 분명 살상을 목적으로 총을 쐈다”며 “내가 몸을 수그리지 않았다면 총에 맞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른 전쟁터에서 총격을 당한 적은 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전쟁 현장을 취재한 경험이 없는 언론인들은 치명적인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 소재 범아랍TV채널 AI-ArabyTV 소속 기자 아드난 칸과 카메라맨 하비프 데미르치는 지난 5일 키이브 교외 이르핀에서 러시아군으로부터 총격을 당했다. 당시 차량에 흰색 깃발과 ‘Press’ 표지를 부착했지만 총탄이 차량을 향했다.

4명의 영국인과 1명의 우크라이나 기자로 구성된 영국 Sky News TV 취재팀은 침공 4일째인 지난달 28일 키이브 외곽 부차로 향하던 중 러시아 정찰대로부터 공격 당했다. 취재팀을 이끌던 기자 스튜어트 램지는 허리에 총상을 입었고 카메라맨 리치 모클러는 방탄조끼에 두 차례 총격을 받았다. 당시 취재팀은 “우리는 기자들”이라고 외쳤고 Press 표식을 부착하고 있었지만 총격은 멈추지 않았다.

Voxpot 소속 체코 기자 2명과 Central TV 소속 우크라이나 기자 2명도 3일 키이브 외곽 마카립에서 차를 타고 이동 중 비슷한 일을 당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당시 러시아군이 AK-47 소총을 사용해 총격을 가해 간신히 탈출했다.

덴마크 신문 Ekstra-Bladet 소속 기자 2명은 지난달 26일 북동부 오흐티르카에서 부상을 입었다. 네 차례 총격으로 총상을 입어 동료와 함께 입원 중인 스테판 바이허트 기자는 “우리가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던 범인은 우리 차 뒤 15m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며 “우리 차에 표시된 Press 표식을 못 봤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쟌 카벨리에 국경없는기자회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국장은 “이번 사건에서 드러나듯 언론인 보호를 위한 모든 규정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있는 언론인들은 교전국들의 표적이 된다”며 “그들은 전쟁의 실상을 전세계에 알리는 민간인들로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분쟁의 모든 당사자들에게 즉각 국제법을 준수하며 현장의 언론인 보호에 전념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언론인들에게 러시아 특공대가 보낸 정찰병들의 공격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한편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TV와 라디오 방송을 막기 위해 통신 안테나에 대한 타격도 감행했다. 키이우, 코르스텐, 리시칸스크, 하르키프 등에 있는 4개 라디오 및 TV타워가 러시아군으로부터 공격받았다. 최소 32개 TV채널과 수십 개의 전국 라디오 방송국의 방송이 돌연 중단됐다.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키이브 타워에 있던 키이우 라이브 TV 채널 카메라멘인 에브게니 사쿤이 중상을 입고 사망했다.

KBS는 세계 8대 공영방송사 모임인 GTF와 함께 지난 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일어난 러시아군의 방송 수신탑 공격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GTF는 “키이우의 TV타워와 방송 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은 전쟁 속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고자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의비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자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언론의 자유를 지원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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