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윤석열 당선자가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전 대통령과 비교 안 되는 짧은 기간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 과정에서 윤 당선자의 언론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사건이 적지 않았다. '정치인' 윤 당선자는 피할 수 없는 언론 보도와의 접점에서 고소로 대응했다. 또한 언론자유를 약속하면서도 ‘언론사 파산 시스템’을 거론하고 ‘공영방송 민영화’ 발언으로 우려를 낳았다.

윤석열 당선자와 언론이 충돌한 첫 사건은 ‘한겨레 별장 접대 의혹 보도’였다. 2019년 10월 한겨레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 별장에서 접대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당선자는 “한겨레의 보도는 개인이 아닌 검찰의 문제”라면서 한겨레와 취재기자를 검찰에 고소했다. 서울서부지검이 수사를 맡으면서 ‘하명수사’, ‘이해 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당선 확정 후 인사하고 있는 윤석열 당선자 (사진=연합뉴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2019년 윤석열 당선자의 셀프 고소를 ‘주목하는 시선’으로 꼽았다. 김주언 NCCK 이사는 “검찰총장이 자신이 지휘하는 검찰에 고소하여 수사를 맡긴 사례는 매우 드물다”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 기관이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른바 ‘국민 입막음 소송’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전했다. 국민권익위는 윤 당선자의 검찰 고소에 대해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겨레는 2020년 7월 해당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 한겨레는 “독자와 윤 총장에게 사과드린다”면서 자세한 보도 경위와 보도의 문제점을 공개했다. 이후 윤석열 당선자는 한겨레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한겨레 보도의 근거가 됐던 ‘윤중천 면담 보고서’가 조작됐다고 밝혔다.

'검언유착' 의혹이 당긴 대선출마

2020년 3월 윤석열 당선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검사의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졌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윤 당선자가 한동훈 검사에 대한 수사와 감찰을 방해했다며 같은해 12월 정직 2개월 징계를 결정했다. 윤 당선자는 지난해 3월 중대범죄수사청 반대를 명분으로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10월 윤 당선자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윤 당선자에 대한 징계는 합당하고, 추 전 장관이 결정한 징계 수위가 낮다고 판단했다.

뉴스버스는 지난해 9월 검찰이 지난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언론인과 여권 인사에 대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고발사주’ 의혹을 제기했다. '채널A 검언유착 의혹', '김건희 주가조작 연루 의혹' 보도가 윤 당선자, 김건희 씨, 한동훈 검사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고발장의 골자다. 손준성 검사(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가 텔레그램을 통해 고발장 자료를 전송하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조성은 씨(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에게 고발장을 전달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공수처는 지난해 9월 윤석열 당선자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했다.

12일 'KBS, 수신료의 가치를 국민께 돌려드립니다' 제목으로 올라온 공약 영상 (출처=유튜브 윤석열 페이지)

공영방송 '민영화'·'정치권 추천 관행 명문화'

윤석열 당선자는 후보 시절 공영방송 민영화를 주장했다. 윤 당선자는 지난해 9월 보수시민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공영방송이 편향됐다면 민영화가 답”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점령군처럼 싹 몰아내는 게 언론사냐“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집권하면 그냥 다 놓겠다”며 “사장 지명 안 하고 언론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분, 가장 존경받는 분 등을 어느 위원회를 구성해 선출하겠다.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을 사장 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방송 민영화’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윤 당선자는 “방송 민영화 정책을 한다고 한 게 아니라 언론시장이 공정하게 경쟁하면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라고 말을 바꿨다. 윤 당선자는 지난해 11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정책으로 ‘정치권 추천 관행 명문화’를 들고 나왔다. 윤 당선자는 여야가 직접 공영방송 이사를 각각 7명·6명 추천하고, 그중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사장을 선출하는 특별다수제를 제안했다.

윤석열 캠프가 지난 1월 공개한 ‘공영방송 정상화’ 공약은 편성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윤 캠프는 사극 의무제작, 메인뉴스에서 국제뉴스 30% 이상 편성, 영상 아카이브 공개 등을 공영방송 정상화 방안으로 내세웠다. 방송법에 따르면 방송사의 편성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

한 발 더나간 '언론사 파산 시스템'

윤석열 당선자는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반대하면서 ‘허위기사를 쓴 언론사가 파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지난달 2일 “손해배상 소송이라든가 사법절차를 통해서 허위보도에 대해서 확실하게 책임 지우는 일을 한 번도 해온 적이 없다”며 “중요한 부분에 대해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진실을 왜곡한 기사 하나가 언론사 전체를 파산하게도 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이 언론 인프라로 자리잡았다면 공정성이니 이런 문제는 그냥 자유롭게 풀어놔도 전혀 문제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자는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통합형 언론 자율규제 기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윤 당선자는 지난달 11일 한국기자협회 주최 TV토론회에서 “언론보도의 진실성 문제는 다른 행정기구에서 다루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법적인 절차나 그에 준하는 준사법적인 언론중재기구를 통해서 하는 게 맞다”며 “섣불리 진행하다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취재원 보호가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자는 지난달 24일 공개한 공약집에서 언론 자율규제를 약속했다. 윤 당선자는 공약집에서 “민주주의 근간인 언론의 자유를 보호·신장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가짜뉴스·악의적 왜곡 등의 문제는 자율규제를 통해 해결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자는 공영방송 정치적 중립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사진=윤석열 당선자 공약집 갈무리)

'언론 문제 자유롭게 둬야 한다'?

윤석열 당선자의 고교 동창인 이경욱 전 연합뉴스 기자는 지난해 4월 ‘3시간 대담’을 바탕으로 “윤석열의 진심”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전 기자는 윤 당선자가 ‘언론 문제는 자유롭게 둬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또한 윤 당선자는 지난해 10월 연합뉴스TV와 인터뷰에서 “언론자유라는 것이 기본권 중 가장 중요하다. 모든 기본권은 잘 보장돼 있는데 언론자유가 보장이 약하다면 그건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자와 캠프는 법적대응에 주력했다. 윤석열 캠프는 지난해 8월 일요신문이 ‘윤석열 캠프가 국민의힘 비대위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황당무계한 허위보도, 가짜뉴스다.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1월 김건희 씨와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한 MBC <스트레이트>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MBC가 방송금지 가처분 판결문을 유출했다는 이유다. 이밖에 국민의힘은 김건희 씨 관련 의혹을 제기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제작진을 고발했다.

지난해 9월 뉴스버스의 고발사주 보도가 나온 뒤 윤석열 캠프는 “명백한 허위보도이고 날조”라면서 법적조치를 예고했다. 윤 당선자는 지난해 9월 기자회견에서 고발사주 의혹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하며 “인터넷 매체·재소자·국회의원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사람을 통해 문제를 제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자 발언에 대해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성명을 내고 “언론 차별과 혐오적 비하, 폄훼 인식의 극단적 단면을 보여주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인터넷기자협회는 “윤 후보는 인터넷언론 종사자에 대한 무지·차별·혐오, 언론 제보자와 국민에 대한 모독을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과 전대식 부위원장이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윤석열 당선자 고소장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윤석열 당선자는 대선 막바지인 지난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을 근거 없이 비난했다. 윤 당선자는 경기도 의정부 유세현장에서 “이 사람들(정부여당) 집권하고 연장하기 위해 국민을 속이고 공작하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서 “민주당 정권이 강성노조를 앞세우고 그 강성노조를 전위대로 세워서 가장 못된 짓을 다하는데, 그 첨병 중의 첨병이 바로 언론노조”라고 주장했다. 윤 당선자는 “말도 안 되는 허위보도를 일삼고, 국민을 속이고 거짓 공작으로 세뇌해왔다”며 “정치개혁에 앞서 먼저 뜯어고쳐야 한다. 언론인들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윤석열 당선자의 비난 발언이 뉴스타파의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는 6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만배 씨는 윤석열 당선자·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 불법 대출 사건을 수사할 당시 주임검사였다.

민언련은 “정치권력에 대한 유·불리와 진영논리에 기대 건강한 언론까지 ‘뜯어고쳐야 한다’고 선동하는 윤석열 후보의 언론관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선거기간 내내 지속되고 있는 윤석열 후보의 편협한 언론관과 적대적 노동관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명박·박근혜 시절의 언론탄압, 박정희·전두환 시절의 언론말살 DNA가 윤 후보에게 깨어나고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고, 윤 당선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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